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국영상자료원에서 90년대 시네마테크의 필름들 기획전이 열리고 있습니다.
90년대 국내에서 개봉한 고전영화를 당시의 필름(35mm) 그대로 상영하는 기획전입니다.
디지털 상영이 보편화된 요즘에는 좀처럼 보기힘든 필름 상영이어서 그런지 상영관에는 꽤 많은 관객들이 찾아왔었습니다.
그런데 오늘 상영된 <감각의 제국> 회차는 다음 회차때 상영되는 영화가 매진인 것에 비해서 이상하리만치 사람들이 적었습니다.
상영 전날까지만 해도 잔여좌석이 20석 정도 밖에 안되었는데 상영시간이 다가오자 100석 넘는 잔여석이 나옵니다.
많은 사람들이 예매취소를 했다고 볼 수 밖에 없었습니다.
폭우나 눈처럼 날씨 때문에 그런 것도 아닌데다가 영화가 그렇다고 최악인 것도 아닌데 어쩌다 이렇게 되었는지 궁금해졌습니다.
현장에 가보니 이해가 되었습니다.
26분이 삭제된 이른바 검열된 판본입니다.
속았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무삭제판을 본 입장에서 어떤 차이가 나는지 궁금해서 일단 보러 들어갔습니다.
영화를 처음 보자마자 실소가 나왔습니다.
영화의 소재상 대사들이 대부분 노골적인 음담패설로 이루어져있는데 자막에서는 마치 그런 대화가 없었다는 듯이 아주 단순한 대사로 순화시켜버렸습니다.
나중에는 성행위 중에 하는 대사가 너무 저속하다고 판단했는지 아예 자막도 안내보냅니다.
의역이라고 볼 수 없을 정도로 아예 원문이랑 다른 자막이 나오는 순간 내가 대체 무엇을 보고있는가라는 생각도 들어서 자막 보는 것을 포기하고 온전히 스크린에만 집중했습니다.
무삭제판을 본 입장에서 비교하자면 성애 장면이 거의 다 짤렸습니다.
이러니 당시 검열된 정식개봉판을 본 관객이라면 보러오지 않는 이유가 납득이 되었습니다.
당시의 검열이 어땠는지 체감도 되었고요.
온전한 필름이었으면 매진되고도 남았을텐데 필름에 검열이 추가되자 그 가치가 곤두박칠친다는 것을 오늘 경험하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