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ko.kr/5965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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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에서 열린 시사회에서 보고 온 여기는 아미코 후기입니다.

 

일단 극장 환경은 너무 아쉬웠습니다. 다른 영화관들도 소리가 들어오긴 한다지만.. 용산 CGV는 조용한 아트영화보기에 정말 안맞는것 같습니다. 이 영화는 아미코 라는 아이가 바라보고, 듣는 세상에 관한 묘사가 꽤 중요한 영화라고 생각되어지는데, 그 두개중 하나인 소리에 대한 것을 완전 덮쳐버립니다. 하필 옆에서 뭔 그렇게 블록버스터가 또 상영됬나 싶었습니다. 전에도 몇번 느꼈지만 이번에는 특히, 사운드가 작품에 무척 중요한 요소를 차지하고 있는데 영화 내내 종종 작품의 몰입이 깨졌던게 아쉽습니다.

 

아래는 영화 내용과 스포일러, 생각이 섞여있습니다. 쓰다보니 생각보다 길어졌습니다.

본문은 높임말을 쓰지 않았습니다.

 

 

 

image.png.jpg

 

 

우선 이 영화의 주인공은 아미코는 처음에는 정말 카메라가 없는 듯한 연기를 보여준다. 어떨땐 그 순진무구한 모습을 길게도 보여준다. 이 영화는 시사회 시작전 대표께서 이야기 하듯 서사로 감정을 끌어나가는게 아닌, 상황에 아랑곳 않고 존재하는 아미코의 연기와 시각적, 청각적 요소를 과감하게 사용한 연출을 통해 관객이 그것들을 짐작하고 스스로 생각하게끔 한다.

 

일단 영화는 초반부터 알량한 예상을 빗나갔다. 주인공 아미코는 자신의 집에서 서예수업을 듣는 짝사랑 노리를 훔쳐보다가 들키자 도망가지 않고 선생님이자 엄마가 문을 열 때까지 그 자리에 서 있는다. 도망가지 않는다. 혼날 것을 두려워 하거나, 그것이 혼날 일이 라는 것에 대한 인지가 전혀 배제되어 있다. 그보다 더 예상을 깬 것은 노리가 자신이 쓰던 글자를 들어서 선생님에게 보여줄 때, 먹물이 아래로 쭉 흐르는 장면과, 그것을 보고 아미코가 쥐고있던 옥수수를 더 세게 움켜쥐며 물이 바닥으로 뚝뚝 흘러내리는 장면이다. 

 

아미코가 짝사랑하는 노리는 아미코를 좋아하는 것 같진 않지만 그래도 무뚝뚝 하게 어울려준다. 집 마당 화단에 있는 금붕어와 개구리의 (이 부분이 틀렸을 수 있다) 묘에 같이 합장을 하기도 하며 말이다. 아미코 가족의 묘한 분위기를 느낄수 있는 시작은 깜짝 생일축하파티를 할 때 부터였던것 같다. 가족사진을 찍는 이는 아빠도 엄마도 오빠도 아닌 아미코다. 영화를 볼때는 엄마의 태도가 더 부자연스러워서 거기에 더 초점을 맞췄었지만 생각해보니 그 상황 자체가 넌센스다. 자신의 생일 기념사진에 자신이 배제되는 것. 영화는 이미 시작부터 아미코의 상황을 이렇게 그리고 있었다. 그리고 여기서 아미코는 엄마가 잠깐 기다리라며 머리를 만지는 사이에 사진을 찍게 되고, 거기에 빈정상한듯 보이는 엄마는 다시 사진찍는 것을 거부한다. 여기서 엄마의 태도와, 그것을 제대로 중재하지 못하는 아빠의 모습, 그리고 계속해서 익살스러운 포즈를 취한은 오빠를 통해 아미코 가족의 관계와 상태를 유추해볼수 있겠다.

 

아미코는 자신이 좋아하는 것에만 집중한다. 초콜릿과자는 초콜릿만을 발라먹는다. 그런데 그것을 짝사랑하는 노리 에게 준다. 마치 원래 그런 과자인 것처럼 말이다. 글을 쓰다 보니 아미코는 과자를 더 좋아할지 노리를 더 좋아했을지 궁금해진다. 아마 특별하지 않은 일상에서는 눈앞의 초콜릿이 더 먼저이지 않을까. 아니면, 일부러 간접키스 같은 장난을 생각하며 자신이 초콜릿만 핥아먹은 과자를 노리에게 준걸까? 

 

아미코의 엄마는 임산부다. 궃은 날씨에 갑작스럽게 산통이 오고 구급차가 오지 못해 결국 남편이 겨우 차에 태워 병원으로 향한다. 집에 남겨진 아미코와  오빠는 이제는 아이가 나오지 않았을까 하지만... 아이는 유산된다. 영화에서 직접적으로 보여지진 않지만 이후 아이없이 오는 아빠 엄마, 그리고 제대로 알지 못하는 아미코에게 설명하는 장면을 통해 영화에서 드러난다. 

 

아미코의 엄마는 아이가 유산된 이후 종종 자신에게 먹을 것을 가져다 주는 아미코를 좀 더 따뜻하게 대한다. 아마 그것이 단순히 기력이 없고 우울해서 인지, 아이를 잃고 나서 아미코라는 존재를 각별하게 여겼는지는 모르지만.. 어쨌든 잠시 어떤 따스한 기운이 피어나던 분위기가 지나가고, 아미코는 쉽게 말해 '사고'를 친다. 짝사랑하던 노리, 그러니깐 서예를 곧잘하는 노리를 꿰어서 동생의 묘비를 쓴 것이다. 그리고 앞서 노리와 함께 합장을 하던 다른 생물들 의 묘 옆에 그것을 꼽고 겨우 기력이 회복되었을 엄마를 끌고가 그것을 보여준다.

 

이 장면은 이 영화에서 은근한 긴장감을 잘 보여주는 장면이다. 단숨에 그곳으로 향하는게 아니라, 몇개의 문을 구비구비 지나 그곳에 당도한다. 관객에게는 그 짧지만 예상보다 긴 장면의 긴장감이 폭풍전야와 같다. 어쨌든 여러개의 문을 통과해서 결국 자신이 유산한 아이의 묘비를 본 엄마는 소리를 지르며 흐느낀다. 아빠는 엄마를 데리고 들어가고, 오빠는 아미코의 행동을 '장난'이라고 치부한다. 그리고 학교에서 아미코는 이일 때문에 노리 에게 날라차기?를 맞게된다..

 

그렇지 않아도 종종 무책임해 보였던 가족은 이 사건을 계기로 급격히 변화한다. 보통의 영화에서는 아마 중요하게 다뤄줘야할 이 시점의 갈등은 아마 이 영화의 흐름에서도 가장 주요한 부분인데, 이 부분은 과감히 생략되었다. 그리고 그 이후에 아미코를 비롯한 가족들의 태도를 통해 그 과정이 매우 온전치 못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오빠는 담배를 피기 시작하고, 그것을 일러바친 아미코를 험하게 대한다. 아빠는 별다른 제재를 하지 않는다. 아빠의 무관심은 더 심해졌고, 오빠는 완전 삐뚤어진 것이다. 엄마 또한 자신이 선생님인 서예시간에 졸고, 학생들은 닌텐도를 한다. 게다가 이제 오빠는 학교에서도 이름난 소위 일진이 되었다.

 

또래 아이들에 비해 키가 작은 아미코. 아미코는 그대로다. 생각도, 어쩌면 지능도 그대로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오빠는 분명하게 변해있다. 화장실에서 아미코에게 소위 학폭을 하던 아이들은 아미코의 오빠의 이야기를 듣고 물러난다. 몸이 자라지 않은 만큼 어쩌면 아미코의 내적 성장도 더뎠을지 모르겠다고 생각했는데, 다른 의견들을 보고나니 단순히 성장이 느린것이 아니라 아미코와 다른이들의 상대적인 시간의 차이를 표현하는 연출이었다 생각이 들게된다. 물론 양쪽의 해석 다 의미하는 바는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더이상 오빠의 모습이 보이지 않고 아미코는 더욱 고립되는 듯 보인다. 물론 아미코서 그런 감정이 티나진 않는다. 그렇지만 방에 혼자있게 된 아미코에게 윗층에서 소리가 들리기 시작한다. 마치 귀신소리처럼 말이다. 그럼에도 아빠는 아미코에게 관심을 갖지 않는다. 

 

아미코는 어리기에 어쩔 수 없이 가정폭력과 같은 방임에서 스스로 벗어나질 못했을 것이다. 어쩌면 그곳에서 벗어난다 라는 선택지를 생각지도 못했을 수 있다. 하지만 난데없이 오빠가 와서 돈을  훔쳐가고, 아미코가 있던 방에서 베란다에 있던 새의  둥지를 던져버린다. 어딘가 바닥에 내동댕이 쳐졌으리라 예상했지만 창밖 나뭇가지에 걸친 둥지 속 알과 그 옆에 있던 개구리(?) 처럼 어쩌면 아미코는 가족이라는 둥지를 벗어나야만 살 수 있는 것인지 혹은 그렇게 될 수 밖에 없는 미래 예측이었는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결국 이것으로 아미코는 환청같던 소리를 듣지 않게 된다. 둥지를 던져버린 그 의미심장한 행위는 데리고 나갈수도, 그대로 놔둘수도 없는 동생을 향해 어쩌면 오빠가 행한 무뚝뚝한 최선이었을까.  

 

그렇게 영화 속에서 언젠가 사라졌던 오빠가 일진양아치의 모습으로 잠시 들어와 아미코를 해방 아닌 해방 시켜주지만, 결국 오빠도 아미코를 남겨둔 채 폭주족의 무리로 다시 들어간다. 이 영화에서는 사운드를 통해 아미코의 시점이나 심경을 드러내는 장면들이 많지만 나는 이 부분에서 감독이 정말 의도적으로 사운드를 영화에서 하나의 주요한 요소로 사용하고 있다고 느꼈다. 현장음은 사라지고, 연출로 취하고자 했던 소리만 남은, 그 오빠가 섞여있는 폭주족 무리들이 떠나는 뒷모습에서 말이다.

 

짝사랑하던 노리의 글씨를 알아보지 못하고, 심지어 어느순간부터 유령처럼 묘사되던 노리에게 구타까지 당하는 아미코. 볼이 탱탱하게 부어오를 정도로 폭행당한 아미코는 어쩌면 여기서 자신의 마음을 닫게 완전히 닫게 되었을까. 그것은 어쩌면 몸이 아니라 어떤 마음의 상처였을까. 아무튼, 영화에서 아미코에게 가족보다 중요한 존재는 어쩌면 학교에서 자신의 옆자리에 있던 남학생이다.  그 까까머리 소년은 처음엔 아미코에게 위해를 가할듯 보이지만 우스꽝스럽고 새침하게 아미코를 걱정한다. 그리고 정곡을 찌르는 이야기들을 던진다. 그 말들은 돌이켜보니 결국 '아미코 너 괜챃아? 사실은 아니잖아' 의미로 여겨졌다. 

 

그럼에도 결국 아미코가 함께 할 수 있던 건 자신만의 세계의 망자들이다. 이제와 생각해보니 아무 사심없이 죽은 것들을 위해 합장하던 아미코 이기에 그들을 보고 들을 수 (또는 상상속에 떠올렸는지) 있었는지 모르겠다. 그러니깐 실은 애초에 아미코가 엄마에게 했던 행위는 받아들임의 문제이지 행위 자체의 문제, 나아가 잘잘못을 따질것도 없는 행위가 아닐까. 아미코의 행위는 어쩌면 누군가에게는 굉장히 따뜻한 장면이 되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결국 이사가는 듯 할머니집에 맡겨진 아미코. 그곳 바닷가에서 아미코가 바라본 망자들의 손짓은 어떻게 보면 오지 말라는, 어떻게 보면 가라는, 어떻게 보면 작별의 인사처럼 보였다. 어쩌면 그 모든 의미일까? 할머니 집으로 맡겨지기 전 아미코가 학교에서의 까까머리 소년에게 물을때, 이미 아미코는 이전의 순진무구한 아미코가 아니었다. 아마 여전히 순수 혹은 지능적인 장애가 존재할진 모르겠지만 확실한건 더이상 세상을 향해 질문을 하고 대답을 기다리지 않는 눈치였다. 마치 더 이상 인간에게 순수한 애정을 드러내지 않을 듯 말이다. 

 

영화 카피처럼 누구도 아미코에게 무언가를 제대로 대답한 적이, 알려준 적이 없다. 유산되었던 아이가 아들인지 딸인지 아주 늦게 알려주게 되었고, 까까머리 소년도 아미코의 질문에 제대로 대답하지 않았다. 그래서 아미코는 계속해서 무전기를 들고 말하듯 상대방의 이야기를 기다렸을 것이다. 

 

문득 예전에 인터넷에서 본, 티비 속 울고있는 만화 캐릭터에게 휴지로 눈물을 닦아주려하던 아이 사진을 떠올려본다. 아이의 지능 뿐 아니라, 감정, 사회성 모두 경험과 학습에서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말할 수 있나.  순수한 아미코는 어쩌면 그것들의 부재로 인해 같은 시간속에서 다른이들처럼 성장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러니 그 순수는 어느 시점을 지나서는 슬픔이 되는 것일지 모르겠다.   


profile 니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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