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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 아카데미 기획전을 통해 작년에 놓쳤던 영화들을 도장깨기 하는 중인데 <엘리멘탈>을 보고 한마디로 반했습니다♡ 개인적으로 현시점에서 2023년 애니메이션 최고작으로 꼽고 (경쟁작들이 만만치 않아 가능성은 낮아보이지만)아카데미 수상을 적극 응원하게 되었네요. 나아가 작품상 후보에도 손색이 없지 않나 싶을 정도로 의미와 재미, 빼어난 만듦새를 갖추고있다고 봅니다. 전반적으로 경쾌한 톤의 애니메이션이지만 재작년 작품상 수상작인 <코다>와 결이 비슷하다고 느꼈는데 그만큼 박수쳐주고 싶은 사랑스러움이 이 영화에 가득합니다.

 

- 사실 이 영화의 테마와 서사 자체는 익숙하고 평범합니다. 요즘 트렌드인 다양성과 존중, 화합의 메시지를 바탕으로 결코 맺어질 수 없는 태생적 장벽에 부딪힌 두 사람의 기적같은 사랑을 그리고 있는 전형적인 러브 스토리입니다. 허나 그 모든 뻔함을 뛰어넘을 정도로 기발한 아이디어와 참신한 스토리텔링이 돋보이는 창의성 만점의 작품입니다.

 

- 제가 요즘 사주팔자에 관심이 많은데 그래서 이 영화가 더욱 흥미로웠습니다. 영화의 캐릭터 설정은 그리스 고대 철학과 음양오행의 원소 이론에서 모티브를 가져왔는데요. 본래 서양 고대 철학에서는 4원소(물, 불, 흙, 공기)를 언급하고 있지만 이에 동양 명리학의 5원소 중 나무를 추가한 것 같습니다. 명리학에는 공기 대신 금 즉 광물이 포함되는데 영화 속에서도 의인화된 캐릭터는 없지만 광물의 요소가 큰 역할을 합니다.

 

- 물과 불을 상징하는 두 주인공의 비주얼 뿐만 아니라 대사와 행동 즉 성격적인 측면에서 각각의 원소 특징이 너무나 절묘하고 입체적으로 묻어나와 감탄했습니다. 또한 캐릭터들 사이에서 나타나는 음양오행 작용들을 발견하는 재미가 있습니다. 이야기의 중심축이 되는 물이 불을 극한다는 상극의 원리는 물론이고 물이 나무를 생하고, 나무가 불을 생하며, 불이 광물(모래, 모래를 가공한 유리)를 극하는 등 여러 장면들에서 음양오행 이론과 작용을 꽤나 깊이있게 연구하고 디테일하게 묘사한 흔적들이 엿보입니다. 원소들의 특징과 작용이 만들어내는 온갖 해프닝들이 색다른 영화적 체험을 선사하는 동시에 유머 코드로서의 역할도 충족합니다. 그리고 오색찬란하고 재기발랄하면서도 섬세한 작화가 특별한 아이디어로 창조된 캐릭터와 세계관에 날개를 달아줍니다.

 

- 제 사주를 보면 물의 기운이 저를 대표하는 원소인데 그래서 그런지 물의 사람 웨이드의 대사들에 저도 모르게 뿌앵하는 순간들이 있었습니다.

"왜 남이 정한대로 살려고 해?"

"널 처음 만났을때 난 물에 잠겨있는 듯한 상태였어. 그러나 네 빛이 날 살아있게 만들어줬어. 그래서 너와 가까이 있고 싶어. "

"우리가 함께 해야하는 이유는 서로의 성질을 변화시키고 있기 때문이야."

제가 사랑에 빠졌을때 누군가에게 했던 말들을 그대로 읊는 것 같아 소름 돋았습니다. 여튼 최대한 엄근진한 태도로 이 영화를 보려고 애를 썼건만, 서로의 다름을 통해 각자 다듬어지고 더 좋은 사람으로 성장하며 그로인해 서로의 가치를 보다 깊이 발견해나가고 상호보완적 관계로 발돋움하는 둘의 러브 스토리에 눈시울이 촉촉해지지 않을 도리가 없었네요.

 

- 이 영화에서 음양오행 원리는 단순한 러브 스토리를 넘어 이민자들로 구성된 미국 사회의 메타포로서도 적극 쓰이고 있습니다. 모든 원소 중 생명을 이루고 유지하는데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고 볼 수 있는 물은 앵글로색슨과 유태인을 위시하여 미국 사회에서 다양한 주류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백인 중산층을 상징하는 듯 보이고, 그들의 관점에서 신비한 관습과 문화를 중시하며 그들만의 무리를 이루고 살아가는 불의 사회는 아시안(감독이 실제로 한국사람이었음), 그리고 공기는 지배 계층에도 진입했지만 무엇보다 스포츠계에서 여전히 압도적인 영향력을 떨치고있는 아프리칸 아메리칸을 상징하는 것 처럼 보입니다.(나무와 흙은 라틴계와 아일랜드, 이탈리아 쪽인가?) 어쨌든 각각의 원소로 상징되는 이 모든 민족들이 바다 건너 모여와 다양한듯 섞이기 힘든 연합 사회를 이루고 있다는 점에서 미국 사회를 적확하게 은유하고 있습니다.

 

- 언제든 도시를 파괴하고 잠기게 만들 우려가 있는 또다른 물인 '누수'는 이 영화에서 미국 사회에서 여전히 차별어린 시선과 우월주의에 젖어있는 일부 계층을 상징하는 듯 보이는데, 이또한 극적 긴장감을 증폭하는 동시에 메시지를 부각시키는 장치로 적절히 쓰이고 있습니다. 여기서 재밌는 점은 영화 속에서 물이 극하는 불이, 불이 극하는 광물로, 결국 물을 극하여 누수를 막아낸다는 사실입니다.(엄밀하게 명리학에서 물을 극하는 물질은 광물인 모래가 아닌 유기물인 흙이지만 이 둘을 크게 구분짓지 않은 영화적 응용으로 보임) 이는 비록 상극의 관계일지라도 서로의 차이점 마저 활용하여 생존과 공존이라는 더 큰 가치를 위해 연합할 때 세상을 유지 및 발전시킬 수 있다는 궁극적인 메시지로 이어집니다. 그러한 존중과 화합의 메시지가 앞서 말한 러브 스토리와 어우러져 자연스레 관객의 마음에 물처럼 스며들게 합니다. 이처럼 메타포를 활용한, 무겁지 않지만 설득력 있는 스토리텔링이 이 영화의 또다른 장점입니다.

 

- 서두에 말씀드린 대로 이 영화는 그냥 가볍게 보더라도 유쾌하고 사랑스럽기 그지 없습니다. 모처럼 기분 좋게 웃고 코 끝까지 찡한 시간을 보냈네요. <엘리멘탈>, 혹여 아직 안보신 분들께 강추드리며 픽사, 오스카까지 화이팅입니다!

 

common.jpeg-58.jpg

 

*별점 및 한줄평:

●●●●(4/5) 흐르는 물처럼 신선하고 타오르는 불처럼 눈부신 아이디어와 스토리텔링, 한계를 모르는 픽사.


발없는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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