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컷 냄새 풍기는 흔한 느와르를 기대했든, 전작인 <무뢰한> 비슷한걸 기대했든 많이 당황스러운 물건인 것 같아요.
이걸 뭐라고 해야되나... 느와르 코미디?
각 잡고 웃기는건 당연히 아니고, 영화가 느와르 특유의 비장미를 많이 빼려고 노력한 흔적이 엿보이는데 그 맥락에서 들어간 가벼운 대사들이 툭툭 웃음포인트를 건드리고 지나가는 느낌.
피식할만한 정도의 장면이 좀 있더라고요. 특히 임지연과 김준한, 지창욱 배우의 대사에서 웃음이 좀 나왔습니다.
영화에 대해서는 이게... 참... 정말 애매하네요ㅋㅋ 재미없었냐고 하면 그건 아니고, 나름 결말도 궁금해하면서 보긴 했는데, 다 보고 나면 영화가 좀 비어있는 것 같습니다.
생각보다 많은 인물들이 등장합니다. 이들에 대해 혼란스럽게 뿌려지는 정보들을 전반부에 겨우 습득하고 나면 자연스럽게 이들이 얽히는 한바탕 난장판을 기대하게 되죠. 하지만 클라이막스는 너무 중구난방으로 늘어지며, 엔딩은 다소 황망했습니다.
호흡이 길고 느린건 분명 호불호가 갈리는 부분이지만, 그것만으로 이 영화에 대한 가열찬 혹평을 전부 설명할 수는 없겠습니다.
그 긴 호흡을 가져가면서 도달하려는 목적지가, 생각보다 너무 소소하고 대단치가 않습니다. 이 영화 줄거리가 약간 공갈빵 같아요. 이 알차고 믿음직한 배우 라인업을 데리고 소품을 찍어서 내놓았어요. 굳이 말이죠.
다만 분명한 장점이라면 영상미와 배우들의 연기. 전체적으로 절제되고 우아한 느낌으로 눈이 즐거운 컷이 많았습니다. 대사도 느와르치고 힘을 많이 뺀 느낌인데 개인적으로는 나쁘지 않았습니다.
진짜 솔직히 재미없게 본건 아니고 나름의 매력도 있긴 한것 같은데, 그 한방..! 한방이 없어도 너무 없습니다.
그 한방이 꼭 피튀기는 복수나 화려한 액션일 필요는 없습니다. 인물 간의 진득한 감정선이나 플롯이 퍼즐 조각처럼 짜맞춰지는 쾌감도 한방일 수 있을텐데, 그게 없어요ㅋㅋ
주변에 절대 추천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아쉽지만 전도연의 극장 흥행작은 또 다음 기회로 미뤄지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