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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1세기의 거장으로 떠오르고 있는 드니 빌뇌브는 정적이면서 느릿하지만 보는 관객으로 하여금 숨 쉴 틈을 주지 않는 특유의 연출 스타일을 보여준다. 그러나 이러한 요소는 평론가나 영화 팬들에게나 인상적이기에 드니 빌뇌브의 필모 그래피 중 흥행작은 그리 많지 않은 편이다.

그런 그에게 듄 시리즈란 필모그래피 첫 흥행작이자 자신의 평생 꿈꿔오던 프로젝트인 만큼 귀중하게 여겨질 것이다. 이젠 그의 대표작으로 거듭난 듄 시리즈의 2번째 작품을 살펴보자.

1. 거스를 수 없는 예언

 

 이번 2편은 1편보다 더욱 방대해진 스케일로 본격적인 대서사의 시작을 그려낸다. 1편에서는 하코넨과 아트레이더스 두 가문의 대결과 미지의 행성인 아라키스를 소개하는 데에서 그쳤다면, 2편은 황제의 등장과 베네 게세리트의 예언, 그리고 폴이 메시아로 거듭나는 서사까지 한꺼번에 담아내며 더욱 다채로운 느낌을 준다.

특히 이번 작품을 보면서 가장 좋았던 점은 폴의 메시아 요소를 영웅처럼 묘사하는 것이 아닌 마치 일종의 저주처럼 그려냈다는 점이다. 1편에서 예지몽에 괴로움과 두려움을 느끼는 모습들이 2편에서 그대로 이어지고, 마침내 메시아 그 자체가 된 폴의 모습을 보면 새로운 영웅의 탄생보다는 악역의 탄생처럼 느껴졌다. 그도 그럴 것이 남부에 가기 전까지만 해도 메시아를 부정하던 폴이 난데없이 다른 사람처럼 행동하는 모습을 보여주니... 

당장 몇년 전까지만 해도 극장계를 주름잡던 여러 히어로 프랜차이즈의 스토리를 대차게 까버리는 듯한 영웅주의의 파멸이라는 스토리는 보는 관객으로 하여금 신선한 충격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2. 변함없는 연출

 

 필자는 오프닝 시퀀스 속 벌레를 피해 바위를 타고 올라가는 하코넨을 보면서 정말 경악을 했다. '아... 이게 이렇게 고급 져도 되는 건가...'.

이후 듄 2는 긴 러닝타임 동안 온갖 연출을 통해 보는 관객으로 하여금 감탄과 경악을 금치 못하게 한다. 끝이 보이지 않는 사막의 모습을 다양한 구도로 그리는 카메라와 페이드 로타라는 캐릭터를 소개하기에 더할 나위 없이 완벽했던 전투신 등등 빌뇌브의 작품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러닝타임 내내 입을 다물지 못할 장면들의 연속이었다.

1편에서도 연출만큼은 가히 압도적이었지만, 2편에서는 그보다 더 발전된 연출을 보여준다. 아무래도 IMAX의 독자적인 화면비율 때문에 대부분의 수요가 IMAX로 몰리는 상황이지만, 스코프는 스코프대로의 매력이 넘쳐서 사실 어느 관이나 상관이 없다고 생각한다.

3. 더 심해진 단점들

 

 1편은 시리즈의 시작이었던 만큼 그 긴 러닝타임을 모두 세계관 설명에 쏟아붓는 진행을 보여주었다. 더욱 거대한 무언가가 기다리고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으로 2편을 기다렸지만, 정작 2편을 보고 나면 그 기대감은 공허하다. 무언가가 채워지긴 했으나 허한 느낌은 사라지지 않는다.

샤이 훌루드의 본격적인 등장으로 압도적인 공성전을 보여줄 것이라고 생각했던 후반부의 전투 장면은 밋밋함과 난데없이 끊어버리는 진행으로 순식간에 황제의 행궁으로 들어가는가 하면, 간간이 등장하는 1:1 결투 장면들은 긴장감보다 지루함이 느껴진다. 아무리 장엄한 연출과 대서사시로도 지워지지 않는 액션에 대한 아쉬움은 영화가 끝나고 나서도 계속 남는다.

거기에 1편에서도 느껴졌던 불친절함은 더욱 넓어진 세계관과 함께 심해졌다. 그나마 1편에서의 불친절함은 단순한 세계관의 설정과 이전의 배경이었기 때문에 오히려 작품을 보고 난 뒤 직접 찾아보며 더욱 흥미가 생기기도 했지만, 2편은 정말 말 그대로 불친절함의 연속이기 때문에 아무리 1편을 여러 번 관람한 필자라도 처음에는 정말 힘들었다.

1편에서의 느릿한 호흡이 호불호 요소였다면, 2편에서는 너무나도 빠른 호흡이 호불호 요소가 될 것 같다. 특히 중반부로 갈수록 생략하고 넘어간다는 느낌이 더욱 심하게 들어 이질감이 느껴졌다. 할 말은 많은데 시간이 없어서 급하게 중구난방 말하는 친구를 보는 것 같기도 하고...

글을 마치며.

 

 1960년대에 쓰인 프랭크 하버의 듄은 이미 수차례 영상화가 진행되었다. 조도로프스키가 1970년대에 배우 캐스팅까지 마쳤으나 결국 무산된 영화, 드니 빌뇌브의 시리즈 전까지 유일한 영화화로 남아있던 데이빗 린치의 듄, 2014년 또다시 무산된 영화까지, 소설의 가진 힘이 강력하다는 뜻이자 그만큼 영상화가 어렵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드니 빌뇌브의 듄은 그러한 점에서 어쩌면 가장 완벽한 영상화일지 모른다. 압도적인 연출과 한스 짐머의 음악, 배우들의 열연, 흔한 영웅주의를 뒤집어엎는 스토리, 거기에 스페이스 오페라 장르의 맥이 끊긴 현재 영화계에서 이만큼의 작품성을 보여주는 시리즈는 없었기에 독보적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전편에서 치솟아버린 기대감으로 인해 단점이 더욱 부각되었던 2편이지만, 시리즈가 거듭될수록 더욱 선명해지는 영웅주의의 파멸이라는 주제는 또다시 기대를 걸게 만든다.

- 모래처럼 고운 가문의 희망, 이제는 바람을 타고 거칠어질 차례 (4.5/5) -

듄: 파트 2

- 방향없는 바람, 목적지는 파멸 (4/5


profile 박재난

세미는 뽀미에게 물린 상처에 물이 닿지 않게, 손을 높게 들어 올리고는 샤워를 한다. 엄마는 예의도 없이 불쑥 들어와 다 큰 딸의 상처에 주방용 랩을 대충 감아주었다. 세미는 그게 나쁘지 않았다.

 

세미는 조이와 단둘이 마주보고는 '사랑해'라는 말을 가르친다. 세미는 그 말을 또렷이, 아주 정확하게 반복했다. 눈치 없는 아빠는 세미의 방으로 쳐들어와 조이에게 아빠 해봐, 아빠 잘생겼다! 같은 말들을 던지며 장난을 쳤다. 세미는 아빠를 내쫓고는 조이에게 다시 속삭인다. '사랑해."

 

우리는 세미가 잠드는 모습을 보게 된다. 조금씩 아주 서서히 주변의 소리도 시야도 사라지는 그 모습을. 오늘 하루 세미에게 좀처럼 찾아오지 않던 평화가 드디어 찾아오고 있음을. 설레는 마음도, 슬픔도, 사랑도, 모두 뒤로 한 채로, 아주 천천히 아무도 모르는 사이에 너는

 

잠이 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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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profile
    파워핑크걸 2024.03.15 07:07
    멋진글 잘 읽었어요😄
  • @파워핑크걸님에게 보내는 답글
    profile
    박재난 2024.03.15 07:50
    감사합니다!
  • 인생네컷 2024.03.15 09:58
    2편에서 액션씬이 보다가 끊긴 느낌이 많이 들긴 했죠. 좀 볼만하다 싶으면 끊고 다른 장면으로 전환..
  • @인생네컷님에게 보내는 답글
    profile
    박재난 2024.03.15 20:03
    1편도 그랬는데 2편에서도 여전하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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