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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의 영화는 처음봤는데 

유명하신 분이지만 사전지식 없이 가서 새롭기도 하고 낯설기도 하고 그랬던 것 같아요ㅎㅎ 

 

영화 자체는 호에 가까운데 영화가 쉬운 듯 어려운 듯 

어려운 얘기를 쉽게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몇몇 장면에서는 괴물이 떠오르기도 하더라구요 

 

저의 짧은 지식으로는 약간 어렵긴 했는데 그래도 분석하는 즐거움이 있는 영화였어요 

 

언택트톡이라는 걸 처음 보게 되었는데 

한 20분 하려나 했는데 한시간 이상 얘기해주시는 걸 보고 

아주 공들이고 있는 컨텐츠구나 싶었습니다ㅎㅎ

 

이동진평론가라고 하면 그래도 제일 유명한 평론가시니 궁금했는데 

결론은 다음부터는 굳이 찾아보지는 않을 것 같아요 

 

좋은 말씀이었지만 인강듣는 것 처럼

영화를 분석적으로 대하게 되는 것 같아서 수업듣는 느낌이었어요ㅠ

원래 그런 느낌으로 듣는건지 모르겠지만(?)

 

나는 이런점이 좋았고 이렇게 봤다, 이런 것이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이런 느낌이 아니라 

평론가님이 해석한 걸 알려주고 가르쳐주는 느낌이 조금 들었습니다ㅎㅎ 

최대한 객관적으로 얘기하다보니 그런 것 같기도 하구요

내용들 자체는 좋았고 꼼꼼하게 얘기해주셨어요

 

 

 

 

 

------------------------------------------------------------------------------------------------------------------

 

 

 

((((아래부터는 스포입니다)))

 

 

 

(스포 스포)

 

 

 

 

영화에서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오프닝이었는데

여러가지 뒤섞인 음악에서 점점 하나의 아름다운 음악소리로, 

 무수한 나뭇가지가 이어진 장면을 보면서 

뭔가 가리워진 혼란스러운 세상을 보여주는 건가 했어요

 

그러다 나무를 이렇게 바라보려면

고개를 올려다보는 정도가 아니라 아예 누워야 할텐데 

주인공이 어디론가 실려가는 중인가? 그런 생각도 하다가 

이 다음 장면은 누군가 들것에 실려 팔이 축 늘어진 그런 장면도 상상해보고 

 

결말에서 다시 반복되는 이 장면을 보면서 하나에 대한 복선같기도 하더라구요(뇌피셜)

 

아무튼 음악이 좋다는 생각도 해보고 

그러는 찰나 음악이 뚝 끊겼죠 

 

문득 영화 로마의 오프닝 장면도 떠오르더라구요 

 

 

적어도 하염없이 숲속의 하늘을 바라본 적은 없기에 

한 번쯤 끝없이 숲을 올려다 보는 것도 의미있는 일이다 싶었어요 

자연을 넋놓고 바라보는 일도 흔하진 않으니까요 

 

 

보신 분들은 다들 그렇겠지만 장작 패는 롱테이크가 인상적이었는데 

어떻게 저 비스듬한 곳에서 나무가 넘어지지도 않고

실수 없이 나무를 잘 팰까 신기하기도 하고 

 

영화배우가 이렇게 장작을 패본 일이 많았을까 별 생각을 다 했던 것 같아요ㅎㅎ

한참을 쪼개지는 나무를 구경하다가 팬을 하면 아름다운 집이 보이는데 

영화와 관련 없는 사람이지만 문득 이런 장면을 찍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군요ㅎ 

 

그러다 산속에서 물을 퍼다 나르는 장면이 나오는데

그때부터 영화가 더 관찰자적인 시점을 갖는구나 싶었어요 

 

섣불리 아름다운 이미지를 만들지도 않고

멀리서 지켜보면서 프레임 속에 들어온 사람들의 이야기를 보여주는 것 같았어요

 

물을 퍼서 두통씩 나르며 화면 멀리 작아지는 주인공을 바라보게 되었고,

카메라가 인물을 따라가는 게 아니라, 관객이 따라가게 하는 것 같았어요

 

그래서 이 영화를 보면서는 제 눈이 조금 바빴던 것 같아요 

여기서 저 끝으로 사라지는 인물들을 열심히 따라가야 했고 

 

편안하게 영화를 볼 수 있게 하는 게 아니라 계속 몰입을 방해하는 느낌이었어요 

그래서 영화에 빠져든다기보다 관찰하고 바라보게 되는 것 같더라구요 

 

거의 카메라 렌즈를 바라보는 듯한 장면들도 있었고

나무를 톱으로 자를 때는 톱 가루가 렌즈에 들어가지 않을까 위험해보이기도 했고,

숲 속에선 카메라가 달리는 게 너무 잘 느껴지기도 했고, 

 

죽은 사슴을 바라보는 인물들의 시선이 인위적이었고,

 

제가 예전에 산에서 지나가는 사람들을 바라보기 위해

앉아서 고속촬영 했던 것과 비슷해서 이건 카메라라는 걸 더 생각하게 된 것 같아요 

 

카메라를 정확히 놓고 바라보는 느낌이 들어서 기묘하더라구요  

그전에 관조적으로 바라보던 것과는 확실히 차이가 있었던 것 같아요

 

 

 

아빠가 숲길을 걷는 장면에서 카메라는 일정한 간격을 유지하며 따라가다가 

어느순간 눈에 쌓인 둔덕을 만나고 쭉 눈 쌓인 흙길을 보여주는 장면에서 

 

살짝 뭐랄까요.. 당황스러운 것도 있었지만 이럴 때 아니면 언제 이런 풍경(?)을 볼까 싶었고 

우리가 보지 못하는 모습을 보게 하려는 의도일까 싶었습니다ㅎ 

특히 아주 낮게 땅에 가까이 붙어있는 것처럼 낮은 자세를 유지하는 것 같았어요 

 

그리고 그 끝에는 다시 아빠와 딸이 함께 보였을 때 참 인상적이더라구요

 

영화는 뭔지 잘 모를 그런 장면에서는 무한히 상상하게 하고

그 이후엔 새로운 이야기를 던지는 것 같고 

촬영하는 방식이라고 해야할지 그런게 다르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오히려 더 단순한 마음으로 찍은 걸 수도 있지만 다른 의미로 좀 감각적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특히 차 관련한 장면에서는 정말 신선했고

갑자기 화면이 덜컹거려서 뭐지, 잘못봤나 하는 찰나

 

차 블랙박스처럼 주인공이 차 문을 닫을 때 덜컹거리고,

주인공이 차를 운전하는 핸들에 따라 움직이는 화면이 재밌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달리는 차 뒤로 지나온 풍경을 비출 때도 인상적이었는데

보통은 주행하는 주인공이나 달리고 있는 시선을 보여줄텐데

달려온 길을 보여주는 장면에서 

마치 관객들이 이 차에 함께 탑승해 있기를 바랐나 싶었어요 

 

정말 차에서 뒤돌아본 듯 울렁거리고 덜컹거리는 풍경에 멀미가 나기도 했지만

확실히 실감나는 방법인 것 같더라구요 

 

또 그렇게 지나온 길을 되돌아보길 바라는 것 같기도 했고, 그렇게 내가 앞으로 나아갈 길이 아닌

뒤에 두고온 자연을 곱씹어보게 되더라구요

 

차에서 두 사람의 한쪽 뺨만 보이는 앵글도 새로웠는데

서로의 표정은 볼 수 없고 어렴풋이 올라가는 광대로만 분위기를 짐작하게 하는 것이

평범한 것도 이런 방식으로 새롭게 보게 하는 구나.. 고개를 끄덕이게 되더라구요 

 

개인적으로 하얀 눈밭에서 틸업해서 나무들이 보이는 그 장면이 너무 좋았는데

그냥 단순히 너무 아름다웠던 것 같아요 

꾸밈없고 순수한 아름다움 같았고 그 다음에 깃털을 햇빛에 비춰보일 때 그 장면에서는 찡하더라구요

 

쓰다보니 영상에 대한 부분만 얘기를 한 것 같네요..

그만큼 촬영이나 묘사하는 방법이라고 해야할지 그런 부분이 인상적이었나봐요 

볼 때는 몰랐는데 쓰다보니 길어졌네요ㅎㅎ 

 

 

제목에 대해서도 한참 고민해보게 되었는데 영화 괴물을 볼 때 처럼 제목에 매몰되는 느낌이 들었어요 

그래서 악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게 무슨 의미인가, 악은 무엇을 말하는 것인가. 

괴물은 누구인가를 찾는 것 처럼 말이죠 

 

내용과 당최 연결이 안되는 것 같기도 하고 그럼 제목 끝에 물음표라도 붙여봐야 하는 것인가

별 생각을 다 해보다가

인터넷의 한 리뷰에서 '악은 존재한다는 것이다' 라는 글을 보고

제목에서 악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했는데 이건 또 무슨 소리인가 싶다가 나름의 힌트를 얻게 되더라구요

 

감독이 그곳의 풍경을 보면서 제목을 짓게 되었다는 한 인터뷰도 떠올라  

그럼 이 거대한 눈밭 속에 악이라는 것이 깊이 존재할 수도 있지만

 

지금의 눈덮힌 풍경에서는 존재하지 않는 것 처럼 보인다 그런 의미로 이해해도 되지 않을까 싶더라구요 

마치 존재하면서 존재하지 않기도 한 중첩의 상태이고 관측하기 전엔 알 수 없다는

슈뢰딩거의 고양이 같은 느낌이었죠.. 

 

아무튼 그럼에도 왜 '악'일까 라는 의문은 지워지지 않지만 

그것은 인간일까 라는 생각도 해보게 되더라구요 

 

성선설 성악설 같은 악이 아니라 인간이 없는 세상, 자연의 세상에서 인간이 어떤 존재일까 라는 생각을 하게 되는 것 같아요 

 

또 잘못이 있다면 무지함이 죄인 것 같았어요 

장작을 패는 방법처럼 모르는 건 배우면 되지만 어리석음이나 알지못함은 배울 수도 없는.. 

악한 사람은 없었지만 자신이 갖고 있는 얕은 관점에서 벗어날 수는 없는 그런 것 같았어요 

 

물은 상류에서 하류로 흐른다는 대사는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 같아요 

 

관객의 입장에서 자연의 순리와 우주의 법칙 속에서 살아가야만 한다는 것을 되새기게 되지만

영화 속 주인공처럼 이 세상을 살아가는 인간들은 그 순간순간 망각하고

자신의 과오가 훗날 차곡차곡 쌓이게 된다는 걸 무시하고, 

인간의 시선에서 선과 악을 구분하고 

나에게 호의적인 것과 적대적인 것을 구분하고 무언가 분류하려 하겠죠

 

음악에 대해서도 써보려 하다가 너무 길어지는 것 같아서 이만 줄입니다 

앞으로 상영일이 많이 남았으니 다양한 후기들도 감상해보고 싶습니다ㅎㅎ

 

 

 

스크린샷 2024-03-25 00.42.17.png.jpg

 

 

 


춥다아

예술영화관 좋아합니다 

켄로치, 에드워드양, 구스반산트, 오종 영화 좋아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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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profile
    잭트위스트 2024.03.24 23:56
    잘보고갑니다
  • profile
    은은 2024.03.25 00:09
    후기 잘 보았습니다!
  • 시칠리아 2024.03.25 00:17
    저도 이번 언택트톡이 처음이였는데 도움되고 참 좋았지만 영화보고 나서 바로 이어서해서 그런지 피로도가 좀 있더라구요
    정성스러운 후기 잘 읽었습니다^^
  • 무코로코 2024.03.25 01:41
    후기 감사합니다
  • profile
    하윤경 2024.03.25 02:22
    좋은 글 잘 보았어요! 🙏🏿
  • profile
    joon3523 2024.03.25 10:28

    장작 패는 씬은 배우분도 원래 완전 도시 사람이라 처음엔 아예 할 줄 모르던 상태에서 연습으로 능숙해지신 것이라 하더군요. 이 작품의 OST를 작곡한 이시바시 에이코의 친구분들이 영화 제작 초기 단계에 많은 도움을 주었는데, 그 중에 한 분이 장작 패는 일을 포함한 시골 일에 굉장히 능숙한 분이어서 그 사람의 이미지를 주인공의 모델로 따왔다고 해요. 그래도 롱테이크 씬에서 실수 없이 완료하는 걸 보고 대단하다 싶긴 했어요.

    개인적으론 그 누구의 행위에도 악한 동기가 없었던 마지막 사건을 볼 때 영화 제목의 명제 자체를 역설적인 방식으로 오히려 확실하게 밀고 있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저는 자연에는 원래 악이 있는데 하얀 눈이 그걸 눈속임처럼 가리고 있다는 해석엔 동의하지 않지만, 결론에서 말씀하신 것처럼 자연과 관계를 맺는 인간들 자신이 슈뢰딩거의 고양이처럼 선악이 중첩된 존재이고, 그래서 영화제목도 결국 자연 속에서 자연을 두고 벌어지는 한 편의 우화를 통해 우리 인간 스스로를 돌아보게 만들고 있구나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ㅎㅎ 해외에서 먼저 본 눈이라 이동진 평론가가 어떻게 해설했을지도 무척 궁금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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