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롯 디테일이 나오지 않는 인터뷰지만 영화 해석에 영향을 줄 수 있으므로 영화를 보기 전에 어떠한 정보도 알고 싶지 않은 분들은 주의해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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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thefilmstage.com/ryusuke-hamaguchi-on-evil-does-not-exist-ending-interview/

 

필름 스테이지: 이 영화는 작곡가 이시바시 에이코의 퍼포먼스용 영상으로 시작됐단 걸 읽었다. 어떻게 퍼포먼스용 영상에서 장편 영화로까지 이어지게 된 건가?

하마구치 류스케: 정확히는 이시바시 에이코의 라이브 퍼포먼스용으로 만든다는 의도에서 두 개의 영화가 만들어졌다. 원래 목표는 이시바시가 공연하는 동안 비주얼을 제공하는 거였고, 그건 <기프트>라는 영화로 만들어져 겐트 필름 페스티벌에서 상영했다. <악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퍼포먼스용 비주얼에 쓰일 재료를 만들 수 있겠다는 생각에서 만들어졌다. 원래는 꼭 장편 영화로 출시할 의도로 만든 건 아니었다. 하지만 찍고 나니, 배우들의 연기가 너무나 훌륭해서 사람들이 그들의 목소리를 들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들었다. <기프트>는 무성영화기 때문에 그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없다. 사람들이 그들의 목소리를 들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기에 이를 별개의 영화 한 편으로 만들었다.

그렇다면 당신은 이미 <기프트>를 쓰고, 거기에 대화가 있는 스토리를 더 추가한 건가?

사실, 나는 원래 <기프트> 어떤 모습이 될지에 대한 생각이 없었다. 그래서 나는 퍼포먼스 비주얼에 쓰일 재료를 만든다는 생각으로 각본을 쓰고, 영화를 찍었다. 원래는 이게 어느 정도는 비주얼 시(詩) 같은 게 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까지 했다. 하지만 우린 이게 74분짜리가 될 거란 걸 알았다. 그래서 나온 게 <악은 존재하지 않는다>와 굉장히 유사한 스토리를 들려주는 인터타이틀을 사용하는 무성 영화다.

주민 미팅 자리에서 누군가가 마을은 전쟁 이후에야 만들어졌다고 언급해 주민들을 자신들이 집이라고 부르는 장소에 상대적으로 새로 들어온 존재, 일종의 외부인으로 만든다. 장소는 인간에게 귀속될 수 있는 것인가, 아니면 우리는 항상 자연에 있어 외부자인가?

이 영화를 만들 때는 그런 어마어마한 생각은 하지 못했다. 하지만 난 이게 궁극적으로 인간이 어떻게 자연 속에서 존재하는가에 달려 있다고 생각한다. 왜냐면 난 사람들이 땅에서 무언가를 이용하고 싶을 때 땅이 회복할 수 있는 만큼만 가져간다면 그들은 땅과 잘 공존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인간이 회복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서 착취하게 되면 관계가 파괴적으로 흐르게 되는 거다.

당신은 본질적으로 인간이 자연의 적이라고 느끼는가? 인간이 자연의 일부라는, 자연과 하나이며, 모두 같은 먼지에서 비롯됐다는 철학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자연의 순환의 일부라는 의미에서 인간은 기본적으로 자연의 일부다. 여기에는 죽음이 따른다. 하지만 난 인간은 어떤 의미에서 자연에 반하는 측면이 있다고 생각한다. 왜냐면 인간은 선택할 수 있는 능력이 있기 떄문이다. 인간은 다양한 대안 중에서 선택할 수 있다. 인간은 어떤게 더 나은지 선택할 수 있다. 그건 나쁜 선택으로 이어질 수 있고, 나쁜 상황은 그런 선택들로 인해 더 악화될 수 있다. 하지만 난 인간 활동 그 자체 또는 더 나아지고자 시도하는 인간의 본성은 궁극적으로 자연에 반하게 되는 측면이 있다고 생각한다. ​​

예를 들어 각본을 쓸 때 나무가 몇 분 동안 길게 이어지는 장면을 썼는가? 특정한 감정(emotion)을 불러일으키고자 하는 목적으로 이러한 장면을 각본에 넣은 건가? 지속 시간도? 아니면 감정과 지속시간 같은 요소는 제작 과정이나 후제작 과정에서 나중에 발견하게 된 건가?

궁극적으로는 후제작 과정에서 제작과 편집이 어떤 측면에서 상호 의존적이라고 생각한다. 왜냐면 제작 과정에서 모든 걸 알고 해낼 순 없고, 편집 과정에서 그냥 특정한 감정을 만들어낼 순 없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 특정한 쇼트는 각본에 쓰여 있었지만 그저 단순하게 각본에 두세 줄 쓰여 있었다. 난 그 쇼트가 어떤 길이가 될지에 대해서는 정말 생각을 갖고 있지 않았다. 실제로 장면을 찍을 때 우린 7~8분 정도 찍었다. 그 길이는 상당히 괜찮다고 느껴졌고, 그렇게 긴 시간도 계속 볼 수 있을 거 같았다. 하지만 난 그 길이는 모든 관객들에게 와닿을 수 없을 거라고 느꼈다. 그래서 편집 과정에서 나무에 의해 만들어진 분위기가 매우 잘 만들어졌다고 느낀 쇼트의 특정 부분을 선택하게 됐다. 나는 분명 촬영을 통해 내가 만들어내고자 하는 감정에 대해서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나는 또한 편집 과정에서 보정할 수 있어야 하는 것 또한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두 과정 모두 중요하다.

작품 전반에 걸쳐 코미디를 배치하는 방식은 정말 대단했고, 이는 다른 장면들의 심각하고 사색적이고, 정적인 성격과 대조되기 때문에 상당히 예상치 못하기도 했다. 어떻게 코미디 장면을 넣기로 선택한 건가?

코미디랑 무거운 분위기 같은 건 주요 목적이 아니다. 그보다는 주요 목표의 부산물 같은 거다. 왜냐면 궁국적으로 내가 하려고 시도한 건 특정한 캐릭터를 상상하는 거였다. "이 캐릭터를 어떻게 구축하지?"란 질문에서 정말 중요한 건 그들의 과거, 그들의 역사, 그들이 움직이고, 행동하는 방식 뒤에 깔린 이유를 생각해보는 거다. 난 이 캐릭터들을 단순히 스토리를 말하는 장기말로 쓰는 게 아니다. 그보다는 캐릭터들은 각자의 역사를 갖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그들은 스토리를 위해 일어나야 하는 일들을 할 수도, 하지 않을 수도 있고, 때로는 스토리의 플롯에 반하는 상태까지 갈 수도 있다.

하지만 내가 하려고 하는 건 내 캐릭터를 따라가고, 그들을 그들의 성격을 지키게 하는 거다. 그리고 때로는 이는 캐릭터들이 스토리를 이어나가기 위해 필요한 대로 꼭 움직여주지 않는다는 말이다. 하지만 나는 내 캐릭터들이 스토리와 함께 움직일 때까지 계속 대화를 만들고, 그들과 해결할 방법을 알아내려 하고, 그들의 성격을 계속 고수하게 하려고 한다. 그렇게 하다 보면 때로는 정확히 들어맞지 않는 캐릭터들의 관계가 나와서 그들이 서로를 지나쳐버리게 된다. 이를 통해서 코미디가 나타나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내게 코미디는 주요 목표가 아니라 부산물이다.​​

플롯 디테일까지는 들어가지 않는 선에서 왜 이렇게 많은 추상적 상징주의와 함께 무미건조한 톤으로 무도덕적인 결말을 만들기로 선택했는지에 대해서 말해줄 수 있나?

내게 이 결말은 사실 상당히 자연스러웠다. 그건 어쩌면 나의 타쿠미 캐릭터에 대한 이해가 사실 관객들이 타쿠미가 어떤 캐릭터인지 해석하는 것과 조금 다를 수 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나는 타쿠미가 분명히 인간 사회에서 굉장히 잘 살아가면서 사람들과 꽤 소통이 잘 되는 측면, 그런 부분이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내 마음 속으로는 타쿠미를 사실 다른 인간들과는 잘 소통하지 못하고, 어쩌면 자연이나 동물과는 더 잘 소통할 수 있는 그런 종류의 인간이란 식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당신이 말한 무미건조한 톤이란 게, 이러한 원칙 하에서 움직이다 보면, 우리가 그를 따라가고, 그가 세계에서 어떻게 행동하는가를 보면 그 원칙이 나타나기 시작한다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영화를 처음 보면 결말에 놀랄 수 있다. 하지만 몇몇 사람들이 이렇게 말했는데, 어쩌면 영화를 두 번 보면, 일단 다시 한번 보면 이상하게 결말이 꽤 받아들여질 만하단 거다. 사람들이 그렇게 해준다면 나는 정말 감사할 것이다.

그렇다면 엔딩이 모호하지 않다고 말하는 건가?

나는 어느 정도는 결말이 모호하단 걸 이해하고,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난 많은 사람들이 말하는 것만큼 이 결말이 상징적이거나 비현실적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나는 내 작업이 현실적이고, 타카하시, 타쿠미, 하나 세 캐릭터 사이에서 현실적이라는 범위 안에 있다고 생각한다. 나는 이 캐릭터들 사이에서 실제로 일어날 수 있었던 일이라는 현실성 안에 있는 결말이라고 생각한다. 무슨 일이 일어났는가에 대한 소리와 이미지에 관해서 말하자면 난 실제로 일어난 일이 이미지와 소리 측면에서 상당히 명확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우리에겐 그 일이 왜 일어났는가에 대한 질문이 남는다. 그리고 영화가 명확한 이유를 제시하지 않는단 건 사실이다. 하지만 난 여기저기에 단서를 뿌려놓았다고 생각한다.

 

https://blog.naver.com/mittlivsom/223435792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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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profile
    벨라불라 2024.05.04 11:05
    영화의 <제작>만큼이나, <편집>의 힘이랄까... 그 묘미도 대단했던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 profile
    하빈 2024.05.04 14:57
    글쎄...자연스럽지 않던데...상징적으로 만들려고 좀 억지쓰네 느낌이 더 강했네요.
  • 큐제 2024.05.04 17:28
    좀 과대평가된 감독 같은 느낌이..어느 정도 호평이 이해 가는 부분도 있긴하나 결말도 그렇고 별로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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