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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의 나라>는 10.26으로 시작해 12.12, 그리고 이듬해 1980년의 3월까지 있었던 "엉터리 재판"에 관한 이야기 입니다.

아니, 그 재판에 관한 이야기 였어야 했습니다.

이 영화가 보여주었어야 할 것은 단순히 어느 한 인간의 악행이어선 안됐습니다.

악인들, 독재자들에게 짓밟힌 민주주의가 어떻게 망가지고 어떻게 작동하는가, 그런 세상에서의 법정은 얼마나 초라한 모습인가를 보여주었어야 했습니다.

극중 사건에 전상두가 최일선으로 직접개입하는 묘사는 최대한 피했어야 했습니다.

그놈은 죽을때까지 잘먹고 잘살면서 주구장창 자신은 잘못이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왜? 그놈 입장에선 직접 손에 피를 묻혔다고 생각하지 않았기에 그렇게 뻔뻔할 수 있는거거든요.
당신은 그렇게 말장난치며 뻔뻔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명확히 보여주었어야 했습니다.

물론 고민은 있었을 겁니다.

앞서 제가 말한 방식으로 찍은 법정물이 이미 있습니다.
<변호인>.

조정석버전 변호인이라는 소리는 듣고 싶지 않았을 겁니다.

그렇다면 적어도 소재에서 더욱 힘냈어야 했는데 소재에도 겁을 잔뜩 집어먹었더군요.

이 영화의 주인공이 김재규가 아니고 김재규와 함께 거사를 진행했던 부하인 점이 바로 그 이유입니다.

혁명적 열사, 또는 열등감에 사로잡힌 2인자,
김재규를 바라보는 시선은 아직도 의견이 분분합니다.

감독은 너무 깊은 논란은 피하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그렇기에 영화내에 김재규에 대한 묘사는 철저하게 배제됩니다.

이 사건이 벌어진 주요 원인인 김재규를 배제하자 주변 인물들도 따라서 침묵하게 됩니다.

대규모 변호인단을 등장시켰음에도 그들이 김재규를 변론하는 장면하나 들어가지 못하고 그저 감성팔이를 위한 단순 들러리로 전락했습니다.

조정석이 이선균 살리겠다고 다른 변호인들의 변론과 상충되는 주장을 하는 내분 장면, 더욱 날서게 그렸어야할 그 씬이 그렇게 힘을 잃었습니다.

그렇게 깊은 고민과 함께 영화는 너무 평범해 졌습니다.

너무 단순해서 매력 떨어지는 주인공들.
그 재미없는 배역을 오직 개인의 실력으로 끌어올리는, 그래서 더욱 대단한 이선균과 조정석.

행복의 나라는 참 아쉬운 영화입니다.
조금만 더 잘 만들었다면 작년말, 동시기를 다룬 <서울의 봄>의 흥행에 힘입어 충분히 시너지가 날 수 있는 작품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선균, 이선균은 그렇게 가선 안되는 사람이었습니다.
그는 이렇게 아쉬운 창고영화들이 마지막 작품이 되어선 안됐습니다.
그의 연기력에 걸맞는 훌륭한 작품들로 70,80살이 되도록 관객과 만나야할 사람이었습니다.

아마도 저는 평생 그를 기억할 겁니다.

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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