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공은 사회생물학을 연구하는 생물학자입니다.
중요하게 언급되는 두 가지 동물은 얼룩말과 개미입니다. 이 중 얼룩말의 이미지가 더 자주 노출되는 것 같습니다.
극 초반 얼룩말에 대한 강의 내용은 이렇습니다.
'얼룩말 무늬가 저렇게 생긴건 환경에 숨기 위해서가 아니라 무리 속에 숨기 위해서다. 하지만 무리에서 튀는 외형을 가졌을 때 얻는 이점도 하나 있는데, 그건 바로 짝짓기 때다.'
볼 때는 별 생각 안든 부분인데, 돌이켜보면 뭔가 의미가 있을 것도 같은 대목이었어요ㅋㅋ
주인공은 아내와 특별히 불화가 있지는 않지만, 가족들과 주변인들에게서 제대로 존중받지 못하는 기분을 느끼며 내심 불만을 가진 상태로 묘사됩니다.
결혼 전 만난 전여친과의 갑작스런 재회에 크게 당황하면서도 눈에 띄게 들뜬 모습을 봐도 타인과의 관계, 좀 더 비약한다면 이성과의 의미있는 관계에 목마른 느낌이었습니다.
영화 중반부에서는 일련의 꿈 사건을 계기로, 평소의 볼품없는 중년 남자로서는 엄두도 낼 수 없었을 젊고 섹시한 비서와 야릇한 만남의 기회가 생기죠. 하지만 그 만남은 남성의 입장에서는 그보다 굴욕적이고 비참할 수 없는 참극으로 마무리됩니다.
저는 감독이 이 장면을 필요 이상으로 꽤 길게 묘사한 것과, 이 장면이 영화에서 자리하는 위치를 봤을 때 중요한 분기점일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제 기억에 주인공이 격렬하게 좌절한 이후 바로 다음 장면이 딸이 무서운 악몽을 꾸는 장면이거든요. 정확히 그 사건 이후 사람들의 꿈 속에서 주인공은 무심한 관찰자에서 폭력적이고 잔인한 가해자로 돌변하는 거예요.
어쩌면 그걸 계기로 본인이 그 꿈 사건을 받아들이는 태도가 180도 달라졌을지도 모릅니다. '무리에서 튀는 것의 유일한 이점'인 짝짓기가 실패함으로써, 이렇게 유명해져서 얻을 수 있는게 뭔가? 싶었을지도요.
그리고 그 태도의 변화가 꿈 속 본인 행동의 변화로 이어졌다... 고 하면 엄청난 비약이겠죠? ㅋㅋㅋ
물론 영화 내용상으로는 학자로서의 꿈인 책 출간도 중요하게 다뤄지지만, 그것도 앞서 있었던 미팅에서 의견 차이를 좁히지 못하고 환멸감을 느낀 후였죠.
아직 제대로 정리가 안된 생각입니다만 나름대로 의미를 찾으려고 노력하면서 끄적여 봤습니다 ㅎㅎ
중후반부?쯤 주인공이 회사 측과 갈등이 있는 전화 통화 과정에서
회사가 스타성을 강조하며 이야기할땐 통화하는 주인공의 모습이 어둠과 함께 방내부에 있고
주인공이 자기는 스타가 될생각이 없고 단지 책출간을 원한다고 어필하는 부분에선 주인공의 모습이 창가에 위치하고 블라인드의 비친 그림자가 얼룩말의 줄무늬처럼 주인공에게 비춰집니다.
이 모습이 걸어다니며 통화하면서 두세번 가량? 바뀌는데 이 또한 영화속 얼룩말의 의미랑 연관이 있다고 생각이 들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