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ko.kr/6410759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게시글 수정 내역 댓글로 가기 첨부


exhuma.jpg

 

 

영국에서도 지난 금요일에 마침내 파묘가 개봉해서 가까운 극장에서 부리나케 보고 왔습니다. 지난 한 달 동안 너무 궁금해서 어쩔 수 없이 알거 다 알고 영화를 봤는데, 그래도 확실히 글로만 아는 것과 실제로 화면으로 보는건 느낌이 많이 다르더군요.

 

파묘의 전반부는 주인공 캐릭터들에 적응하는 시간이기도 했고 조상 귀신이 일가를 차례로 처리하는 과정이 그렇게 무섭지는 않아서 약간 시시하게 느껴졌던 것 같습니다.(다만 파묘를 의뢰한 장남 역할 배우의 연기나, 처음부터 기센 젊은 무당 캐릭터를 확실하게 잡아서 연기하는 김고은도 좋았습니다.)

 

정보를 다 알고 있는 상태에서 관람 전부터 가장 궁금했던 부분이 바로 후반부의 묘사였는데, 호불호가 많이 갈리는 부분이라서 우려했지만 실제로 보니 오히려 이 영화의 진정한 힘은 후반부에 있다고 느껴졌습니다. 일본 요괴의 분장도 생각보다 꽤 자연스럽고 괜찮았고, 주인공들이 당황하면서 이게 어떻게 된 것이고 요괴를 어떻게 물리칠지 그 방법을 찾아내는 과정이 단계별로 차근차근 빌드업되면서 긴장감을 유지하는게 좋았어요.

 

전반부에서는 주인공들이 사태를 바로바로 파악하고 조상 귀신을 어쨌든 통제 범위 안에 둔 것처럼 묘사된 반면, 후반부는 주인공들이 아예 감도 못잡고 당하기만 하다가 차례차례 그 진실과 파훼법을 극적으로 깨달아가고 물리치는 과정이 더 흥미롭게 느껴졌습니다. 100년 전 조상이 날뛰는 것보다 500년이나 묵은 요괴가 날뛰는게 확실히 좀 더 흥미진진했달까요. 그리고 요괴가 도깨비불이 되었을 때 등장인물들과 악당들의 과거를 다양한 플래시백 장면들을 빠르게 보여주는 것도 그런 초자연적인 상황에서 굉장히 잘 어울리는 스산한 연출이었던 것 같습니다.

 

 

1709171425884XH8kZ.jpgcc358eb1-afc4-40b3-9220-e7d31ec99e60.jpg

 

 

최민식과 이도현 역시 후반부에 더 빛이 났고 특히 후반부 내내 이도현의 연기력에 놀라고 감탄하면서 보았습니다. 최민식 배우님도 잘못하면 약간 우스워질 수 있는 대사들(예를 들어 99%를 말하는 유해진에게 나머지 1%의 가능성을 따져묻는 장면과, 이 땅은 후손들이 살아갈 땅이야 같은 대사들)을 아주 절박하고 진정성이 담긴 설득력 있는 대사들로 승화시키는 모습이 정말 좋았어요. 

 

다만 현재 흥행 중인 주변 아시아권 말고 서구인들은 이 영화를 어떻게 볼까를 생각해보면, 아마 극소수만 볼텐데, 어쩔 수 없이 좀 판타지스럽게 보이겠다는 생각은 들었습니다. 단순히 좀 색다른 오컬트물이라는 장르적 측면을 넘어서, 어떤 면에서는 이 영화가 지금의 세계인들이 알고 있는 세련된 한국인의 낯선 이면을 보여주는 동시에 우리의 정서와 집단무의식을 잘 파악하고 이해할 수 있는 요소들을 집약해 놓은 작품인데, 과연 그 심층까지 볼 수 있을까라는 궁금증도 들더군요. 동아시아쪽 역사를 잘 아는 저의 유럽인 지인에게는 (어떻게 반응할지는 모르겠지만) 곡성과 함께 한번 보라고 추천할 생각입니다.

 

곡성만큼 훌륭하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어쨌든 뒤늦게나마 재미있게 봤고, 파묘가 천만을 넘길 거라는 사실이 여러모로 뜻깊은 것 같습니다.   

 

 

평점 : 3.5


profile joon3523

https://blog.naver.com/movieinlondon

이전 다음 위로 아래로 스크랩 (5) 게시글 수정 내역 댓글로 가기 첨부
  • profile
    EXECUTIONER2024 2024.03.18 07:24
    저는 시사회가서 험한것 정체 보고 받은 그 충격 지금도 생생해요
  • movin 2024.03.18 08:40
    초반부는 흔한 느낌에 캐릭터 소개 정도인데 중반부를 지나면서 흥미진진해지죠.
  • profile
    신풍 2024.03.18 09:19
    글이 잘 읽히네요
    외국 사람들이 우리나라와 일본의 관계만 알아도 더 재밌게 볼수 있을꺼 같아요
  • profile
    하이라이트원 2024.03.18 09:56
    서양외국인들도 샤머니즘은 좀 흥미롭게 보는거 같긴한데 흥행에 도움이 어느정도 될지는 모르겠네요.
  • profile
    이너피스 2024.03.18 11:46
    첫관람이신데도 이영화의 전체적인 흐름과 핵심을 잘 이해하시고 멋진평을 남겨주셔서 잘 읽었습니다 ^^

List of Articles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공지 파트너 계정 신청방법 및 가이드 file admin 2022.12.22 383121 94
공지 [CGV,MEGABOX,LOTTE CINEMA 정리] [38] file Bob 2022.09.18 389302 133
공지 💥💥무코 꿀기능 총정리💥💥 [103] file admin 2022.08.18 720676 202
공지 무코 활동을 하면서 알아두면 좋은 용어들 & 팁들 [63] admin 2022.08.17 469223 148
공지 게시판 최종 안내 v 1.5 [64] admin 2022.08.16 1104177 141
공지 (필독) 무코 통합 이용규칙 v 1.9 admin 2022.08.15 354231 169
더보기
칼럼 [엘리멘탈] 기독교에 담긴 4원소설과 천지창조 (쿠키) [6] file Nashira 2023.07.24 2949 18
칼럼 <퓨리오사와 나무-Ⅰ> 사랑과 전쟁, 세계수 설화와 性 (복숭아나무 열매와 씨앗 ⑮ / 스포) file Nashira 2024.06.15 666 3
현황판 존 오브 인터레스트 굿즈 소진 현황판 [24] updatefile 너의영화는 2024.05.29 17373 18
현황판 <CGV 아트하우스> 상시 굿즈 소진 현황판 [298] updatefile 너의영화는 2023.01.14 189805 130
불판 7월 1일(월) 선착순 이벤트 불판 [7] new 무코할결심 17:03 2140 26
불판 Bifan2024 일반예매 불판 [11] 너의영화는 2024.06.27 2075 8
후기/리뷰 힙다미로전 미스터노바디 후기(대강추) [2]
2024.04.16 1017 5
후기/리뷰 힙노틱(Hypnotic, 2023) 감상평
2023.09.22 827 3
후기/리뷰 힙노시스 단상 [3] file
image
2024.05.06 1191 4
후기/리뷰 힘을 내요 미스터리 스포 후기: 관객들 입맛에만 생각하면 그건 영화가 아니다. [2] file
image
2022.12.05 644 0
후기/리뷰 히트맨(2024) 노스포 후기 [9] file
image
2024.06.08 1673 1
후기/리뷰 희수, 굉장히 독특해요 [5]
2023.01.13 920 8
후기/리뷰 흠 잡을 데 없는 완벽한 마무리!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Volume 3> 간단후기!(약 스포) file
image
2023.05.04 267 2
후기/리뷰 휴가나온 친구가 대외비 보자고 해서 대외비 봤습니다 [6]
2023.03.01 581 4
후기/리뷰 후쿠오카에서 본 <스즈메의 문단속>과 <신체 찾기> 본격 리뷰 [2] file
image
2022.11.11 615 5
후기/리뷰 후지이 미치히토 감독 <빌리지> 후기 - 그 언제나 아침이 올까 [1] file
image
2023.04.28 401 1
후기/리뷰 후기를 적고싶어도 적을 수가없어요 [8] file
image
2023.04.07 782 5
후기/리뷰 후기가 의미없는 더웨일
2023.02.19 784 8
후기가 얼마 없어 적는 <잠> 간단 리뷰(스포X)
2023.08.24 897 18
황야.... 심각하네요... (노스포) [1]
2024.01.26 2192 13
후기/리뷰 황야 후기. 스포 무. [2]
2024.01.28 856 1
후기/리뷰 황야 시사회 후기 [2]
2024.01.26 1509 5
후기/리뷰 황야 노스포 극불호 후기 [4] file
image
2024.01.28 2916 7
후기/리뷰 확실히 아이맥스로 보면 다르긴 하네요 [2]
2024.04.06 1633 6
후기/리뷰 확실히 리멤버 이 영화 [2]
2022.10.18 747 5
후기/리뷰 화이트 노이즈, 이 기분 느껴본 적 있어요 [3]
2022.12.10 582 2
이전 1 2 3 4 5 6 7 8 9 10 다음
/ 4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