스포가 있으므로 주의해주시기 바랍니다.

 

외부 업무 보고 저녁 약속까지 시간이 좀 떠서 고민하던 차에 감사하게도 무코에서 나눔 받아서 영화를  봤습니다.

 

-

나쁜 여자들이 날 버렸다. 역시 세상은 혼자 사는 거다. 라며 싱글 라이프를 즐기는 스타 논술 강사 박영호(이동욱 분)는 어느 날 학교 선후배가 근무하는 출판사로부터 싱글 라이프에 관한 에세이 출판 제안을 받습니다. 이 출판사에서 미리 점 찍어뒀던 작가가 갑자기 결혼을 하는 바람에 펑크가 나 대타가 필요했기 때문이죠. 그래서 싱글 라이프 인 스페인을 작업하는 여성 작가와 짝으로 싱글 라이프 책 작업이 시작됩니다.

 

생전 관리 안 하는 여성 주현진(임수정 분)은 담당 편집자로 상극인 깔끔 떠는 영호와 티격태격 작업을 해나가며 썸을 탑니다.  영호는 자신이 싱글인 이유를 설명하면서 예전 연애사도 씁니다. 호텔에서 세탁 일을 하며 만난 첫 사랑과 사랑에 빠지고 동거도 했지만, 여성은 다른 남성들과 술자리에 가고, 자신은 무시하다 결국 떠나갑니다. 영호 기억 속의 그녀는 아주 나쁜 여자죠.

 

그러다가 현진이 '싱글 인 스페인'과 '싱글 인 서울'의 첫사랑 에피소드가 우연이라기엔 너무 비슷하단 걸 알게 됩니다. 이건 당사자일 수밖에 없는 거죠. 역시나 '싱글 인 스페인'의 작가는 영호의 첫사랑인 홍주옥(이솜 분)이었습니다. 문학을 사랑했던 주옥이 결국 등단해 필명으로 인기 소설가가 됐던 것입니다.

 

영호는 주옥에게 비참하게 버림 받은 자신이 오히려 '나쁜놈'으로 나오는 듯한 주옥의 서사를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또 화가 나는 건 출판사 사장인 선배 진표(장현성)가 일부러 노리고 전 연인들이 커플로 책을 쓰게 했다는 거였죠. 그래서 책을 내지 않겠다고 선언하고 뒤돌아 나갑니다.

 

결국 책 홍보 차 나가기로 돼 있던 라디오 프로그램에는 주옥이 혼자 나갑니다. 주옥의 얘기를 듣던 영호는 자신이 기억하는 연애가 맞는 건가란 의심을 품고 주옥과의 첫 만남을 떠올립니다. 주옥은 호텔 뒷구석에서 영호가 읽던 무라카미 하루키의 '상실의 시대'에 초코 아이스크림을 흘립니다. 하지만 책에는 아이스크림 자국이 없었습니다. 오히려 주옥이 권해준 우라사와 나오키의 만화책 "20세기 소년"에 아이스크림 자국이 남아 있었죠.

 

그제서야 영호는 자신의 연애에 대해 반성합니다. 본인이 은연 중에 고졸이었던 주옥이 소설가가 되는 꿈을 꾼 걸 대수롭지 않게 무시해왔단 걸, 주옥을 자신만의 인생이 있는 독립된 인격체가 아닌 자신의 뒷바라지를 하는 존재 정도로 대했단 걸 깨닫습니다. 결국 맘을 바꿔 책을 출판하기로 합니다.

 

책은 망했지만, 영호는 자신의 연애가 어디서 잘못됐던 건지 자기 중심의 피해 서사를 벗어나 직시하게 됩니다. 그리고 소설가가 되고 싶었던 꿈도 되찾게 되죠.

 

그렇게 소설 원고를 들고 사장으로 승진한 현진을 찾아갑니다.  이제 책을 혼자 쓰는 전지전능한 작가로서가 아니라, 같이 작업을 해나가는 파트너로서 현진을 바라봅니다. 사랑에 있어서도 마찬가지겠지요.

 

결국 연애에 대해 피해 의식만 가득했던 내면이 찌질한 남자가 대인배 첫 여친의 도움을 받아 새로 사랑을 할 자격을 갖춰간다는 이야기입니다. 

 

부담 없이 재밌게 볼 수 있는 영화긴 하지만, 런닝 타임이 길지 않음에도 조금 지루한 감이 없지 않습니다. 주옥과의 재회를 통한 영호의 재탄생에 포커스를 맞추다 보니 현진이란 캐릭터를 매력 있게 조명하지 못했고, 영호와 현진의 러브 스토리가 그다지 설득력 있지 않습니다. 주요 갈등이 영호와 현진 사이가 아닌 영호와 주옥 사이에 일어나고, 이 스토리 라인에서 현진은 철저히 주변부입니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재밌게 볼 수 있는 괜찮은 영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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