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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장 뤽 고다르 감독의 유작 중 하나인 <절대 존재하지 않을 예고편>(Film annonce du film qui n’existera jamais : "Drôles de Guerres")이 프랑스에서 지난 주에 극장에서 개봉했습니다.

 

장 뤽 고다르는 Charles Plisnier의 소설 <Faux passport>(1937)를 영화화를 시도하고 있었는데요. 이 소설은 1917년 10월과 1930년대 사이의 혁명에 대해서 다루는 소설이고 각 챕터 별로 다른 인물의 이야기로 구성된 소설이라고 합니다. 고다르는 그 캐릭터 중에서 두 명의 캐릭터를 중심으로 각색을 하려고 했는데 그 중 한 인물이 Carlotta라는 인물입니다.

 

고다르는 이 영화를 기획하면서 자신의 초기영화들로 돌아가고자 했다고 합니다.그는 영화의 일부 챕터를 35mm 흑백 필름 16mm 또는 슈퍼 8mm컬러 필름으로 촬영하고 싶어했습니다. 하지만 영화를 준비하던 때에 코로나 팬데믹 때문에 제작에 차질이 생겼고 결국 영화는 제작되지 못했습니다. 대신 고다르는 종이 작업을 시작했습니다. 그는 이 영화를 발표하는 대본을 썼고 A5 크기 반 정도 되는 종이 위에 그림, 회화, 사진 등을 붙여 50페이지 정도의 판을 완성했습니다.

 

<세상의 존재하지 않을 영화의 예고편>은 대부분 그 판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그 판에는 번호가 매겨져있어 마치 스토리보드를 연상시키는데요하지만 영회는 최근 고다르 영화의 연장선상의 스타일을 보여주며 사적인 에세이로 나아갑니다. 사진, 회화, 과거 영화의 스틸컷, 연출에 관한 짧은 메모, 소설의 발췌문인 듯한 글이 난해하게 콜라주 되어있고 그 위에 아마 Carlotta로 상정되는 듯한 어떤 여성의 목소리가 담긴 발췌된 오디오와 장뤽 고다르의 본인 목소리, 그리고 과거 고다르 영화에 쓰였던 음악, 그리고 아이히만을 재판을 다루는 영화인 듯한 영화의 오디오가 삽입됩니다. 

 

고다르는 정치와 사랑 이야기를 같이 다룬 영화를 만들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 영화는, 제 생각으로는 전쟁에 관한 에세이이기도 했을 것 같고(이 영화에는 '가짜전쟁'이라는 부제가 붙어있기도 합니다) 시네마-이미지에 대한 영화이기고 했겠지요. 그의 최근작들처럼요.

 

고다르는 이 영화에서 "내가 영화를 다시 만들 수 있을까?"라고 스스로 자문했다고 말합니다. 누벨바그의 마지막 생존자였고 현대영화의 최전방에서 고독하게 시네마의 영역을 탐험했던 인물의 이러한 말은 의미심장하게 다가오죠. 영화 외적인 부분을 제외하고 영화 내적인 부분만 본다면, 이 영화의 영화는 '존재하지 않을 영화'라는 측면에서 더 이상 존재될 수가 없는 시네마에 대해 고다르가 말하고 있는 것처럼 들리기도 합니다. 영화가 되지 못한 이 잔존물들은 그 자체로 시네마의 종말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는 것이죠.

 

잠시 개인적인 이야기를 하자면, 저는 이 영화에 대해서 큰 예술적인 감흥을 생각보다 받지 못했습니다. 이 영화는 고다르의 대표작 될 정도까진 아닌 완성도라고 생각하긴 하지만, 그것보다도 저의 취향이 고다르 영화와는 멀어진 것 같습니다. 시네필로서 몇년 전까지 초기 고다르 영화들을 볼 때 (70년대 이후의 고다르는 아직도 잘 보지 못했습니다)생겼던 그의 영화들에 대한 궁금증과 그의 영화들을 조금씩 이해한 것 같다는 느낌이 들때의 즐거움이 분명히 있었습니다.

 

그의 영화들은 영화산업이 발달할 수록, 최근으로 올 수록 현대의 다른 영화들보다 더 멀어졌습니다. 저는 OTT 시대로 넘어오며 주로 현대의 다른 영화들이나 시리즈를 보고 즐기는 사람이 되었고 고다르의 영화가 고수하려는 시네마는 외딴 영역처럼 다가왔습니다. 저에게 (사색적)시네마는 더이상 고다르 영화에 없었습니다.

 

개인적인 잡념에 기댄 비약이지만, 시대에 흐름에 따라 시네마의 정의가 바뀌고 있었다면 이 영화에는 과거의 시네마가 사라지고 있는 것에 대한 무상함이 엿보이기도 합니다. 어쩌면 과거의 시네마, 이제는 더 이상 시네마가 될 수 없는 관념이 이 단편영화에 남아있는 것일지도 모르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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