핸섬가이즈를 처음 봤었을 때 문득 MZ하다고 느꼈었습니다. 이는 비꼬는 것이 아니라 정말 그랬습니다. 극중 소재는 과거의 영화 엑소시스트와 역시 옛날의 장르인 슬래셔 무비에서 따왔고 더블 주인공 역시 귀농과 낚시를 좋아하는 3~40대인 M세대입니다. 개그 또한 옛날 개그콘서트에서 볼법한 몸개그나 카오게이가 종종 나옵니다.

 

그리고 이야기는 Z세대에 해당하는 대학생들과 만나면서 MZ한 이야기가 나옵니다. M세대에 해당하는 재필과 상구는 자신들을 적이라 오해하던 Z세대인 미나와 만나면서 서로 우정을 쌓게 됩니다. 심지어 사건을 파악하기 위해 Z세대의 문화인 유튜브를 꺼내기까지 합니다. 그렇게 종국에는 바포메트를 무찌르기 위해 M세대와 Z세대가 협동하여 물리치는 MZ의 클라이막스를 보여주고 끝납니다. , 물론 엔딩 크레딧에서 서로 화투 침으로써 잊지 않도록 MZ 영화임을 박아놓았습니다.

 

이상하게 느껴지나요?

사실은, 이 영화는 MZ가 아니어도 여전히 이상한 영화입니다.

 

이 영화의 재료는 원작인 터커 & 데일 VS 이블과 비교해도 어마하게 다채롭습니다. 초반부 장르는 유치한 코미디로 진행되면서도 후반에 진행될 오컬트 장르를 위한 포석을 쌓습니다. 그런데 중반부엔 전형적인 슬래셔 장르가 나오는... 척 그 장르의 클리셰가 박살나면서 어처구니 없는 스플래터가 진행되더니 후반부엔 이블 데드가 떠올리는 오컬트와 안드로메다의 코미디, 15세 치곤 잔인하지만 여전히 웃긴 스플래터의 삼합이 나오더니 막판에는 코즈믹 호러로 마감합니다.

 

이 괴랄한 특징은 장르에서 그치지 않고 인물에게도 그러합니다. 겉보기엔 악질적인 범죄자지만 실상은 선한 아저씨들, 선한 위치에 서있지만 편견을 가져 대형사고 치는 경찰관, 역시 편견을 가지고 있지만 정작 자신들은 악인임을 모르고 악행을 저지르다 자업자득 당하는 대학생들, 최종보스지만 깨알 같은 개그력을 가지신 바포메트, 60년 이상의 세월을 기다려 만만의 준비를 해왔으나 그놈의 편견(...)을 가지신 신부 등 그나마 유일하게 정상인인 미나를 제외하면 죄다 태클 걸고 싶은 나사 빠진 캐릭터들 입니다.

물론 그중 남산의 부장들로 진지한 캐릭터로 알려진 배우 이성민과 이희준이 이미지 철저하게 박살나는 더블 주인공을 맡은 점은 비밀이 아닐 것입니다.

 

서양에서만 먹힐 B급 영화 터커 & 데일 VS 이블을 동양식으로 탈바꿈한 이 영화가 좋게 보일 거란 생각은 일절 안 했습니다.

 

그러나 이 영화가 끝나고선 원작보다 재미없긴 커녕 오히려 원작보다 더 재밌게 보고 말았습니다.

 

제가 이 영화를 극호로 본 이유는 이 모든 말 안 되는 재료들을 다 받아들였기 때문입니다. 이를 잘 드러내는 시퀀스가 설거지씬이었는데, 용준의 착각물로 통해 서스펜스와 코미디를 넘나들다 상구가 튼 노래 ‘Take me dancin’로 한순간에 코미디에서 슬래셔물로 변주하면서도, 관객의 몰입을 놓치지 않은 명장면이었습니다. 오컬트 파트 역시 위 슬래셔의 변주에 비하면 아쉽긴 하지만 대신 느리더라도 빌드업을 챙겨 보면서 당황하지 않도록 해놓은 점은 좋았습니다.

 

그리고 그러는 동안 환장나는 대형사고에 안구에 습기 차는 재필과 상구의 입장을 보여주면서도 이들을 완벽한 인물로 보여주거나(바포메트 가라사대, 너희들만 모르는 진실은, 가장 드럽게 못생겼다!) 동정어린 캐릭터로 그리지 않고(??: 이 모든 게 내 책임이니 도망... 너희들 어디갔냐?) 그때나 지금이나 바보스런 캐릭터로 보여줘 신파와 억지스런 변화를 피해가면서도 그동안 생긴 이들에 대한 몰입의 빌드업을 삼아 둘이 나타내는 협동력으로 보여주는 카타르시스는 훌륭했습니다.

이같은 캐릭터 활용은 주인공에서만 그치지 않았습니다. 원작보다 더한 개그를 보여주면서도 정상인이란 캐릭터에 맞게 재필과 상구 편에 서 사이다 역할을 해내는 미나를 연기한 배우 공승연이나, 공포영화에서 가장 활약 없는 캐릭터가 경찰임에도 미친 존재감을 남기셨던 최 소장과 남 순경을 연기하신 배우 박지환과 이규형, 그리고 대놓고 시실시 2Km 오마주 했음을 보여주는 배우 우현의 존재감도 좋았습니다.

그리고 이번 주 주말 무대인사 회차에 가서야 악역을 연기한 5인방 대학생들도 좋았습니다. 겉보기엔 평면적인 악인들이었지만 다시 보니 각자 전혀 다른 개성들을 드러내 오히려 색다른 재미를 느꼈습니다. 그래서 5인방 다수가 나온 주말 무대인사에서 만났을 때 엄청 신나했었습니다. 차라리 사진 말고 동영상을 찍을 걸 그랬나 싶었습니다.

 

또한 그러면서도 완성도를 놓치지 않은 점도 인상적인데 이 영화의 복선 회수 실력은 황당한 새벽의 저주급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제가 ‘30달짝지근해를 재밌게 감상하면서도 아쉬운 이유가 극중 나오는 개그가 단순히 코미디로 끝나는게 한두가지 아니었는데 반면에 핸섬가이즈는 유치한 개그일지라도 이중에서 삼중으로 복선 박아놓아 나중엔 기겁하게 하는 실력을 보여줬기 때문입니다. 예컨대 인물 소개용으로 그칠 초반부의 마트씬과 재필과 상구의 트럭씬 조차 클라이막스의 복선 회수로 쓰이게 되었고 심지어 초중반부 재필과 상구의 낚시씬도 나중에 깨알 복선회수 되었기에 N회차 하실 무코분은 얼마나 복선 넣고 회수되었는지 감상하시면 더 재미있으실 것입니다

 

다만 원작과 비교하면 아쉬운 부분이 있습니다. 원작에는 호러 영화 속 편견을 잔혹한 스플래터로 풍자하면서 신박한 코미디를 선사한 반면 핸섬가이즈는 15세 관람가로 평가될 만큼 잔혹한 스플레터 대신 처음에 써놓았던 유치한 개그들이 즐비되어 원작의 잔혹하지만 달콤한 매력이 사라진 점이나 이 4차원 호러 코미디를 받아들이기엔 일반인들에겐 순화해도 여전히 충격적인 전개가 문제였습니다. 하지만 1시간 40분 동안 웃음과 공포, 카타르시스와 과하지 않은 감동까지 주는 B급 한국 영화는 흔치 않을거라 생각합니다.

 

영화 핸섬가이즈, 추천합니다.

 

별점: 3.5/5


뒷북치는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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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낭만자객 2024.06.30 20:20
    좋은 감상평 감사합니다. 저도 이 영화 보고 굉장히 재미있게 느꼈으면서 은근히 다채로웠습니다.
  • profile
    엔드게임 2024.06.30 20:26
    좋은리뷰 감사해요 장점이 더 많았던 영화라고 느껴졌었어요 핸섬가이즈 더더 흥행하길!!
  • movin 2024.06.30 20:28
    예상보다 엄청나게 잘 만든 작품이더군요.
    우리나라에서는 정말 힘든 소재인데 딱 적당한 선을 지키면서도 각 요소들을 아주 잘 버무렸어요.
    감독의 차기작이 기대됩니다.
  • 바닷마을 2024.06.30 20:48
    복선회수가 정말 잘된 영화죠.
    포스터가 촌스러웠지만 막상 열어보니 센스가 깨알 같았다는.
    개그 센스 가진 빌런은 영화 <이블 데드> 속 악령들이 생각나더라고요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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