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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의 평면적이고 단선적인 서사와 캐릭터라든가 지극히 뻔하고 평이한 만듦새라든가 이런 것들은 차치하고 개인적으로 <위시>라는 디즈니 100주년 기념 애니메이션이 의도치 않게 저에게 울림과 영감을 주었던 이유를 얘기해보려 합니다.

 

저는 로자스 왕국과 매그니피토왕 및 그를 의지하며 살아가는 각계각층의 백성들을 보며 사이비 종교 집단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아니 이루고싶은 소원을 빌미로 백성들을 가스라이팅하며 자신만의 왕국을 건설하고 구축하는 방식이 그냥 사이비 종교 그 자체입니다. 백성들을 위하는 척하며 자비롭고 능력있는 마법사 혹은 왕으로 비춰지려 하지만 모든 것이 자신의 권위를 유지하기 위한 도구일뿐 자신을 조금이라도 인정하지 않으면 분노하고 백성들을 압제하는 나르시스트 매그니피토왕처럼 사이비 종교의 교주들 역시 그들의 진짜 목적은 자신을 따르는 교인들을 이용해 자신만의 결핍과 욕구를 채우는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것이죠.

 

저는 20대 때 배우의 꿈을 안고 상경하여 연영과에 진학했고 많은 사람들의 아픈 영혼에 위로와 영감을 주는 연기자+공연예술가가 되겠다는 소원을 품고 좋은 배우가 되기 위해 열심히 나 자신을 갈고 닦았습니다. 그만큼 소원이라는 것은 내 가슴에 열정이라는 불꽃을 지피고 무한한 긍지를 주며 나로 하여금 살아있다는 기분이 들게 하는 별빛 같은 생명력이었죠.

 

허나 다들 아시겠지만 소원을 이루는 일에는 크나큰 부담과 스트레스와 고통이 따르기 마련입니다. 때론 그것이 욕심이 되어 자신을 짓누르는데다 매그니피토가 말한것 처럼 현실의 벽에 부딪혀 산산조각 나는 쓰라린 경험을 하게 되기도 하니까요. 저또한 양날의 검과 같은 소원을 품고 아니 짊어지고 배우지망생의 삶을 살아가던 중 우연히 사이비 종교에 전도되어 빠지게 됩니다. (구체적으로 밝히진 않겠지만 코로나를 기점으로 현재 대한민국에서 가장 악명 높은 그곳입니다.)

 

그곳의 교주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신의 소원이 이루어져야 우리의 소원도 이루어진다, 고로 각자가 이루고싶은 소원은 신께 맡기고 우리는 이 땅에 신의 왕국을 건설하는데 전념해야 한다, 그러면 늙지도 죽지도 않고 영원히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이상의 세계(마치 <피터팬>의 네버랜드 같은)가 이루어질 것이다, 그러니 각자의 소원을 내려놓고 먼저 신의 일을 도와라.'

 

사람들에게 영감을 줄 수 있는 연기자가 되는 것 뿐 아니라 할 수만 있다면 피터팬 처럼 늙지않는 것 또한 소원이었던 저는 저 말을 굳게 믿고서 제 소원을 신에게 아니 교주에게 맡겼습니다. 즉 배우가 되기 위한 길에서 저는 모든 발걸음을 멈춘채 교주가 지시하는대로 내 시간과 노력과 정성을 다해 헌신하기 시작한 것이죠. 그런데 신기하게도 그동안 내 소원이 내게 주었던 압박감과 실패에 대한 두려움에서 벗어남으로서 알 수 없는 해방감도 느꼈습니다. 허나 한편으로는 마음 한구석이 텅 빈것 처럼 공허했죠. 신의 소원이 이루어지면 내 소원도 이루어질 그 때를 기다렸으나 영화 속에서 언제 이루어줄지도 모른채 오랜 세월 그저 기다렸다는 할아버지의 울부짖음 처럼 저 또한 그렇게 10년을 살았습니다. 그렇게 연기자의 꿈은 제 가슴에서 이미 멀어지고 잊혀진채 전 아무런 목적도 생기도 없는 죽은 사람이 되고 말았습니다.

 

그래서 결국 어떻게 되었을까요? 아샤와 친구들이 왕의 실체와 모순 앞에 반기를 들었던 것 처럼 저도 그 교주의 실체와 교리의 모순을 냉정하게 다시 판단해보았고 현재는 그 마법의 사슬에서 벗어나 잃어버렸던 내 소원을 조금씩 되찾아가는 중입니다. 아샤의 할아버지가 말씀하셨듯이 설령 "이루어지지 않더라도 시도(try)"는 해볼수 있는거니까요. 소원이라는 것을 품고 그것을 이루기 위한 삶을 살아가되 그에 따르는 욕심과 번뇌로부터 자유할 수 있는 우리에게 필요한 마음가짐을 가장 단순명료하게 정의한 진리가 아닌가 싶습니다. 저 대사가 그냥 딱 저를 위해 해주는 말 같아 소리 없이 오열했네요... 아무튼 잃어버린 시간의 더께만큼 아직은 예전처럼 가슴이 뜨겁지는 않지만 내 소원을 이루기 위해 현재 내가 할수있는 범위안에서 조금씩 하나씩 시도해나갈 것입니다. 혹시 또 모르죠. 영화에서 아샤한테 그랬듯이 나를 눈여겨보고 있는 별 하나가 내가 스스로 소원을 이루어나갈 수 있도록 도와줄지도...

 

마지막으로 "소원"이라는 테마와 스토리가 주는 영감 못지않게 이 영화가 지닌 의미와 가치를 정리한 한줄평과 함께 제 이야기를 마무리합니다. 제 짧지만 긴 이야기를 읽어주신 모든 분들의 소원도 각자의 가슴 속에서 영원히 꺼지지 않는 별빛이 되길 소원합니다⭐️

 

*평점 및 한줄평

●●●○(3.5/5) 

100년의 역사를 간직한 이들만이 (자신들의 역사가 곧 애니메이션의 역사라는 자긍심을 가지고서) 그들만의 방식으로 할 수 있는 애니메이션의 태동과 본질적 가치에 대한 헌시.


발없는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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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스텔 2024.01.08 13:26
    제 짧은 표현력으로는 우와 대박 밖에 잘 설명못하지만 감동적인 글이었습니다!! 깔끔한 글만 봐도 좋은 배우의 자질을 가진 것 같습니다!! 무코님의 소원이 이루어지길 응원합니다!!⭐
  • @아스텔님에게 보내는 답글
    발없는새 2024.01.08 13:33
    감사합니다 <위시>를 보고나서 디즈니 애니메이션이 여전히 많은 이에게 영감과 울림을 준다는 생각을 하다가 제 이야기를 남기게 됐네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까이유 2024.01.08 13:58
    와... 스스로 깨기 쉽지않았을텐데 ㅜㅜ
    제친구도 그쪽인데 아직 못나오고있어요...
    위시가 저렇게 한사람의 인생을 투영할수 있다는걸 보니 어제 보고 뭐가 이렇게 진부하냐 라고 평내렸던 제자신이 좀 부끄러워지네요...
  • @까이유님에게 보내는 답글
    발없는새 2024.01.08 14:04
    친구분한테 이 영화 좀 보여주세요ㅎㅎ 종교든 예술이든 누군가에게 영감을 주어 인생에 영향을 줄수 있다는 점에서 그 힘이 막강하긴 하죠..
  • 댕론 2024.01.08 14:33
    저도 스토리라인은 좀 평이했지만 그 속에 성인 관객으로서 가질 수 있는 울림이 있다고 생각했어요
    각자 나름의 이유로 잊어왔던 위시를 지키고
    디즈니를 보고 자랐던 세대에게 응원을 주는 느낌이었어요
    저도 이러니저러니 해도 나름 괜찮게 봤네요
    오티랑 ttt가 너무 빨리 사라져서 아쉽게 둘다 놓쳐 서 아쉬울 따름ㅋㅋㅋㅋ
  • @댕론님에게 보내는 답글
    발없는새 2024.01.08 16:56
    디즈니 애니는 뭔가 굿즈가 있어야 안 섭하죠 ㅎㅎ
  • profile
    하빈 2024.01.08 14:56
    남들에게 별것아닌 영화가 본인의 경험과 엮이며 큰 울림을 주기도 하고, 큰 충격을 받은 한 장면 때문에 그 영화 자체가 크게 다가오기도 하죠.
    그래서 남들 평이 어떻든간에 영화는 직접 보고 느끼는 게 맞다고 생각하구요.

    사이비 집단에서 빠져나오기 극히 어렵다 하던데 정말 어려운 길을 헤쳐나오셨을 것 같아요.
    (위시 보며 살짝 사이비도 생각했고 그래서 후반부 결말이 너무 쉽게 금방 해결되는 거 아니냐 싶었던...ㅎ)
    전 뭔가 간절히 소망하는 소원이 없었어서, 때론 그런 열망을 가진 분들이 부럽기도 합니다.
    무코님의 건승을 기원할게요!
  • @하빈님에게 보내는 답글
    발없는새 2024.01.08 16:58
    후반부에 제대로 흑화한 왕의 실체를 보고 다들 후다닥 각성해서 혁명에 성공한듯요ㅋㅋ 응원 감사합니다!
  • profile
    파워핑크걸 2024.01.08 15:48
    좋은글 써주시어 감사합니다.
  • @파워핑크걸님에게 보내는 답글
    발없는새 2024.01.08 16:58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profile
    mirine 2024.01.08 16:06
    가스라이팅 하는 인간들이나
    집단은 피해가야해요
    내 인생에 해악을 주는 것들은 ㅎ
  • @mirine님에게 보내는 답글
    발없는새 2024.01.08 17:01
    인간의 가장 취약한 부분을 이용해 심리를 교묘하게 컨트롤 하니 쉽지가 않죠 ㅎㅎ
  • profile
    레일로드sonny 2024.01.09 12:55
    저도 재밌게 본 위시인데^^ 쓰신 글들이 위시만큼 울림을 주네요^^ 나를 눈여겨 보는 별 하나가 스스로 소원을 이루게 해줄지 모른다는 부분 특히 공감했습니다~~조금씩 그리고 하나씩 시도하다보면 꿈에 가깝게 될것이라 믿고 응원드립니다~
  • @레일로드sonny님에게 보내는 답글
    발없는새 2024.01.09 18:00
    감사합니다 만사형통한 새해 되시길 바랍니다🙏
  • profile
    바다숲 2024.02.02 04:54
    나오게 되어 정말 다행입니다
    10년의 세월을 보앤 곳이라 허탈감과 마음이 힘드셨을텐데 극복하시고 소원을 향해가시는 모습 멋지고 응원합니다
    그간의 경험이 연기의 깊이와 통찰이 되어 빛을 발할거에요
  • @바다숲님에게 보내는 답글
    발없는새 2024.02.02 04:55
    새벽부터 진심어린 공감과 응원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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