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넷플릭스영화는 아마도 링클레이터의 <히트맨>과 칠레 감독 파블로라라인의 <공작> 두 편으로 남을텐데요. 그중에서도 더 뛰어난 작품은 <공작>으로 느껴지기도 하네요.
뛰어난 역사극이고, 뱀파이어물이면서, 가족쟁탈극이고 부조리극이면서 결정적으로 유전적 악의 굴레를 토대로 만들어 낸 기이한 사랑영화들로도 느껴지는 이 수작은, 무엇보다 흑백화면 속의 촬영과 인상적인 숏들이 가득합니다. 흡혈귀가 깨무는 신, 하늘을 활공하는 신, 심장을 찔러 꺼내고 먹는 신 등 미학적으로나 주제적으로 인상적인 씬들이 즐비하기도 하지요. 결국 원초적 욕망부터 권력적 욕망까지 인간의 악을 다루고 있습니다. 그것을 정치적인 독재와 살육사건인 칠레의 역사적 인물인 피노체트와 엮어내고 있지요.
평: 불멸의 악을 만들어내는 것은 결국 생사를 넘나드는 탐욕적인 인간의 소유욕과 번식욕, 권력욕. 그리고 나레이션의 주체가 밝혀지는 순간, 끊을 수 없는 악의 유전적 굴레에 우리는 무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