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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 BFI 아이맥스에서 필름 아이맥스 버전으로 <듄: 파트 2> 감상했습니다. 

 

오펜하이머도 그랬고 필름으로 보면 화면에서 그레인(노이즈)이 약간 느껴지는데, 안그래도 이번 듄 2가 스타워즈를 비롯해 매트릭스 2, 매드맥스, 블레이드 러너 2049, 프로메테우스 등등 기존의 여러 SF 고전들이 많이 겹쳐보이던 와중에 사막 장면에 필름효과까지 더해지니 뭔가 80-90년대 분위기의 클래식한 SF 명작을 보고 있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런 느낌으로 풀화면에서 보니 초반에 병사들이 줄지어 날아서 절벽을 올라갈 때 진짜 그 외계적인 느낌을 잘 잡은 연출을 보면서 정말 내가 EPIC 그 자체를 보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뭔가 기묘하면서도 장엄한 장면들을 보고 있으면 드니 빌뇌브는 정말 극한의 비주얼리스트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지만 이번 영화의 빌뇌브는 거기서 멈춘 것 같습니다.  

 

많은 무코 분들이 이미 지적하신 대로 영화가 비판할 지점들이 꽤 보이더군요. 러닝 타임이 2시간 45분이라는데, <오펜하이머>나 <아바타 2>처럼 차라리 3시간으로 가서 관객들 엉덩이뼈를 뽑을지언정 폴이 프레멘들에게 인정받는 과정과 마지막 전쟁에서 주인공 세력이 적 세력을 진압하는 과정을 총 10분이라도 더 보여줘야 했다고 봅니다. 워너의 압력 때문이란 얘기도 있고 원작은 더 건너뛴다는 얘기도 있지만..

 

잘 가던 이야기에 점프가 일어나서 툭툭 끊길 때마다 이게 대체 뭔가, 아무리 비주얼적 스케일이 종종 순간적으로 반지의 제왕 급이어도 이야기 전개가 이래서 서사의 설득력까지 낮아지면 대체 어떻게 반지의 제왕 삼부작이나 다크나이트와 동급으로 비교될 수 있다는 건가 싶었어요. 이 영화들은 그야말로 스토리텔링의 정점을 보여주니까요. 듄2도 약간의 기지를 좀 더 발휘해 좀 더 매끄럽게 만들 수 있지 않았을까 싶네요. 제 기준으로는 듄 2의 서사를 완벽이라 극찬하는 호평들은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그외에 블레이드 러너 2049에서부터 빌뇌브 감독 자체에게 느꼈던 어떤 단점이 이번 영화에서도 비슷하게 느껴지더군요. 예를 들어 시카리오나 컨텍트까진 전혀 안그랬는데, 블러와 듄 시리즈는 영화를 볼 때 몰입을 유지하기 위해 좀 더 심적인 인내력과 몸의 체력을 요구하는 것 같아요. 이번 작품도 중간에 조쉬 브롤링이 나오는 이후부터 힘이 들어서 눈도 1초씩 잠깐 감아주고 목도 내내 뒤로 기대며 봤습니다. 자세하고 느린 호흡 자체는 괜찮았는데 그야말로 편의적이고 이미지들의 나열이었던 클라이막스의 감흥은 매우 떨어졌어요.

 

그래도 이 작품의 의의와 가치는 높다는 사실은 인정하고, 끝나고 극장에서 박수들 많이 치더라고요. 또 이삼 년에 한 번 극장에서 볼까말까한 수준의 시네마틱 경험 그 자체이긴 했습니다. 그만큼 잘 만들긴 했다는 뜻이지만, 그렇지만 IMDb 평점 역대 최상위권에 당당하게 올라있을 만한 작품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앞으로는 폴의 서사가 더 이상 상승 곡선이 아닌 점에서, 영웅 vs 반영웅 그 두 갈래 길의 중간지점에 정확히 서 있던 이번 2편의 폴의 내면을 이번 영화가 조금만 더 뛰어나게 다루었으면 좋았겠다는 아쉬움이 상당히 크네요.

 

듄 시리즈를 끝내고 나면 빌뇌브 감독은 다시 현대 스타일로 돌아와서 시카리오 3편도 해주셨으면 좋겠다는 개인적 소망입니다. 아이맥스 극장에서 조지 밀러 감독의 퓨리오사 예고편을 보니 5월이 기다려지네요.

 

 

평점 : 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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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file joon3523

https://blog.naver.com/movieinlond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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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밀레니엄팝콘 2024.03.02 01:56

    필름 아이맥스 버전 체험해보고 싶군요. 설명해주신부분으로 상상이 될듯 말듯 합니다.
    오늘 저도 용아맥에서 처음 접했는데, 비판부분에서 크게 공감이 갑니다. 엉덩이뼈 헌납 가능했는데,

    그나저나 이래저래 저 포스터는 탐나는군요. 영화에서 임팩트있는 장면이었습니다.

  • @밀레니엄팝콘님에게 보내는 답글
    profile
    joon3523 2024.03.02 03:08

    용아맥 테넷의 기억과 작년 이곳 런던BFI 오펜하이머 필름을 비교하면, 다른 영화긴 해도 화질이 선명한건 생각보다 서로 별 차이가 없었습니다. 그보다는 미세한 그레인 효과(이것도 신경안쓰면 잘 안보입니다), 가끔 스쳐가듯 보이는 작은 필름 손상들, 로고나 선의 미세한 떨림 같은 것들이 LP나 테이프처럼 확실히 물리매체를 돌려서 보여주고 있구나라는 느낌은 들었죠. 아마 색감도 약간 다를거에요. 그리고 무엇보다도 내가 필름으로 보고 있다는, 즉 오리지널을 보고 있다는 그 생각이 영화를 볼 때 경험하는 관객으로서 만족감, 어떤 친밀감, 최신 영화여도 뭔가 세월이 담긴듯한 그런 주관적 느낌들로 이어지는 것 같습니다.

    사실 오늘 제가 본게 개봉일 2회차였는데, 처음에 아이맥스 인트로가 나오다가 도중에 끊겨서 영사사고가 날 뻔 했습니다. 금방 해결되긴 했지만요. 그런걸 보면 아이맥스 필름 상영관은 한국뿐 아니라 전세계 어디에라도 새로 짓거나 설치하는건 불가능해보입니다. 이번 듄 2도 여기 런던 BFI가 유럽의 유일한 아맥 필름 상영관이라고 홍보하던데, 영국 런던은 그래도 전세계 영화인들이 업무를 보거나 행사를 하러 매우 자주 들르는 문화계의 메카 중 한 곳이기도 하고 이 영화관 자체도 역사가 꽤 있기에 유지가 가능한 거겠죠.

  • @joon3523님에게 보내는 답글
    밀레니엄팝콘 2024.03.05 23:05
    상세하고 재미있는 설명 감사합니다.
  • 송돌비5분거리 2024.03.02 13:09
    70mm 아이맥스 필름상영관은 해상도가 어떻게 되나요?

  • @송돌비5분거리님에게 보내는 답글
    profile
    joon3523 2024.03.02 18:04
    70mm 필름은 최소 12K에서 최대 18K 사이라고 다들 추정하는것 같더군요. 근데 실제로 보면 4K 레이저보다 3-4배나 더 뛰어나다는 느낌은 안들고 약간 더 또렷한 듯한 느낌 정도입니다. 놀란 작품 기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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