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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큐어는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의 1997년 작으로 그의 필모그래피를 이야기할때 절대 빠지지 않는 대표작이다. 세계 각종 비평 매체에서 90년대 최고작으로 뽑히기도 하고 봉준호, 마틴 스콜세지도 항상 언급할 만큼이니 더 큰 설명이 필요할까 싶다.

필자는 사실 기요시 감독을 큐어가 아닌 회로로 처음 접했다. 작품 초중반에 등장하는 유명한 귀신의 장면을 꼭 풀로 보고싶다는 생각에 아무 생각 없이 관람했었는데, 보면서 꽤나 충격을 받았다. 이토록 느리고 차분한 연출인데도 느껴지는 공포감이 훨씬 크게 느껴지다니... 하는 생각이 보는 내내 들었다. 그리고 이러한 공포감은 큐어를 관람하면서 정점을 찍었다.

 

차갑지만 뜨거운

큐어를 비롯한 구로사와 기요시 작품들의 특징이라면, 아무런 기교 없이 작품 속 상황을 있는 그대로 담아낸다는 점이다. 앞서 언급했던 회로가 귀신의 등장과 사람들의 실종이라는 단순한 전개임에도 (물론 이야기는 훨씬 방대하다) 뻔한 공포영화로 느껴지지 않았던건 화려한 컷 편집과 카메라 워킹 없이 최소한의 움직임을 보인다는 점이다. 특히 초중반의 귀신 장면은 정말... (https://youtu.be/FQidBg6ESRc?si=SlkkvMCLdfbnOkf3)

큐어도 마찬가지로 빠르고 화려한 연출보다 천천히, 조심스러운 카메라 움직임으로 진행된다. 큐어가 공포영화가 아님에도 무서운 영화로 꼽히는 것은 바로 여기서 비롯된다. 영화 속에서 일어나는 모든 살인 장면은 마치 일상생활 속 큰 의미없는 행위처럼 보인다. 새가 지저귀고, 열차가 지나가고, 사람들이 걸어가는 한복판에서 아무런 예고 없이 벌어지는 살인이라는 행위의 공포감은 관객의 멘탈을 짓눌러버린다.

수 많은 공포영화들이 점프스케어로 공포를 유발하지만, 이는 공포가 아닌 순간적인 놀람이다. 진정한 공포는 예상하지 못 한, 이유를 알 수 없는 무언가로 부터 비롯된다. 그런 점에서 큐어는 가장 완벽한 공포영화 일지도 모르겠다.

 

살인의 일상화

큐어는 최면으로 사람들이 살인을 하게 만드는 마미야와 그를 쫓는 형사 타카베의 이야기이다. 작품 속에서 최면은 매우 중요한 소재인데, 이는 최면이 직접적인 살인의 원인이 아니기 때문이다. 최면은 그저 하나의 동기 혹은 매개체 일뿐, 살인을 저지르고자 하는 의지와 욕구는 최면을 당한 당사자의 몫이다. 영화는 후반부 즈음에서야 마미야와 최면술의 정체가 밝혀지는데, 최면술을 통해 세상을 치료하려던 한 무리가 있었고 마미야는 이 무리의 전도사와 같은 사람이였다.

마미야의 최면은 내면 속 깊은 감정을 끌어낸다. 여성이라는 이유로 차별을 받았던 의사와 고집스러운 동료를 두고 있던 순경까지, 영화 속에서 살인을 저지르는 모든 인물은 최면을 통해 동기를 얻었을 뿐 윤리적 가치관은 전혀 바뀌지 않았다. 모두가 마음 속에 깊이 품고있던 분노라는 감정을 일깨웠을 뿐.

영화는 죽은 타카베의 아내의 모습을 보여주고 이내 곧 식당의 종업원이 식칼을 들고 걸어가며 끝이 난다. 타카베가 새로운 전도사가 된 것인지, 아님 모든 것은 이겨내고 새로운 삶을 되찾은 것인지 애매모호하기도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건 치료는 지금 이 순간에도 계속되고 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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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마치며

"너는 누구야?"

작품 내내 마미야가 지겹도록 던지는 이 질문은 영화를 가장 잘 표현하는 문장이 아닐까 싶다. 분노라는 감정을 묵히고 묵히며 나 자신을 숨기는 사람들, 마미야는 그런 그들에게 너는 누구냐는 질문을 반복한다. 진정한 나는 누구인지 쉽사리 대답이 나오지 않는다.


profile 박재난

세미는 뽀미에게 물린 상처에 물이 닿지 않게, 손을 높게 들어 올리고는 샤워를 한다. 엄마는 예의도 없이 불쑥 들어와 다 큰 딸의 상처에 주방용 랩을 대충 감아주었다. 세미는 그게 나쁘지 않았다.

 

세미는 조이와 단둘이 마주보고는 '사랑해'라는 말을 가르친다. 세미는 그 말을 또렷이, 아주 정확하게 반복했다. 눈치 없는 아빠는 세미의 방으로 쳐들어와 조이에게 아빠 해봐, 아빠 잘생겼다! 같은 말들을 던지며 장난을 쳤다. 세미는 아빠를 내쫓고는 조이에게 다시 속삭인다. '사랑해."

 

우리는 세미가 잠드는 모습을 보게 된다. 조금씩 아주 서서히 주변의 소리도 시야도 사라지는 그 모습을. 오늘 하루 세미에게 좀처럼 찾아오지 않던 평화가 드디어 찾아오고 있음을. 설레는 마음도, 슬픔도, 사랑도, 모두 뒤로 한 채로, 아주 천천히 아무도 모르는 사이에 너는

 

잠이 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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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profile
    조부투파키 2024.07.31 10:19
    타카베가 점차 변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였어요.
  • @조부투파키님에게 보내는 답글
    profile
    박재난 2024.07.31 13:03
    보는 입장에서 덩달아 지치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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