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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220_003538.jpg

 

- 감독의 전작을 본 적이 없고 이 영화에 대한 사전 정보도 거의 없는 상태에서 관람했는데 일단 철학적으로 굉장히 흥미로운 영화였습니다. 생로병사와 희노애락의 굴레를 깨달아가며 성장하는 주인공을 내세워서 무신론적 실존주의를 다루고있는 듯 했으나, 페미니즘과 유신론적 관점까지 아우르며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 모든 존재하는 것들을 향한 "연민"이라는 테두리 안에 감독 자신만의 철학으로 귀결시키는 스토리텔링이 돋보입니다. 기독교와 불교에서 모티브를 따온 장치들도 눈에 띕니다. 평소 현실적 고민보다 '나는 누구인가' '삶은 무엇인가'와 같은 철학적 질문이 공허한 마음 속에 늘 자리하고 있다면 관람하는 내내 곱씹는 즐거움이 큰 작품이라 생각됩니다.

 

- 페미니즘 영화로서도 높이 평가하고 싶습니다. 얼마전에 본 <바비>가 무슨 음을 어떻게 내야 아름다운 선율이 되는지도 모른채 무작정 이것저것 다 두드리는 시끄러운 악기 소리 같았다면, 이 작품은 페미니즘을 관객에게 영화적으로 전달하는 방식에서 독창성과 노련함이 엿보입니다. 감독 자신이 말하고자 하는 바가 명확하게 정리되어 잘 쌓아올린 서사와 맞물리는 느낌이라 훨씬 설득력 있게 다가옵니다. <바비>에서 성장하는 바비보다는 처음부터 끝까지 예쁘게 꾸민 "마고 로비"만 보였다면, <가여운 것들>에서는 엠마 스톤의 파격적 변신보다는 처음부터 끝까지 정체성을 탐구하며 고민하는 여정 가운데 마침내 주체성을 가진 한 여성으로 거듭나는 "벨라"가 보일 뿐입니다. 그레타 거윅이 가서 한 수 배워와야 할 것 같습니다.

 

- 사람에 따라 불편하게 느껴질 수 있는 장면들은 많습니다. 영화 컨셉상 고어한 장면들과 섹스신들이 적나라한데 웬만하면 2시간 반 동안 단식을 권해드리고 싶습니다. 섹스신들도 수위가 높은데 에로틱하다는 느낌은 거의 없습니다. 여성 주인공이 주체적인 성적 탐닉을 해나간다는 점에서 라스 폰 트리에의 <님포매니악>도 연상이 되는데 <님포매니악>의 섹스신이 뭔가 독창적이면서 처연한 느낌이었다면, 이 영화에서의 섹스신들은 귀엽고 순수한 느낌에 가깝습니다. 어찌보면 섹스코미디 장르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 스토리텔링 방식이 어렵거나 내러티브가 난해한 영화는 아니지만, 다시 보면 놓치고 지나갔던 영화적 장치들을 다시금 발견하는 재미가 있을 것 같아 정식 개봉하면 한번쯤 더 관람해볼 예정입니다. 개인적으로 엠마 스톤의 두번째 오스카 여우주연상 수상은 유력해보입니다.

 

*별점 및 한줄평:

●●●●(4/5) '실존주의적 페미니즘'이라는 뇌와 '연민'이라는 심장을 이식받아 비상하는 '엠마 스톤'이라는 육체.


발없는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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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ㅇoㅇ 2024.02.20 00:46
    엠마 톰슨이 영화에 출연하나요?? 이영화 주인공 배우 이름은 엠마 스톤입니다~~
  • @ㅇoㅇ님에게 보내는 답글
    발없는새 2024.02.20 00:48
    이런ㅋㅋㅋ 살짝 졸린 상태라 이름 헷갈렸네요 수정했습니다
  • 27493 2024.02.20 02:05
    기대되는데 감독이 감독인 만큼 고어도 보통이 아닐 것 같아서 겁나네요… 😂 바비도 분명 인위적이기는 하지만 떠먹여 주는 쉬운 페미니즘이었다고 생각해서 가여운 것들 보고 무코님처럼 비교해 보고 싶군요
  • @27493님에게 보내는 답글
    발없는새 2024.02.20 03:00
    <바비>는 말씀하신대로 의도 자체는 쉽게 떠먹여주려는 것 같긴 하지만 메시지만 둥둥 뜨는 느낌인데다 그마저도 중구난방이라 정신 없는 강의 듣는 기분이었는데, 확실히 이 영화는 내러티브 안에 메시지가 잘 녹아들어 있어요 전 오히려 이 영화에서 말하는 페미니즘이 더 공감가고 쉽게 이해되더라구요 관객은 이야기 속에서 페미니즘을 이해하고 싶은거지 페미니즘 속에서 이야기를 듣고싶은게 아니니까...
    <바비>가 메시지 전달에 욕심 부리지 않고 소재와 장르를 잘 살려 바비 캐릭터의 서사에 충실했더라면 이 영화의 순한맛 같은 느낌도 들었을것 같고 보다 좋은 평가를 받지 않았을까 싶었습니다..
  • @발없는새님에게 보내는 답글
    27493 2024.02.20 11:49
    저는 그레타 거윅 감독이 지금까지 한 작품들을 보면 바비는 참다참다 쓴 이야기라고 생각했어요 ㅋㅋㅋㅋ 이것도 이해 못 하면 답이 없다는 식으로 우겨넣는… 그래서 바비의 비주얼과는 좀 동떨어지게 대사가 무거워지는 장면도 분명히 있었지만 어쨌든 그렇게 노골적으로 하고 싶은 말을 다 담은 건 의미 있는 시도였다는 생각은 들더라고요 아무튼 가여운 것들에는 더 잘 녹아들어 있다니 너무 기대됩니다!! 평 감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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