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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보며 찬찬히 뜯어보니 확실히 2편은 후반부가 아쉽네요...

 

폴이 남부에 가서 생명수를 마신 후 부터 내러티브의 설득력이 다소 떨어지기 시작합니다. 한마디로 뒷심 부족.

 

초중반부까지는 비록 친절하지 않게 축약된 부분들이 있을지라도 방대한 서사의 압축에 따른 영화적 여백의 당위성 면에서 납득이 가며 개연성 면에서도 이해하는데 무리가 없습니다. 1편에서 아버지를 잃고 프레멘족에 합류한 폴이 사막에서의 배움과 시험을 통해 그들에게 인정받고 프레멘의 전사로 거듭나는 과정과 그 가운데 자신을 돕는 여전사 챠니와 자연스레 눈이 맞아 러브 라인을 만들어나가는 전개는 무난합니다. (다만 하코넨측 서사에서 페이드 로타와 베네 게세리트 레아 세이두의 그날 밤 사건(?)을 다소 매끄럽지 못하게 암시만 던지고 지나간 부분은 좀 갸우뚱해집니다. 이 부분은 3편을 위한 떡밥인지 두고봐야 하겠네요.)

 

여튼 남부에 도착한 폴이 어머니의 계획에 따라 생명수를 마신 이후의 서사가 맥이 풀리는 느낌인데요. 어머니한테 자신의 혈통을 알게 됐다고 고백하며 하코넨식으로 해야된다는 말을 던지더니 갑자기 흑화합니다. 문제는 이 선택이 메시아 스토리가 중심인 듄 시리즈 전체에 있어 가장 중요한 지점처럼 보이는데, 출생의 비밀을 바탕으로 자신의 정체성을 놓고 고뇌하는 모습이 전혀 없이 뒤이은 의회씬에서 "내가 메시아다"라며 급발진하는 형국으로 비춰지는 것입니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자신을 우상화할 대중들과 권력으로 변질될지 모르는 어두운 미래가 두려워 남부에 가는것 조차 주저하며 영화 내내 메시아 되기를 거부하던 폴이 혈통의 비밀을 알게되자 마자 갑자기 JMS로 빙의한것도 아니고.. 단순히 예언이 성취되었고 운명을 받아들였다고 단정하기에는 따져볼수록 좀 당혹스러운 부분입니다.

 

메시아가 되기로 한 폴의 선택이 보다 설득력을 얻기 위해서는 먼저 1편 혹은 초중반부에서 폴의 혈통에 대한 어떠한 암시나 빌드업이 존재했어야 했고, 나아가 "나 알고보니 하코넨 사람이야!"씬과 "내가 메시아야 나를 따르라!"씬 사이에 챠니, 스틸가, 거니 등의 인물들과 이를 놓고 다양한 관점에서 대화하며 폴의 선택에 타당성을 부여하기 위한 고뇌의 장면들이 좀 더 담겼어야 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그랬다면 폴의 복수심에 보다 무게를 실어주는 동시에 대의명분 또한 견고히 함으로써 결국 챠니를 배신할 수 밖에 없었던 불가피한 선택도 관객 입장에서 자연스레 납득되었을 것 같습니다. 뒤늦게 "내가 숨을 쉬는 한 널 사랑할거야."라는 대사를 뜬금없이 날릴 때 "뭐 이런 또라이가 다 있어?"라는 극혐의 눈빛으로 응수하던 챠니의 표정에 더 공감이 가니 살짝 난감했습니다.

 

클라이맥스 전투 장면도 아쉬움이 남습니다. 폴이 동서남북으로 에워싸서 공격하는 전술을 기껏 설명해놓고 정작 이어지는 전투 장면에서는 거대 모래벌레로 쑥대밭을 만드는 장면말고 딱히 기억 남는 스팟이 없다는 사실에 다시 보니 김이 좀 샙니다. <반지의 제왕> 2편이 3편 못지않게 두고두고 회자되는 이유가 바로 헬름협곡 공성전 때문인데 이처럼 전투신에 힘을 아끼지 말고 더 쏟아부었다면 어땠을까 싶습니다. 이래저래 후반부 분량을 15분 정도만 늘렸다면 전편을 가뿐히 뛰어넘는 속편이 탄생했을 것 같습니다.

 

후반부의 아쉬움을 감안하더라도 <듄 파트2>는 여전히 준수한 블록버스터이자 시네마입니다. 1편도 그랬지만 2편 또한 가상의 세계로 관객을 완전히 흡수하여 인물의 여정에 생생히 동참시키는 체험적 영화로서의 기능은 비교할 대상이 거의 없을 정도로 타의 추종을 불허합니다. 때론 영화에서 완전무결한 시청각적 만듦새가 내러티브의 아쉬움까지 쉬이 잠재울 수 있다는 사실을 이 시리즈가 매번 증명합니다. 모래벌레 길들이기씬, 페이드 로타 검투씬, <지옥의 묵시록>을 오마주한듯한 헬리콥터 공습씬, 클라이맥스 전투씬 등은 용아맥에서 반드시 관람해야 그 진가가 제대로 터져나오는 장면이 아닐까 싶습니다.

 

*최종 별점 및 한줄평:

●●●○(3.5/5) 기대했던 만큼의 시청각적 황홀경, 기대감을 높이는 파트3의 이야기.


발없는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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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profile
    첨밀밀 2024.03.05 08:11
    저는 2회차 하면서 오히려 글쓴분과는 반대로
    후반부 이해가지 않던 행동들과 끊기는 듯한 흐름이 이해되면서 군더더기 없다고 느꼈는데, 역시 영화는 개인감상이라는걸 느끼네요😂

    리뷰 잘 봤습니다!
  • @첨밀밀님에게 보내는 답글
    발없는새 2024.03.05 08:29
    말씀하신대로 같은 영화도 개인에 따라 다르게 보일 뿐만 아니라 볼 때 마다 또 다르게 보인다는게 부정할 수 없는 진리 같아요ㅎ
  • 제인 2024.03.05 12:07
    저는 2회차 관람 하면서도 이해 안가는 한부분이 있는데요. 초반에 폴에게 시험을 할거라는듯이 사막을 건너갔다 와라 하면서 그 과정에 지네도 위험하고 진이라는것도 조심하고 뭣도 조심하고 이렇게 늘어놓길래, 스타워즈처럼 폴이 혼자서 퀘스트를 깨고 사막을 건너 돌아와서 받아들여지는 진행일 줄 알았는데 갑자기 챠니가 도와주고, 그다음엔 갑자기 프레멘전사들이 다같이 게릴라 전투를 하는 장면이 나와서 그 사막 건너오라는 미션은 어떻게 된건지 삭제가된건지… 그부분만 의문이었네요. 나머지는 긴 소설을 축약하기 위해서 최대한 없어도 되는 장면은 생략한거 같긴 합니다.
  • @제인님에게 보내는 답글
    발없는새 2024.03.05 13:39
    아하 전 초반부 그 부분은 혼자 떠난 폴에게 챠니가 나타나서 도와줌으로 무사히 사막 생존의 시험을 통과했다는 정도로 충분히 이해가 되더라구요 시험 자체보다는 챠니와 폴의 러브라인이 시작되는게 포인트같아서.. 그리고 어차피 후에 마지막 시험인 모래 벌레 길들이기를 상세하게 묘사하기에 그 전 시험은 축약해도 영화 전체의 흐름에 크게 영향을 안준다고 보여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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