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2.jpeg

 

<로봇 드림>은 2024년 아카데미 시상식 장편 애니메이션상 후보로 선정됐습니다. 저한테는 3달 전부터 이 영화를 볼 수 있는 기회가 있었는데, 아카데미 후보작이라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되어 극장에 부랴부랴 보러 갔습니다. 솔직하게 말씀드리면, 영화를 보기 전에는 유아용 애니메이션이라 생각하고 큰 기대는 안 했는데 영화를 보면서 제대로 눈물을 쏟아냈네요.

 

 

<로봇 드림>은 뉴욕에서 홀로 외로움을 타고 있는 개 '도그'가 자신의 친구가 되어줄 로봇을 주문하게 되고, 그 둘은 가깝게 지내며 나날이 깊은 우정을 쌓아가지만 의도치 않게 그 둘이 물리적으로 멀어지게 되면서 그 둘 사이에 일어나는 관계의 변화를 그리고 있는 작품입니다.

 

<로봇 드림>은 단순하지만 편안한 느낌의 그림체로 우정에 관한 이야기를 친근하고 감성적으로 그려내고 있는데 이 영화에서 눈길을 끄는 것은, 이야기 전반에 깔려있는 관계에 대한 통찰입니다.

 

보통 창작물에서 우정은 불변하는 것이라 다뤄지기 마련인데 <로봇 드림>에는 '우정도 관계의 일종이라 변할 수 있는 것'이라는 생각이 바탕에 깔려있습니다. (한편 이 영화는 사랑 이야기로 보이기도 합니다. 주제의 폭이 생각보다 넓은 영화겠죠)

 

영화는 초반 30분을 넘어가면 로봇의 시점과 도그의 시점이 교차되면서 진행되는데, 각자가 겪는 가혹한 외로움의 풍경이 관객의 심금을 두드리면서도 그 외로움에 의해 풍화되어가는 우정이 어떻게 변해가는가를 섬세하게 그려내어 마치 픽사 영화가 떠올려지는 성숙하면서도 감동적인 엔딩을 만들어냅니다.

 

영화 제목에서 암시되는 만큼 꿈이라는 테마가 반복되는데, 영화는 로봇과 도그가 꾸는 서로에 대한 꿈과 그 꿈을 방해하는 현실의 극명한 대비를 통해서 낙천적인 희망만을 이야기하지는 않아 보입니다. 하지만 영화는 관계의 변화를 어떻게 받아들일 수 있을지에 대해 낙천적으로 이야기합니다. 그 주제를 이야기에 착상시키기 위해 Earth, Wind & Fire의 명곡 <September>를 선곡한 것은 훌륭했습니다.

 

이 영화에는 대사가 없습니다. 오로지 애니메이션 자체가 가진 표현력으로 순도 높은 감정을 풍부하게 그리고 있습니다. 애니메이션으로서 가진 섬세한 화술 자체도 뛰어나지만 거기에 타인과 관계를 대하는 세심한 태도가 녹아들면서 이 영화는 결국 마음 깊숙한 곳까지 심금을 울리는 영화가 된 것 같습니다.

 

별점은 ★★★★ 

 

사담으로, 이 영화를 보다보면 여러 할리우드 영화들이 머릿 속을 스쳐갑니다. 감수성은 얼핏 보면 <아이언 자이언트>를 닮은 것 같기도 하고, <오즈의 마법사>나 버스터 키튼의 단편 <일주일> 등의 오마주가 들어가 있기도 하고, 다르게 보면 <이터널 선샤인>이 떠오르기도 하고... 그런 거 찾아보는 재미가 있더라구요.

 

장면들을 곱씹어 볼 수록 생각할 거리가 많은 영화입니다. 로봇과 도그의 관계의 진실을 추측해보게 되기도 하고,영화가 꿈이라는 매개를 다루는 방식도 흥미로운 지점이 있는데 여기서는 이만 줄이겠습니다.


Atachment
첨부 '1'
이전 다음 위로 아래로 스크랩 (2) 게시글 수정 내역 댓글로 가기 첨부
  • 해리와포터 2024.02.24 10:56
    무코님 후기보고 저도 예매했어요
    어떤 무코님 후기에서 얼핏 엘리멘탈 얘기도 있었던거같은데 기대됩니다!
  • @해리와포터님에게 보내는 답글
    ㅇㅇㅅㄹ 2024.02.24 11:07

    개인적으로 너무 감동받은 작품이라 이 좋은 영화를 알리고 싶은 마음에 후기를 휘갈겼습니다
    제가 진진 배급사 관련자는 아니지만요 ..ㅋㅋ

  • profile
    PIFF 2024.02.24 12:02
    개인적으로도 너무 좋았네요.
    중반이 조금 지루하긴랬는데 초반 우정을 쌓는 이야기도 재밌었고 특히 앤딩에 눈물이..
    이런 애니에 눈물 흘릴줄이야 ㅎ;;
    꽤 많은 생각을 하게 하더군요.
    ★★★★

List of Articles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공지 파트너 계정 신청방법 및 가이드 file admin 2022.12.22 382515 94
공지 [CGV,MEGABOX,LOTTE CINEMA 정리] [38] file Bob 2022.09.18 388419 133
공지 💥💥무코 꿀기능 총정리💥💥 [103] file admin 2022.08.18 719878 202
공지 무코 활동을 하면서 알아두면 좋은 용어들 & 팁들 [63] admin 2022.08.17 468439 148
공지 게시판 최종 안내 v 1.5 [64] admin 2022.08.16 1103433 141
공지 (필독) 무코 통합 이용규칙 v 1.9 admin 2022.08.15 353715 169
더보기
칼럼 <기예르모 델토로의 피노키오> 교육이란 무엇인가 [19] file 카시모프 2023.04.26 2032 30
칼럼 <퓨리오사와 나무-Ⅱ> 좌우 운전석, 세계수 설화와 性 (물푸레나무의 바디와 눈물 / 스포) [4] file Nashira 2024.06.16 729 3
현황판 인사이드 아웃2 굿즈 소진 현황판 [23] updatefile 너의영화는 2024.05.22 16313 26
현황판 존 오브 인터레스트 굿즈 소진 현황판 [22] updatefile 너의영화는 2024.05.29 16835 18
불판 7월 1일(월) 선착순 이벤트 불판 [4] new 무코할결심 17:03 1074 11
불판 Bifan2024 일반예매 불판 [11] 너의영화는 2024.06.27 1964 8
쏘핫 무코 활동을 하면서 알아두면 좋은 용어들 & 팁들 [63]
2022.08.17 468439 148
쏘핫 [CGV,MEGABOX,LOTTE CINEMA 정리] [38] file
image
profile Bob
2022.09.18 388419 133
쏘핫 메박 이시아서 크리스마스 기적이 일어났네요 [29] file
image
2023.12.21 6182 123
쏘핫 개그맨 박성광 영화에 한줄평 남긴 평론가 논란.JPG [54] file
image
2023.03.17 8160 112
쏘핫 신작 소식과 함께 [41] file
image
2023.12.31 3719 111
쏘핫 김준수 콘서트 실황 영화 개봉 예정 [7] file
image
2024.05.14 5017 109
쏘핫 <듄: 파트 2> 글로벌 내한 확정 [39] file
image
2024.01.25 11161 106
쏘핫 8/16(화) 선착순 쿠폰 정리 [55]
2022.08.16 2970 105
쏘핫 레카 때 싸인 훔쳐 가신 여성 분 이거 보시면 쪽지 주세요 [43]
2024.02.23 10018 103
쏘핫 티모시 인기많은건 알겠는데요 [67]
2024.02.22 8096 103
쏘핫 [영화관 길찾기] 용산CGV, 코엑스메가박스, 영등포CGV 가는 법 (+지도) [45] file
image
2023.08.01 7980 98
쏘핫 산책하다가 마블 주연 배우 만날 확률 [31] file
image
2023.08.30 3067 97
쏘핫 최동훈 감독 : 티켓 가격 내려야한다 [36] file
image
2023.03.05 2899 97
쏘핫 이렇게 한국영화 꼬꾸라지는 걸 누굴 탓하리 [10]
2023.03.21 3902 93
쏘핫 역대급 태도였다는 영화 '바비' 마고 로비 내한..jpg (펌) [17] file
image
2023.07.02 3099 92
쏘핫 (스포/극극극불호) 난 강의들으러 온게 아닌데..( 바비 후기) [26]
2023.07.23 2523 91
쏘핫 상호간 존중을 부탁드립니다. [11]
2022.11.26 2334 90
쏘핫 마고 로비 톰 애커리 부부 인성은 최고입니다 (경험담) [12] file
image
2023.07.04 5824 88
쏘핫 제가 싸인지 훔쳐갔다고 하신 분 허위사실로 고소하겠습니다 [42] file
image
2024.02.24 11077 85
쏘핫 혼영족 객단가 이야기는 상처긴하네요 [76]
2023.08.14 4186 84
이전 1 2 3 4 5 6 7 8 9 10 다음
/ 377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