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줄기는 이동진 평론가 GV에서 나온 이야기이고 개인적인 느낌은 살을 조금 더 붙였습니다

 

제목에서 나온것처럼 이 영화는 세 파트로 나눠집니다. 1막, 2막, 3막이 모두 모여서 이 영화의 제목을 구성하는데 세 장면 모두 시작 장면이 영수증을 처리하는 장면으로 동일합니다.

영수증을 처리하는 이유는 잠시 후에 국세청에 가야하기 때문인데, 처음에는 통보를 받아서 가야하고 두번째는 다시 제출하라고 해서 당일 6시까지 가야하고, 마지막은 일주일 뒤 최후 방문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PART 1, PART 2, PART 3 장면 모두 자기가 사업을 했던 결과를 국세청에 인정받고 소명하기 위함인데

이는 곧 자기가 했던 일이 정당함을 국세청에 설명하는 장면임과 동시에 자기 인생이 정당함을 설명하는 장면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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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가 되기 위해서 노래방 기계를 샀다든지, 왓츠 기술자가 되기 위해 기구를 샀다든지, 영수증은 인물의 삶을 뒤돌아보기 위한 하나의 모티브가 되나 국세청, 즉 세상은 행동을 인정하지 않습니다.

다중우주에서는 가수, 셰프 등등 다양한 에블린이 나오는데 이는 지난 시간에서 포기해왔던 길들을 의미하고, 무의식의 저편에서 지난 시간에 대한 미련이 남았기에 불행하다고 생각하곤 합니다. 그래서 그 미련이 남아 붙들고 있어서 자기 사업 비용으로 투자하는데 국세청(시스템)은 그 사람의 동기를 철저히 무시합니다.

그래서 웨이먼드가 중간에 "아내가 사업과 취미를 착각했나봐요" 라고 하는 부분도 이와 같은 결을 유지합니다.

영화는 수많은 후회, 회한을 떠안고 살아가는 보통 사람들의 삶을 국세청과 결합하여 코믹하게 표현했습니다.

실제로 저도 선택의 갈림길에서 저 길을 선택했으면 지금의 나는 어땠을까 하는 후회를 종종 하곤 하니까 그런 면을 잘 표현했다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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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래방이 배경인 것도, 빨래는 과거에 묻은 얼룩을 지우는 행동을 나타내죠. 20달러를 투입했는데 돈이 나온게 별로 없다는 장면이나, 찾아야 하는 세탁물이 있는데 분실한 장면은 에블린이 처한 상황과 같습니다. 투자를 했는데 나온게 별로 없는, 그래서 과거에 대한 미련이 계속 쌓이는 장면을 보여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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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들이 아이들을 키울때 흔히 괴물에 비유하곤 하는데(미운 일곱살 등등....) 영화에서 빌런으로 묘사되는 조부 투파키는 내 아이지만 괴물같이 느껴지는 빌런을 투영한것으로 보입니다. 실제로 PART 2에서 조이와 에블린이 싸우기 전에 자세를 취하는데 조이는 모든것을 다 부술듯한 자세로 진심으로 싸우는 반면 에블린은 두 팔을 활짝 펴고 조이를 안으려는 어머니의 모습이 나옵니다. 그리고 조이가 공격하는 부위 역시 가슴으로 흔히 사춘기에 부모님께 마음의 상처를 입혔던 기억이 있으셨다면 이 영화가 조금 더 감동으로 다가왔을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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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이해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당사자의 입장이 되어보는 것이라고들 하는데 조부 투파키 역시 에블린에게 자기가 봤던 것들을 보여줌으로써 자기를 이해해줬으면 하는 묘사가 나옵니다.

모든 것을 할 수 있다는건(Everything)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하고, 모든 공간에(Everywhere) 있을 수 있다는건 역설적으로 아무 곳에도 있을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하는데, 
간단히 이야기하면 시공간을 뛰어넘어 모든 것을 할 수 있다면 지금의 순간이 아무런 의미가 없겠죠. 다른 다중우주에서 이루면 그만이니까요. 모든 공간에 있을 수 있다면 지금의 인연이 실패하더라도 다른 우주에서 다시 이어지면 그만이니 어느 곳에서도 정착할 수 없을 것입니다. 

인간은 누구나 다 죽고, 죽음은 곧 통계적인 필연성을 의미합니다.

개인 하나하나의 죽음은 무척이나 슬프게 다가오지만 온 우주에서 죽음은 아무런 의미가 없죠. 사실상 이 글을 쓰고있는 지금도 누군가는 태어나고 누군가는 죽을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조부 투파키는 허무주의에 빠지고 이는 곧 자기파괴적인 허무주의(블랙홀과 같은 베이글)로 이어집니다.

 

조부 투파키는 이 세계의 에블린이 모든것을 실패했기 때문에 유능했던, 그래서 극한까지 몰아부쳤던 알파 유니버스의 에블린과 달리 본인을 이해해줄 것이라 생각해서 찾아옵니다. 알파 웨이먼드 역시 이 세계의 에블린이 뭘 제대로 못했기 때문에, 보잘것 없고 엉망진창이지만 그래도 희망이 있다고 생각해서 찾아오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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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very rejection, Every disappointment has led you here to this moment"

좋은 선택을 하였든 잘못한 선택을 하였든 지금의 '나 자신'은 선택의 결과물입니다. 불완전한 지금이라도 지금을 열심히 살고 찰나의 순간을 소중하게 여기고 싶다는 주제가 개인적으로 뭉클하게 다가왔습니다.

 

 

<여담>

흔히 다니엘스 형제라고들 하는데 실제로는 이름이 우연히 같을 뿐이지 형제는 아니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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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외로 진짜 형제는 무술감독 두명인 Brian Le와 Andy Le였습니다. 바로 국세청 트로피를 향해 달려들던 두명이요..! 😂

전작(스위스 아미 맨)은 이 영화보다 더 황당한데, 이 영화는 전작의 감성보다는 조금 더 세련되게 표현한 편이라고 하네요. 스위스 아미 맨 예고편만 봤는데도 거의 네크로필리아 느낌😱

 

영화를 보신 분들이라면 호불호를 떠나 전부 공감하실만한게 "투 머치"라고 생각하실것 같아요. 

큰 줄기는 모녀간의 이야기인데 여기에 부부간의 이야기 + 부녀간의 이야기가 겹치니 맥시멀리스트의 결이 느껴집니다. 

멀티버스 설정 역시 설정 가능한 모든 것을 상상한 세계(핫도그손 우주부터 새 소리내는 에블린 등등...)를 벌려놓고 이를 수습해냅니다. 

실제로 저는 Part 1에서 벌려놓은 떡밥들을 Part 2에서 회수하는 장면이 개인적으로 가장 좋았습니다(아내가 생전에 좋아하던 향수라든지,  잠깐 나온 장소에서 섹스코미디로 돌변한다든지, 다중우주의 힘을 빌려와서 해결하는 장면 등)

이동진 평론가도 강렬한 아이디어가 초반에 나오면 후반부에 시들한게 보통인데 모든걸 야단법석하게 쏟아내었음에도 불구하고 거의 대부분 회수한 점에서 높은 점수를 주고싶다고 평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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헐리우드 치고는 저예산 영화라고 하네요(1,500만 달러 = 우리 돈으로 약 210억원).

마블 영화에 비해서는 상대적으로 저예산이라 조악한 편집과 특수효과를 B급 감성으로 승화했는데, 실제로 특수효과 담당은 모두 8명 뿐이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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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봉 전부터 숱하게 화제가 된게 화양연화의 오마주였듯, 액션에서는 주로 성룡 스타일이라 원안은 주인공이 남자였다고 합니다. 실제로 스크립트가 궁금해서 오늘 찾아봤는데 주인공이 Professor Jackie로 나오네요😳

다만 중간에 여성 주인공으로 액션을 돌리면 더욱 강렬해질것으로 예상해서 액션과 연기가 출중한 양자경 배우를 주연으로 돌렸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그 외에 웨이먼드 역의 키 호이 콴의 이야기나, 조이 역의 스테파니 수 이전에 아콰피나 캐스팅 이야기도 있는데 나무위키에 정리가 잘 되어있네요 :) GV에서 들은 이야기와 거의 일치합니다.

 

에블린은 본인의 딸인 조이에게 1막, 2막, 3막 내내 잔소리를 하는데(너 너무 살쪘어... 집에 전화좀 해...) 개인적으로는 3막에서 베키에게 잔소리를 하는게(너 머리좀 기르고 다녀) 가족의 일원으로 인정한것 같아서 좋았습니다. 3막의 분량이 1막, 2막에 비해 상대적으로 짧은건 아쉬웠지만  All at once라서 모두 다 같이 이동하고 데어드리와의 관계도 많이 좋아진, 같이 하는 찰나의 순간이 등장했다는 점에서 만족스러웠어요.

 

사족 1. GV 해설 또 해주세요.... 동진좌 성일좌 제발 please...

사족 2. 다니엘스의 정보를 전혀 몰랐는데 젊은 감독들이더라구요! 앞으로 더욱 더 좋은 작품들 많이 내줬으면 좋겠습니다😄

사족 3. 개봉 전에는 돌비 애트모스 프리미어로 보고 개봉 당일인 오늘은 슈퍼4D로 봤습니다. 4DX가 없는 상황에서 차선으로 슈퍼포디는 그럭저럭 나쁘진 않았어요. 화면이 올라가면서 덜컹거릴때 의자가 덜컹거리는 장면이라든지, 카메라 플래시 터지는 장면에서 영화관 보조 플래시가 터지는 장면이라든지... 중간중간 에어건 효과로 깜짝 놀란 장면도 두세장면정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왜 첫 장면인 노래방에서 흔들거리는거죠😂 

사족 4. 사진 넣는거 엄청난 정성이었군요...  뼈저리게 깨닫고 갑니다

다운로드.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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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profile
    자몽띠 2022.10.12 22:52
    오늘 아맥으로 봤는데 참 좋은 각본이더군요.
    보고나니 GV 예매 못한게 생각날 정도였네요.
    GV 또 해주면 좋겠습니다. 글 잘봤어요~
  • profile
    내일은비 2022.10.13 00:03
    와... 너무너무 좋은 글이네요!!👍
    자기가 살아보지 못한 삶 잘못된 선택에 대한 후회도 있겠지만 그래도 인생은 자기가 가꾸는 것이고
    또 자식이 다 제맘같지 않아도 사랑과 이해로서 갈등도 극복될수있다고 느꼈는데 비슷한 부분도 있고
    무엇보다 궁금한 부분 설명이 정말 좋네요.^^
    유튜브로 다시 볼 수 있다면 보고싶어요. GV
  • profile
    Wanda 2022.10.13 01:23
    정독했습니다 글 올려주셔서 감사해요
  • profile
    totoro 2022.10.13 07:38
    어제 봤는데 너무 잼있게 잘 봤습니다.
    위로가 되는 영화였어요😀
  • profile
    샤일로 2022.10.26 09:22
    첫장면이 노래방이었나요??
  • @샤일로님에게 보내는 답글
    슈크림도어 2022.10.26 11:33
    노래방 기계를 사서 노래를 부르는 장면이 둥글게 생긴 꽉찬 거울에 비쳐서 나왔습니다😀
  • @슈크림도어님에게 보내는 답글
    profile
    샤일로 2022.10.26 12:16
    아 그 장면이었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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