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리뷰
2024.07.28 22:07

[큐어] 단상

profile
773 7 4
muko.kr/7703175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게시글 수정 내역 댓글로 가기 첨부


IMG_4409.jpeg.jpg

 
큐어는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의 작품으로 그의 필모그래피를 논할때 항상 빠지지 않고 언급되는 작품 중 하나입니다. 일본 영화 순위에서도 빠지지 않구요. 
 
이번 재개봉 전에 회로를 보고 갔었는데 큰 도움이 됐었던 것 같습니다. 회로는 점프스케어가 1도 없는, 공포영화라고 하기에 민망할 정도로 극적인 연출이 없습니다. 그러나 그 차갑고 정적인 카메라의 시선이 작품의 음울한 분위기를 더욱 끌어올리는데, 이번 큐어도 비슷한 연출이 정말 많았어요. 
 
최면으로 살인을 벌인다는 내용인 만큼 회로보다는 조금 더 극적이지 않을까? 했었는데 오히려 아무런 움직임 없이 카메라 시야를 고정시키니까 더 무섭고 서늘했습니다. 
 
사실 작품의 전체적인 감상이 회로때랑 비슷한데요... 주제나 메시지가 느껴지기도 전에 분위기에 압도가 되어버리니 영화를 재밌게 본 기분이 듭니다. 
 
회로보다는 직설적으로 담겨있어서 난해하다는 생각은 없었는데 그럼에도 애매하게 불친절한 느낌은 여전하더라구요.
 
다 보고 나니 큐어라는 제목이 섬뜩하게 느껴집니다. 인간의 내면 속 불안과 분노를 없앨 치료제는 살인밖에 없다고 말하는 듯한 진행에 숨이 턱턱 막혔네요


profile 박재난

세미는 뽀미에게 물린 상처에 물이 닿지 않게, 손을 높게 들어 올리고는 샤워를 한다. 엄마는 예의도 없이 불쑥 들어와 다 큰 딸의 상처에 주방용 랩을 대충 감아주었다. 세미는 그게 나쁘지 않았다.

 

세미는 조이와 단둘이 마주보고는 '사랑해'라는 말을 가르친다. 세미는 그 말을 또렷이, 아주 정확하게 반복했다. 눈치 없는 아빠는 세미의 방으로 쳐들어와 조이에게 아빠 해봐, 아빠 잘생겼다! 같은 말들을 던지며 장난을 쳤다. 세미는 아빠를 내쫓고는 조이에게 다시 속삭인다. '사랑해."

 

우리는 세미가 잠드는 모습을 보게 된다. 조금씩 아주 서서히 주변의 소리도 시야도 사라지는 그 모습을. 오늘 하루 세미에게 좀처럼 찾아오지 않던 평화가 드디어 찾아오고 있음을. 설레는 마음도, 슬픔도, 사랑도, 모두 뒤로 한 채로, 아주 천천히 아무도 모르는 사이에 너는

 

잠이 든다. 

 

🦜🐕🦕

Atachment
첨부 '1'
이전 다음 위로 아래로 스크랩 (1) 게시글 수정 내역 댓글로 가기 첨부
  • profile
    하빈 2024.07.28 22:49
    큐어의 그 서늘하면서도 흡입력 있는 분위기에 어느새 빨려들어가 기묘한 느낌을 많이 받게 되는, 참 매력적인 작품인 듯 해요.
    항상 보면 적확한 단어와 함께 후기를 물흐르듯 잘 쓰시는 것 같아요. 잘 읽고 갑니다^^
  • @하빈님에게 보내는 답글
    profile
    박재난 2024.07.28 23:08
    회로도 작품의 주제가 난해하게 느껴졌는데도 특유의 섬찟함과 건조함 덕분에 끝까지 몰입력 있게 봤었는데 이번 큐어도 딱 그 느낌이라 신기했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리고 글 잘 읽으셨다니 다행입니다! 개인적인 아카이빙 용으로 올리기 시작한건데 만족스럽게 읽어주셨다니 정말 영광이네요...🥲 앞으로도 자주 올려보도록 하겠습니다
  • profile
    페로 2024.07.28 23:40
    첨부터 끝까지 불협화음을 내는 현악기 연주를 듣고 있는것같은 기묘한 음습함이 느껴지는 영화였어요. 분위기에 먼저 압도된다는 감상에 동의합니다
  • @페로님에게 보내는 답글
    profile
    박재난 2024.07.29 00:36
    오프닝 살인씬부터 주도권을 빼앗겼습니다... 생각하면 할수록 영리한 작품이라는 생각도 드네요

List of Articles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공지 파트너 계정 신청방법 및 가이드 file admin 2022.12.22 430296 95
공지 [CGV,MEGABOX,LOTTE CINEMA 정리] [40] file Bob 2022.09.18 434462 139
공지 💥💥무코 꿀기능 총정리💥💥 [103] file admin 2022.08.18 767906 203
공지 무코 활동을 하면서 알아두면 좋은 용어들 & 팁들 [64] admin 2022.08.17 517645 149
공지 게시판 최종 안내 v 1.5 [64] admin 2022.08.16 1172684 141
공지 (필독) 무코 통합 이용규칙 v 1.9 admin 2022.08.15 391607 173
더보기
칼럼 주성치 <식신> - 예술이란 무엇인가 [4] file 카시모프 2022.08.28 4058 17
칼럼 [악은 존재하지 않는다] 노스포 후기 [16] file joon3523 2024.03.08 20865 32
현황판 리볼버 굿즈 소진 현황판 [2] updatefile 너의영화는 2024.07.10 3921 2
현황판 태풍클럽 굿즈 소진 현황판 [2] updatefile 너의영화는 2024.06.20 10082 5
불판 8월 5일 (월) 선착순 이벤트 불판 [9] 붉은노을 2024.08.02 4775 24
불판 8월 2일(금) 선착순 이벤트 불판 [32] 더오피스 2024.08.01 9956 35
쏘핫 무코 활동을 하면서 알아두면 좋은 용어들 & 팁들 [64]
2022.08.17 517645 149
쏘핫 [CGV,MEGABOX,LOTTE CINEMA 정리] [40] file
image
profile Bob
2022.09.18 434462 139
쏘핫 메박 이시아서 크리스마스 기적이 일어났네요 [29] file
image
2023.12.21 6289 123
쏘핫 개그맨 박성광 영화에 한줄평 남긴 평론가 논란.JPG [54] file
image
2023.03.17 8364 112
쏘핫 신작 소식과 함께 [41] file
image
2023.12.31 3848 111
쏘핫 김준수 콘서트 실황 영화 개봉 예정 [7] file
image
2024.05.14 5203 109
쏘핫 <듄: 파트 2> 글로벌 내한 확정 [39] file
image
2024.01.25 11401 106
쏘핫 8/16(화) 선착순 쿠폰 정리 [55]
2022.08.16 3123 105
쏘핫 레카 때 싸인 훔쳐 가신 여성 분 이거 보시면 쪽지 주세요 [43]
2024.02.23 10170 103
쏘핫 티모시 인기많은건 알겠는데요 [67]
2024.02.22 8242 103
쏘핫 [영화관 길찾기] 용산CGV, 코엑스메가박스, 영등포CGV 가는 법 (+지도) [45] file
image
2023.08.01 8510 98
쏘핫 산책하다가 마블 주연 배우 만날 확률 [31] file
image
2023.08.30 3159 97
쏘핫 최동훈 감독 : 티켓 가격 내려야한다 [36] file
image
2023.03.05 2997 97
쏘핫 이렇게 한국영화 꼬꾸라지는 걸 누굴 탓하리 [10]
2023.03.21 3994 93
쏘핫 역대급 태도였다는 영화 '바비' 마고 로비 내한..jpg (펌) [17] file
image
2023.07.02 3178 92
쏘핫 (스포/극극극불호) 난 강의들으러 온게 아닌데..( 바비 후기) [26]
2023.07.23 2630 91
쏘핫 상호간 존중을 부탁드립니다. [11]
2022.11.26 2434 90
쏘핫 마고 로비 톰 애커리 부부 인성은 최고입니다 (경험담) [12] file
image
2023.07.04 5995 88
쏘핫 제가 싸인지 훔쳐갔다고 하신 분 허위사실로 고소하겠습니다 [42] file
image
2024.02.24 11223 85
쏘핫 혼영족 객단가 이야기는 상처긴하네요 [76]
2023.08.14 4399 84
이전 1 2 3 4 5 6 7 8 9 10 다음
/ 39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