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 마블이 여성 신캐를 띄어주기 위해 남성캐릭터들을 의도적으로 폄하하거나 남성혐오를 조장한다는 주장입니다.
이런 주장은 들을 때마다 제가 정신적으로 펄쩍 뛸 지경입니다. 전 TV 시리즈는 잘 안 보는지라 그쪽은 어떤지 알 수 없지만, 영화 관련해서 저런 소리가 나오는 걸 보면 영화를 제대로 봤는지조차 의심스러울 수준입니다. 그 예를 들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주장: 아메리카 차베즈와 스칼렛 위치를 띄어주기 위해 닥터 스트레인지를 폄하했다.
이 주장은 아무래도 닥터 스트레인지 관련 영화들을 제대로 보고 한 주장인지 의심스럽습니다. 아마 스칼렛 위치를 막은 사람이 아메리카 차베즈라는 것 때문에 저러는 것 같은데... 1편을 보면 이게 그리 이상한 전개는 아니라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실제로도 도르마무를 정신적으로 압박해서 물러나게 만든 장본인부터가 닥터 스트레인지 본인이니까요. 차베즈가 여러 차원을 넘나들 수 있다는 걸 생각하면, 스트레인지가 이걸 노렸을 가능성도 충분합니다. 이미 [엔드게임] 시절부터 대책없이 강력해졌던 스칼렛 위치가 순식간에 좌절한 걸로 봤을 때, 이건 탁월한 선택이었고요. 이게 남성혐오의 증거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캐릭터를 제대로 이해할 생각 이 있는 것 같지가 않아요.
주장: 제인 포스터를 띄어주기 위해 토르를 폄하했다.
이건 진짜 영화를 제대로 보고 하는 소린지조차 모르겠습니다. 일단 토르를 돌아보자면, 토르는 그동안 겪은 일들 때문에 정신상태가 완전히 박살났다가 이제 겨우 회복해가는 상태고, 작중 어딘가 좀 바보같이 구는 것도 어쩌면 내면의 고통을 잠시나마 잊기 위해 저러는 거일 가능성도 큽니다. 게다가 저러는 거와는 별개로 실력은 어지간히 녹슬지 않았다는 게 드러나는데, 중반부에는 교만에 찌들어 있는 제우스를 참교육시키기까지 하고, 비록 밀리긴 했지만, 고르와의 싸움에서도 상당히 활약했고요 (아이들한테 힘을 나눠줘서 약해진 상태였을 가능성도 적지 않습니다).
특히 토르를 제인 포스터로 교체할려는 영화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영화를 안 봤다는 인상을 주기 딱 좋은데, 왜냐하면 제인은 막판에 암으로 사망하기 때문입니다. 작중 사망하는 캐릭터가 기존 캐릭터를 교체할 목적으로 추가되었다고 주장하는 건 완전히 어불성설이지요.
주장: 남성혐오를 목적으로 주인공을 슈리로 교체했다.
이 영화가 남성혐오를 조장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솔직히 인격 자체가 썩은 게 아닌지 의심해 봐야 할 지경입니다. 다들 아시겠지만, 이 영화의 주인공이 슈리로 바뀐 이유는 트찰라 담당 배우였던 채드윅 보즈먼이 대장암으로 갑자기 사망한 게 원인이었고, 보즈먼의 영향을 생각하면 배우교체가 어려웠던 점도 컸습니다 (좀 다른 예시긴 하지만, 제임스 건이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Volume 3]에서 9개월동안 짤렸을 때 다른 감독들이 해당 영화의 감독이 되기를 계속 거부/사양했다고 하니, 이 경우도 비슷한 현상이 나타나지 않으리란 장담이 없었지요). 그리고 사실 다른 남성캐릭터들을 보자면 킬몽거는 죽었고, 와카비는 반역을 저질렀으니 블랙팬서가 되기에는 심각한 결격사유가 있고, 음바쿠는 분위기가 안 맞습니다. 당연히 남은 후보들은 나키아와 슈리밖에 없는데, 제가 보기엔 슈리가 원작에서 블랙팬서가 된 적이 있기도 하고 트찰라의 여동생이기도 해서 주인공으로 발탁된 게 아닌가 싶습니다. 솔직히 이따위(!) 주장은 채드윅 보즈먼이 무덤에서 뛰쳐나와서 호통을 쳐도 이상하지 않을 노릇입니다.
게다가 영화에서 음바쿠가 어떻게 묘사되는지를 보면 이 영화가 의도적으로 남성혐오를 조장한다는 주장이 얼마나 어불성설인지 알 수 있습니다. 물론 초반에야 늘 그렇듯이 우직한 태도로 나오지만, 중후반부에 네이머가 탈로칸인들에게 신으로 여겨지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는 잘못하면 사태가 겉잡을 수 없을 지경으로 흘러갈 수 있다고 간언하기까지 하니까요. 그리고 직접적으로 묘사되지는 않았지만, 막판에는 와칸다의 왕이 되었다고 하니 영화의 숨겨진 수혜자이기도 하고, 그가 보여준 의외의 통찰력을 생각하면 왕의 자격도 충분합니다.
주장: 캐시 랭을 띄어주기 위해 스콧 랭을 폄하했다.
이 영화가 MCU 역사상 평가가 가장 나쁜 영화긴 하지만, 이 주장은 영화를 한번이라도 제대로 봤다면 절대 할 수 없는 소리입니다. 스콧은 이 영화에서 꽤나 유능할 뿐만 아니라 양자영역에 들어간 뒤에는 책임감있는 모습을 계속해서 보인데다, 나름 정의감은 있어도 격투능력은 서투르기 짝이 없는 캐시에게 격투(?)스승이 되어주는 모습까지 보입니다. 캐시가 너무 빨리 배운다는 소리가 나올 수도 있겠지만, 이건 각본과 마블의 만성질환(...) 문제일 가능성이 더 커요.
그러니까 요점은 이 영화들이 마음에 안 들었다는 것 자체는 문제가 안 되는데, 최소한 궤변을 늘어놓지는 말자는 겁니다.
심지어 이 영화에서 개봉 이전에 네뷸라의 "그곳"이 작아 보인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남성혐오 조장 영화라는 전대미문의 궤변을 늘어놓던 사람들도 있었으니...
윗 영화들보단 더마블스 아이언하트 쉬헐크가 더 맞는 것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