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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개봉한 영화 <파일럿>이 여러모로 화제가 많이 되고 있죠.

유머 타율도 호불호가 갈리고, 영화적 만듬새는 아쉽긴 하다만,

각종 커뮤니티에서는 이 영화의 사상에 관해서도 논쟁이 많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영화가 페미니즘 색을 띠고 있느냐, 모두까기에 가깝냐의 논쟁인데요.

풍자가 얕다, 제대로 다루지 못했다는 부수적인 문제를 배제하고 사상에 관해서만 본다면

2회차 후 개인적으로 내린 결론은 이렇습니다.

 

"극단주의적 남성과 여성을 모두까기하고, 진정한 페미니즘을 생각해 보다"

이게 이 영화가 다루고 있는 사상이라고 생각합니다.

 

우선 현재의 변질된 페미니즘과 '진정한 페미니즘'에 대해 설명을 하고 넘어가자면...

원래 페미니즘은 여성의 권리를 찾고 남성과 동등한 인간으로 대우받는 것에서 시작되었습니다.

현대 페미니즘은 여성과 남성 간의 거시적 차별뿐만 아니라 미시적 차별을 없애는 걸 목표로 하기도 하죠.

 

그런데 현대의 커뮤니티 문화와 결합하면서 변질된 페미니즘이 나타나기 시작하는데,

차별을 없애는 것을 넘어서 남성을 역차별하는 여성우월주의적 페미니즘입니다.

영화는 이러한 부분에 대해서는 선을 긋고, 진정한 의미의 페미니즘을 되찾고자 논합니다.

 

대부분의 해석이 일치하는 부분은 이 영화가 남성과 여성을 모두까기한다는 것일 겁니다.

왜냐하면 이 부분은 영화 속에서 상당히 알아보기 쉽게 묘사되어 있기 때문이죠.

구시대적 성차별적 관념을 가진 노 상무와, 능력도 없는데 껄떡대는 것만 잘하는 서 기장 같은 남성,

하지만 영화의 빌런은 역차별적 여성 할당제와 페미니즘 마케팅에 집착하는 여성입니다.

 

즉 노 상무와 서 기장을 통해 흔히 말하는 '한심한 남성주체'를 풍자하고 있으며,

그와 별개로 역차별적 페미니즘, 돈에 눈이 먼 페미니즘 역시 긍정적으로 그리고 있지 않는 것입니다.

 

중요한 것은 극중 페미니스트로 나오는 윤슬기의 행위에 대한 묘사이죠.

영화 속 한정우의 발언은 사회 통념상 성차별적인 발언으로 보기엔 어폐가 있습니다.

그렇기에 영화는 한정우가 억울하다, 내지는 내려진 대가가 너무 크다는 언급을 꾸준히 합니다.

윤슬기 스스로도 그때의 폭로를 노 이사 앞에서 부끄러운 과거로 생각하는 모습을 보이고요.

 

극의 종막에서 한정우는 자신의 행위에 대해 공개적으로 사과합니다.

한정우는 여성이 되고 나서 골빈 남성인 서 기장에게 한참 시달렸기 때문이죠.

이는 여성이기에 겪을 수 있는 차별적인 부분은 역지사지로 이해할 수 있다는 의미이며,

그러한 역지사지를 겪은 남성의 사과만이 진정한 양성평등을 이룰 수 있다는 페미니즘적 메시지입니다.

 

그 이후 굉장히 의미심장한 장면이 하나 나오는데요.

한정우의 사과 이후 다양한 인터넷 여론이 나오는데, 그 중 그에 대한 여론이 회복된 모습도 보입니다.

이 장면은 사건 사고에 대해 손바닥 뒤집듯 여론을 바꾸곤 하는 인터넷 문화의 비판도 있겠지만,

제가 진정으로 주목했던 것은 그 뒤의 장면이였습니다.

 

'댓글을 남겨 주세요'

이 장면은 한정우에 대한 여론이 정확히 반반으로 갈린 유튜브 투표 장면 이후 나옵니다.

즉 '댓글을 남겨 주세요'는 '너는 한정우의 저 발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

더 나아가 현대 사회의 젠더 갈등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를 함축하고 있는 장면인 것입니다.

 

긴 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솔직히 영화적 만듬새에 대해선 아쉬운 점도 많이 있었지만...

대한민국 상업영화에서 여성 할당제나 페미니즘 마케팅에 대한 풍자가 처음인 걸 감안하면

앞으로 풍자적 성격을 더욱 강화한 젠더 코미디의 주춧돌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또한 여성에 대한 풍자 역시 한국 상업영화 차원에선 거의 처음이다 보니

이 점에 대해선 남성에 대한 풍자보다 조심스럽게 접근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거시적인 요소가 모두까기에 가깝다는 것은 영화 내에서도 답을 내놓고 있지만

진정한 페미니즘을 논하는 미시적 요소에 대해선 스스로 충분히 생각해 볼 만한 영화란 생각이 듭니다.


영화에도른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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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P 6. 바빌론

​​​TOP 5. 콘크리트 유토피아

TOP 4. 너와 나

TOP 3. 버닝

TOP 2. 기생충

TOP 1. 헤어질 결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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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best movin 2024.08.01 13:13
    단순한 소재 이상으로의 고민은 없고 어설프게 건드리다 마는 느낌이죠.
  • 밀푀유나베 2024.08.01 12:45
    '댓글을 남겨 주세요' 가 영화를 보는 관객에게 던지는 질문으로 현실에서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는 장치가 될 수 있군요!
    저는 시간이 흐르고 한정미 이슈에 관심이 사라진 사람들을 표현한 것 같다고 생각했습니다!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 best movin 2024.08.01 13:13
    단순한 소재 이상으로의 고민은 없고 어설프게 건드리다 마는 느낌이죠.
  • profile
    아슈파파 2024.08.01 13:40

    좋은 리뷰 너무 잘 봤습니다
    말씀하신 그 야심찬 메시지와 화두는 아마 엉성한 코미디에 묻힐 확률이 높아 보였습니다만...ㅠ

  • 그냥그냥 2024.08.01 14:03

    웃음포인트 대부분이 풍자가 아니라 조정석이 여장을 하고 남자같은 행동을 하는 데서 나오는데 이렇게 딥하게 분석할 것 까지 있나 싶네요. 젠더 갈등은 그냥 극중 아이러니를 유발하기 위해서 사용한 도구라고 생각하고 상업 코미디 영화가 꼭 사회적 메시지까지 남겨야 하는건 아니죠 그런건 예술계에서 할 일. 코미디 영화는 그냥 코미디로 남았으면~

  • 문답 2024.08.01 14:18

    '548일 남장 체험'에서 영향을 받은 것 같기도 합니다.

  • profile
    파워핑크걸 2024.08.01 18:53
    좋은글 잘 읽었어요😀
  • profile
    스메그 2024.08.01 22:19
    개인적인 감상으론... 이 정도의 고민까지 할 메시지를 담았나? 싶긴 하네요...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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