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자마자 20분 정도만에 바로 든 생각은, "이렇게까지 직설적으로 시작한다고?"였습니다
한국 사회의 형사사법 체계의 비상식과 그로 인한 사법 불신과 사회 문제와 갈등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시작합니다
사실적인 묘사방식을 써가면서 '이 영화는 한국의 어두운 면을 다루겠다'는 말을 세게 하는 것 같았습니다
<베테랑 2>는 <베테랑>의 속편이지만 사실 이야기가 전혀 이어지지 않습니다
별개의 영화에 더 가까운 편이고, 이야기적으로도 그렇지만 이야기를 풀어가는 화법에서도 다릅니다
<베테랑>는 선악이 너무나 명확한 구도에서 단순하게 이야기를 쭉 풀어나는 영화라면
<베테랑 2>는 이 사회에서 선악은 무엇인가를 스스로 질문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고
미스터리 형식도 어느 정도 차용합니다
<베테랑 2>는 <부당거래>처럼 류승완 감독이 자신의 필모그래피 바운더리 안에서 자신의 영화에 어떻게 한국 사회에 대한 주제를 녹여낼까 하는 고민이 들어가 있는 작품으로 느껴졌습니다
<베테랑 2>의 주제는 '폭력'이나 '정의'와 관련된 것이고 류승완 감독은 전편을 돌아보며 그것에 대해 성찰해보는 듯합니다
그래서 관객의 입장에서 서도철 형사의 폭력에 동화되기 전에 잠시 멈칫하게 됩니다
한국 사회가 가진 문제에 대한 딜레마를 다루고 있는데요
서도철과 박선우의 관계가 주제적으로 굉장히 중요합니다.
그게 이 영화의 핵심이기도 하죠
조연 팀원들과의 팀워크가 줄어든 대신 영화는 이 둘의 관계에 집중하고 파고들어갑니다
그게 전편과는 확연히 다른 이 영화의 가장 큰 동력이 됩니다
다만 그것을 조금 아쉽게 다뤘다는 생각도 개인적으로 들긴 했어요
공간을 활용한 인상적인 액션 장면은 꽤 있습니다만
유머는 조금 타율이 낮은 느낌이고
장르적 쾌감은 상대적으로 낮아진 편입니다
오락과 재미 양측 모두를 다 잡았다고 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어보입니다
종합하면 결과적으로, 이 영화는 쾌감을 향해 달려가기보다는 생각할 거리를 제법 던지는 영화입니다
시나리오에서 헐거운 부분도 있고 단점이 제법 있지만, 9년 전에 나온 영화를 되돌아보며 성찰하는 속편은 보기 힘들죠
아마 관객들은 1편의 매력인 정의에 기댄 폭력의 쾌감을 기대할텐데 그걸 그냥 하지 않았다는 게 과감함 섬택같다는 생각도 들고요
그 점을 좋게 보게 되네요
<범죄도시> 시리즈가 거의 자기복제에 가깝게 계속 찍어내는 것과 비교가 되기도 해서 그렇겠지요
이 작품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정해인입니다
이따금씩 가끔 냉기를 뿜어낸다고 할까요
이미 전작에서 활약을 보였던 황정민이 정해인을 끌어당기는 게 아니라
정해인은 자신의 연기로 당당하게 투 톱으로 올라섭니다
다크호스라는 말이 떠올랐어요
새벽 4시네요 자러 가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