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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28 22:07

[큐어] 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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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G_4409.jpeg.jpg

 
큐어는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의 작품으로 그의 필모그래피를 논할때 항상 빠지지 않고 언급되는 작품 중 하나입니다. 일본 영화 순위에서도 빠지지 않구요. 
 
이번 재개봉 전에 회로를 보고 갔었는데 큰 도움이 됐었던 것 같습니다. 회로는 점프스케어가 1도 없는, 공포영화라고 하기에 민망할 정도로 극적인 연출이 없습니다. 그러나 그 차갑고 정적인 카메라의 시선이 작품의 음울한 분위기를 더욱 끌어올리는데, 이번 큐어도 비슷한 연출이 정말 많았어요. 
 
최면으로 살인을 벌인다는 내용인 만큼 회로보다는 조금 더 극적이지 않을까? 했었는데 오히려 아무런 움직임 없이 카메라 시야를 고정시키니까 더 무섭고 서늘했습니다. 
 
사실 작품의 전체적인 감상이 회로때랑 비슷한데요... 주제나 메시지가 느껴지기도 전에 분위기에 압도가 되어버리니 영화를 재밌게 본 기분이 듭니다. 
 
회로보다는 직설적으로 담겨있어서 난해하다는 생각은 없었는데 그럼에도 애매하게 불친절한 느낌은 여전하더라구요.
 
다 보고 나니 큐어라는 제목이 섬뜩하게 느껴집니다. 인간의 내면 속 불안과 분노를 없앨 치료제는 살인밖에 없다고 말하는 듯한 진행에 숨이 턱턱 막혔네요


profile 박재난

세미는 뽀미에게 물린 상처에 물이 닿지 않게, 손을 높게 들어 올리고는 샤워를 한다. 엄마는 예의도 없이 불쑥 들어와 다 큰 딸의 상처에 주방용 랩을 대충 감아주었다. 세미는 그게 나쁘지 않았다.

 

세미는 조이와 단둘이 마주보고는 '사랑해'라는 말을 가르친다. 세미는 그 말을 또렷이, 아주 정확하게 반복했다. 눈치 없는 아빠는 세미의 방으로 쳐들어와 조이에게 아빠 해봐, 아빠 잘생겼다! 같은 말들을 던지며 장난을 쳤다. 세미는 아빠를 내쫓고는 조이에게 다시 속삭인다. '사랑해."

 

우리는 세미가 잠드는 모습을 보게 된다. 조금씩 아주 서서히 주변의 소리도 시야도 사라지는 그 모습을. 오늘 하루 세미에게 좀처럼 찾아오지 않던 평화가 드디어 찾아오고 있음을. 설레는 마음도, 슬픔도, 사랑도, 모두 뒤로 한 채로, 아주 천천히 아무도 모르는 사이에 너는

 

잠이 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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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profile
    하빈 2024.07.28 22:49
    큐어의 그 서늘하면서도 흡입력 있는 분위기에 어느새 빨려들어가 기묘한 느낌을 많이 받게 되는, 참 매력적인 작품인 듯 해요.
    항상 보면 적확한 단어와 함께 후기를 물흐르듯 잘 쓰시는 것 같아요. 잘 읽고 갑니다^^
  • @하빈님에게 보내는 답글
    profile
    박재난 2024.07.28 23:08
    회로도 작품의 주제가 난해하게 느껴졌는데도 특유의 섬찟함과 건조함 덕분에 끝까지 몰입력 있게 봤었는데 이번 큐어도 딱 그 느낌이라 신기했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리고 글 잘 읽으셨다니 다행입니다! 개인적인 아카이빙 용으로 올리기 시작한건데 만족스럽게 읽어주셨다니 정말 영광이네요...🥲 앞으로도 자주 올려보도록 하겠습니다
  • profile
    페로 2024.07.28 23:40
    첨부터 끝까지 불협화음을 내는 현악기 연주를 듣고 있는것같은 기묘한 음습함이 느껴지는 영화였어요. 분위기에 먼저 압도된다는 감상에 동의합니다
  • @페로님에게 보내는 답글
    profile
    박재난 2024.07.29 00:36
    오프닝 살인씬부터 주도권을 빼앗겼습니다... 생각하면 할수록 영리한 작품이라는 생각도 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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