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우리 사회를 바라볼때 때때로 선과 악, 옳고 그름을 착각하고 있다.

 

시절이 지날수록 옅어지고 있지만 개인보다 국가(또는 사회)를 맹목적으로 최우선하는 시절이 있었다.

국가는 우리는 지키는 방패였고 또 우리를 배불리고 풍요롭게 만드는 양식이었다.

국가는 어떤 희생을 내더라도 지켜야하는 절대적인 것이기에 국가의 방향성을 반대하고 거부하는 개인은 절대적으로 틀렸다고 간주했다.

 

그러나 정말 그런 것일까.

 

다운로드 (20).jpeg

큐어는 바로 그 질문에서 시작하는 영화였다.

 

큐어는 최면과 연쇄살인이라는 하드보일드 공포스릴러 장르물로 시작하지만 끝내 당시 일본사회에 팽배한 허무, 불안, 불신을 꿰뚫는 영화다.

 

영원할 것만 같던 80년대의 호황은 90년대에 거품처럼 무너졌다.

잃어버린 10년으로 대표되는 장기 불황이 사회를 집어삼켰고 프리터의 등장, 부모에게 기생하는 니트족의 급증, 히키코모리의 범죄율 증가, 사이비종교의 득세와 대규모 테러까지, 허무주의가 팽배했다.

 

art_16571587454339_15f785 (1).jpg극중 스스로를 전도사라고 지칭하는 마미야의 최면술에 당한 피해자들의 직업은 교사(교육), 의사(보건,의료), 경찰,형사(사법) 등으로 각 공적 영역의 상징이다.

 

공공의 신뢰가 모두 무너진 사회, 공적 영역의 모든 것이 무너진 세상에선 오직 자신만이 자신을 지킬 수 있고 자신의 이익을 대변할 수 있다.

 

교육이 무너지면 합의가 무너진다.

사법이 무너지면 불신이 팽배한다.

공중보건이 무너지면 불안에 시달린다.

 

FB_IMG_1722323804172.jpg

주인공역의 야쿠쇼 코지의 직업은 형사다.

그는 목주변에 칼로 X자를 남기는 엽기적인 연쇄살인을 추적하고 있다.

그에게는 정신병을 앓고 있는 아내가 있다.

영화엔 주인공이 출근한 뒤 홀로 집에 남겨진 아내를위한 사회복지가 표현되지 않는다.

아픈 아내를 간병하는 것은 오롯이 주인공의 몫이다.

 

FB_IMG_1722323797007.jpg

공공을 지키는 형사조차 정작 자신의 아내를 위한 도움하나 받을 수 없는 아이러니한 세상.

 

310614_140819_101 (1).jpg

영화 큐어는 끊임없이 묻는다. 너는 누구야.

이름, 직업 등 사회적으로 규정된 명칭을 벗어던지고 나면 그 내밀한 곳엔 각 개인만 남을 뿐이고 그 개인은 오직 자신을 지키고 만족시키기 위해 행동하면 된다고, 이미 사회가 무너졌다면 개인을 옭아매던 사회적 책임을 벗어던지는 것이 해방이자 치유의 길인 것처럼 영화는 냉소적으로 말하고 있다.

 

반 사회성을 바라보는 방식.

간담이 서늘해지도록 무시무시한 통찰력.

정적인 화면에선 예측할새 없이 터져나오는 돌발적 충격.

기존 개념을 전복하고 비틀어대는 질문들.

하드보일드의 정수.

 

이런 장르적 시도나 담론들은 요즘 영화들에서도 많이 볼 수 있지만 어째서일까.

큐어를 보고 난 후 최근 영화들에서 하드보일드를 다루는 방식을 되새겨보면 도리어 시대를 역행하는 것처럼 느껴질만큼 이 영화의 완성도는 어마어마하다.

 

요근래 한국에선 사적제재가 화두였다.

큐어는 여전히 유효하고 여전히 의미심장하다.


profile 더오피스
이전 다음 위로 아래로 스크랩 게시글 수정 내역 댓글로 가기 첨부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 한국에서는 댓글없다고 댓글달기를 중단합니까? "

List of Articles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공지 파트너 계정 신청방법 및 가이드 file admin 2022.12.22 431377 95
공지 [CGV,MEGABOX,LOTTE CINEMA 정리] [40] file Bob 2022.09.18 435636 139
공지 💥💥무코 꿀기능 총정리💥💥 [103] file admin 2022.08.18 768982 203
공지 무코 활동을 하면서 알아두면 좋은 용어들 & 팁들 [64] admin 2022.08.17 518772 149
공지 게시판 최종 안내 v 1.5 [64] admin 2022.08.16 1173653 141
공지 (필독) 무코 통합 이용규칙 v 1.9 admin 2022.08.15 392408 173
더보기
칼럼 <바비> 바비 매트릭스의 구원자, 네오 바비 [21] file 카시모프 2023.07.27 7057 47
칼럼 [오펜하이머] (*) 자격지심과 인간관계에 대한 뻘한 생각 (수학과 철학 / 인터미션) [4] file Nashira 2023.09.23 5242 4
현황판 수카바티:극락축구단 굿즈 소진 현황판 updatefile 너의영화는 2024.07.24 1838 5
현황판 슈퍼배드4 굿즈 소진 현황판 updatefile 너의영화는 2024.07.10 4165 9
불판 8월 7일 선착순 이벤트 불판 [2] new 너의영화는 12:01 1532 7
불판 8월 6일(화) 선착순 이벤트 불판 [11] update 아맞다 2024.08.05 9629 37
영화잡담 아맥 양끝단 위쪽 VS 중앙 ABC 열 [2] file
image
2022.08.14 784 0
영화잡담 올해 최고의 외화 속편 [2] file
image
2022.08.14 765 0
영화잡담 소신발언)
2022.08.14 583 0
영화잡담 놉은 진짜 재밌을거같다
2022.08.14 507 0
영화잡담 아아 file
image
2022.08.14 565 0
영화잡담 근데 이거 언제 올라오나요 file
image
2022.08.15 603 0
영화잡담 무코가 무비코리아임? [1]
2022.08.15 818 0
영화잡담 구경왔습니다! [1]
2022.08.15 655 0
영화잡담 영수다가 끄적보다 앞에 나와야지 [3]
2022.08.15 485 0
영화잡담 차라리 이럴거면 네이버 카페에 만드는게 어때요.. [7]
2022.08.15 960 0
영화잡담 초반에는 전체적 컬러가 빨간색 계열 이였는데 파랑색 계열로 바뀌였네요. [5] file
image
2022.08.15 641 0
영화잡담 노스맨은 배급이 어딘가요? [9]
2022.08.15 757 0
영화잡담 이제는 여기서 선착순 쿠폰 일정 글만 있으면 완벽하겠네요
2022.08.15 544 0
영화잡담 인사와 함께 첫 질문 [2]
2022.08.15 431 0
영화잡담 놉 = 스티븐 연 사망 [1]
2022.08.15 629 0
영화잡담 용아맥도 전날에 취소표가 나오긴하나요? [12]
2022.08.15 573 0
영화잡담 놉 스포당했네요..ㅠ [8]
2022.08.15 592 0
영화잡담 놉 용아맥 목요일 조조 [6]
2022.08.15 580 0
영화잡담 상영관 글은 영화 수다 게시판에 올리면 되겠죠? [2]
2022.08.15 502 0
영화잡담 개봉일이 늦어지든 말든 잘되는 영화는 언제 개봉해도 잘 되더군요. [5]
2022.08.15 509 0
이전 1 2 3 4 5 6 7 8 9 10 다음
/ 39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