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작진들의 전작 <러빙 빈센트>는 참신한 시도는 돋보였어도 그저그런 엮기가 되어버린 스토리였지만 무엇보다 유화느낌으로 고흐의 명작들을 살아숨쉬는 듯 되살려낸 그 영상미가 좋았어서
이번 <립세의 사계>도 일단 영상미에 한껏 기대하고 봤고 첫장면부터 만족이었어요.
미장센이며 색감이며 나무랄 데가 없었네요.
러빙빈센트가 2d가 움직이는 느낌이었다면 립세는 좀더 입체적인 3d느낌이라 유화 애니메이터 기법도 좀더 발전한 건가 싶었구요.
게다가 그저 풍경감상하는 애니겠거니 봤다가 스토리가 무슨 막장 저리가라여서 꽤나 놀랐습니다. 그 덕에 몰입도는 빈센트보다 훨씬 좋았구요ㅋ
배경설정이 19세기말~20세기초쯤 되어보이던데 그 시절엔 다반사였을, 어쩌면 지금도 폐쇄적인 공동체에선 있을 법한 그런 전개여서
특히 입체적이고도 추악한 인간군상들의 모습을 낱낱이 직설적으로 보여줘서
묘한 공감과 함께 마지막 결말이 무척 마음에 들었네요.
(찾아보니 1920년대에 노벨문학상을 탄 소설이 원작이라는데 대하소설같은 방대한 스토리에 인간과 심리묘사를 탁월하게 잘했지 않았을까 싶어집니다. 영화는 아무래도 꽤나 압축적으로 보였거든요. 엔딩이 다르다던데 그렇다면 전 영화엔딩이 좋네요.)
다만 초반에 캐릭터들과 관계설정 파악이 용이하지 않게 연출된 것 같아 그게 좀 단점인 것 같구요, 유화기법을 쓰다보니 인물들이 뒤섞일 땐 분간이 잘 안 되기도 합니다.
여주는 보는 내내 마고로비가 폴란드말을 하네 할 정도로 너무 닮아서...매력도가 상당했구요, 그래서 캐릭터 개연성이 컸습니다.
동유럽 특유의 느낌을 녹여낸 배경음악도 상당히 좋았구요.
처음엔 이걸 왜 굳이 유화로? 싶었는데 영화가 전개될수록 그 시대의 분위기를 한껏 느끼기에 유화가 참 탁월한 선택이었구나 싶었네요.
아트카드 처음 받을 땐 유화느낌 후가공에만 감탄했는데
영화 보고나서 보이는 주변인들 표현에 소오름!
관람일: 2024년 1월 12일 (☆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