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ko.kr/6966198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게시글 수정 내역 댓글로 가기 첨부


 

Yw11h8k2ZCUTS1CZ4TiPNQ.jpg

고 장 뤽 고다르 감독의 유작 중 하나인 <절대 존재하지 않을 예고편>(Film annonce du film qui n’existera jamais : "Drôles de Guerres")이 프랑스에서 지난 주에 극장에서 개봉했습니다.

 

장 뤽 고다르는 Charles Plisnier의 소설 <Faux passport>(1937)를 영화화를 시도하고 있었는데요. 이 소설은 1917년 10월과 1930년대 사이의 혁명에 대해서 다루는 소설이고 각 챕터 별로 다른 인물의 이야기로 구성된 소설이라고 합니다. 고다르는 그 캐릭터 중에서 두 명의 캐릭터를 중심으로 각색을 하려고 했는데 그 중 한 인물이 Carlotta라는 인물입니다.

 

고다르는 이 영화를 기획하면서 자신의 초기영화들로 돌아가고자 했다고 합니다.그는 영화의 일부 챕터를 35mm 흑백 필름 16mm 또는 슈퍼 8mm컬러 필름으로 촬영하고 싶어했습니다. 하지만 영화를 준비하던 때에 코로나 팬데믹 때문에 제작에 차질이 생겼고 결국 영화는 제작되지 못했습니다. 대신 고다르는 종이 작업을 시작했습니다. 그는 이 영화를 발표하는 대본을 썼고 A5 크기 반 정도 되는 종이 위에 그림, 회화, 사진 등을 붙여 50페이지 정도의 판을 완성했습니다.

 

<세상의 존재하지 않을 영화의 예고편>은 대부분 그 판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그 판에는 번호가 매겨져있어 마치 스토리보드를 연상시키는데요하지만 영회는 최근 고다르 영화의 연장선상의 스타일을 보여주며 사적인 에세이로 나아갑니다. 사진, 회화, 과거 영화의 스틸컷, 연출에 관한 짧은 메모, 소설의 발췌문인 듯한 글이 난해하게 콜라주 되어있고 그 위에 아마 Carlotta로 상정되는 듯한 어떤 여성의 목소리가 담긴 발췌된 오디오와 장뤽 고다르의 본인 목소리, 그리고 과거 고다르 영화에 쓰였던 음악, 그리고 아이히만을 재판을 다루는 영화인 듯한 영화의 오디오가 삽입됩니다. 

 

고다르는 정치와 사랑 이야기를 같이 다룬 영화를 만들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 영화는, 제 생각으로는 전쟁에 관한 에세이이기도 했을 것 같고(이 영화에는 '가짜전쟁'이라는 부제가 붙어있기도 합니다) 시네마-이미지에 대한 영화이기고 했겠지요. 그의 최근작들처럼요.

 

고다르는 이 영화에서 "내가 영화를 다시 만들 수 있을까?"라고 스스로 자문했다고 말합니다. 누벨바그의 마지막 생존자였고 현대영화의 최전방에서 고독하게 시네마의 영역을 탐험했던 인물의 이러한 말은 의미심장하게 다가오죠. 영화 외적인 부분을 제외하고 영화 내적인 부분만 본다면, 이 영화의 영화는 '존재하지 않을 영화'라는 측면에서 더 이상 존재될 수가 없는 시네마에 대해 고다르가 말하고 있는 것처럼 들리기도 합니다. 영화가 되지 못한 이 잔존물들은 그 자체로 시네마의 종말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는 것이죠.

 

잠시 개인적인 이야기를 하자면, 저는 이 영화에 대해서 큰 예술적인 감흥을 생각보다 받지 못했습니다. 이 영화는 고다르의 대표작 될 정도까진 아닌 완성도라고 생각하긴 하지만, 그것보다도 저의 취향이 고다르 영화와는 멀어진 것 같습니다. 시네필로서 몇년 전까지 초기 고다르 영화들을 볼 때 (70년대 이후의 고다르는 아직도 잘 보지 못했습니다)생겼던 그의 영화들에 대한 궁금증과 그의 영화들을 조금씩 이해한 것 같다는 느낌이 들때의 즐거움이 분명히 있었습니다.

 

그의 영화들은 영화산업이 발달할 수록, 최근으로 올 수록 현대의 다른 영화들보다 더 멀어졌습니다. 저는 OTT 시대로 넘어오며 주로 현대의 다른 영화들이나 시리즈를 보고 즐기는 사람이 되었고 고다르의 영화가 고수하려는 시네마는 외딴 영역처럼 다가왔습니다. 저에게 (사색적)시네마는 더이상 고다르 영화에 없었습니다.

 

개인적인 잡념에 기댄 비약이지만, 시대에 흐름에 따라 시네마의 정의가 바뀌고 있었다면 이 영화에는 과거의 시네마가 사라지고 있는 것에 대한 무상함이 엿보이기도 합니다. 어쩌면 과거의 시네마, 이제는 더 이상 시네마가 될 수 없는 관념이 이 단편영화에 남아있는 것일지도 모르겠네요


Atachment
첨부 '1'
이전 다음 위로 아래로 스크랩 게시글 수정 내역 댓글로 가기 첨부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 지금 내 기분이 그래... 댓글이 없네...? "

List of Articles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공지 파트너 계정 신청방법 및 가이드 file admin 2022.12.22 380933 94
공지 굿즈 소진 현황판 정리글 [158] 무비이즈프리 2022.08.15 1032782 175
공지 [CGV,MEGABOX,LOTTE CINEMA 정리] [38] file Bob 2022.09.18 385835 133
공지 💥💥무코 꿀기능 총정리💥💥 [103] file admin 2022.08.18 717772 202
공지 무코 활동을 하면서 알아두면 좋은 용어들 & 팁들 [63] admin 2022.08.17 466396 148
공지 게시판 최종 안내 v 1.5 [64] admin 2022.08.16 1101145 141
공지 (필독) 무코 통합 이용규칙 v 1.9 admin 2022.08.15 352165 169
더보기
칼럼 [운디네] 속에 담긴 베를린의 슬픈 도시개발사-1 (스포) [11] file Nashira 2023.09.03 3399 30
칼럼 제 아바타 리뷰가 다음메인에 떴는데 조회수가 엄청나네요 [11] file 카시모프 2022.12.22 1656 17
현황판 인사이드 아웃2 굿즈 소진 현황판 [21] updatefile 너의영화는 2024.05.22 14856 24
현황판 콰이어트 플레이스 첫번째 날 굿즈 소진 현황판 [3] updatefile 너의영화는 2024.06.14 1844 3
불판 6월 27일(목) 선착순 이벤트 불판 [1] new soosoo 17:09 3145 20
불판 6월 25일(화) 선착순 이벤트 불판 [42] Wowmovie 2024.06.24 12701 38
이벤트 <슈퍼배드4> ScreenX 최초 상영회 및 무대인사 초대 이벤트 (~6/26) [155] updatefile CJ4DPLEX 파트너 2024.06.20 5684 105
쏘핫 개그맨 박성광 영화에 한줄평 남긴 평론가 논란.JPG [54] file
image
2023.03.17 8154 112
쏘핫 신작 소식과 함께 [41] file
image
2023.12.31 3719 111
쏘핫 8/16(화) 선착순 쿠폰 정리 [55]
2022.08.16 2968 105
쏘핫 레카 때 싸인 훔쳐 가신 여성 분 이거 보시면 쪽지 주세요 [43]
2024.02.23 10011 103
쏘핫 티모시 인기많은건 알겠는데요 [67]
2024.02.22 8088 103
쏘핫 산책하다가 마블 주연 배우 만날 확률 [31] file
image
2023.08.30 3065 97
쏘핫 이렇게 한국영화 꼬꾸라지는 걸 누굴 탓하리 [10]
2023.03.21 3897 93
쏘핫 역대급 태도였다는 영화 '바비' 마고 로비 내한..jpg (펌) [17] file
image
2023.07.02 3097 92
쏘핫 상호간 존중을 부탁드립니다. [11]
2022.11.26 2332 90
쏘핫 마고 로비 톰 애커리 부부 인성은 최고입니다 (경험담) [12] file
image
2023.07.04 5823 88
쏘핫 제가 싸인지 훔쳐갔다고 하신 분 허위사실로 고소하겠습니다 [42] file
image
2024.02.24 11063 85
쏘핫 인어공주 관련 글마다 조롱하는 댓글 보기 피곤하네요 [34]
2023.04.27 2495 84
쏘핫 한국영화 극장 생태계가 감추고 싶은 공공연한 비밀들. [21]
2023.03.21 2995 84
쏘핫 CGV<듄:파트2>3주차 IMAX 포스터 증정 이벤트 [46] file
image
2024.03.11 6504 82
쏘핫 듄2 시사회....... 당첨됐습니다!!!!!!!!!!!😭😭😭🥳🥳🥳🎉🎉🎉 [115] file
image
2024.02.20 4792 81
쏘핫 놀란 알쓸별잡 나오네요 [36] file
image
2023.07.24 2254 78
쏘핫 10시간 웨이팅의 결과... 너무 울고 싶네요 [34]
2023.07.02 2930 78
쏘핫 이번 인어공주 사태때문에 환멸이 나려 하네요 [81]
2023.05.24 4131 78
쏘핫 존오인 보다가 코골이가 너무 심해 가서 깨웠습니다. [56] file
image
2024.06.14 3380 76
쏘핫 양조위 국내 팬클럽의 비밀 팬미팅 논란이 있네요 [32] file
image
2022.10.13 3838 76
이전 1 2 3 4 5 6 7 8 9 10 다음
/ 248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