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여름 

빅4 + 3편(<탑건:메버릭>, <헤어질결심>, <브로커>)

에 대한 저의 간단한(?) 감상평을 올려봅니다. 영화평까진 아니고 제가 느꼈던 좋았던 점 아쉬웠던 점에 대한 나열 정도 인 것 같아요 ㅋㅋㅋ 

스포는 최대한 피했는데 <비상선언>은 어쩔 수 없이 스포 한스푼이 들어가 있어요ㅠ 

올 여름 사람들을 극장으로 다시 불러모은 영화들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 무코님글과 나눠보고 싶어요!!


탑건 : 메버릭 5.0/5

영화의 서사에는 흔히 말하는 공식이란 것이 있습니다. 그렇다보니 많은 영화들은 그 공식을 따르기도, 비틀기도 하며 새로운 이야기들을 만들어내죠. 영화가 한참 진행되는 중에 주인공이라 생각했던 인물이 죽는다면 관객의 마음 속 그 공식이 깨지면서 큰 충격과 반전이 되기도 하고, 너무 공식에만 충실하면 뻔해서 노잼인 영화가 되기도 합니다. 그런데 <탑건 : 메버릭>은 공식대로 만들어도 잘 만들면 결국 재밌다는 걸 집념으로 증명해냅니다. 솔직히 이야기 자체는 모두 예측 가능한 방향으로 흘러가잖아요? 하지만 영화관에서 영화를 보고 있는 순간만큼은 뻔하다는 느낌도 다음에 어떤일이 벌어질지 알 것 같아 지루하다는 생각도 들지 않습니다. 그래서 N차관람을 해도 재밌죠. (아..얇아지는 내 지갑…) 예전에 김영하 작가가 어딘가에서 “창작자가 자기 작품에 대한 스포일러를 두려워하는건 서사 이외의 것에 자신감이 없어서일지도 모른다.”는 말을 한 적이 있었던 것 같은데요.  <탑건:매버릭>은 영화를 포함한 모든 문학이 서사 외에도 수많은 것으로 구성되어 있다는 걸 보여주는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정말 영화가 왜 각본이 아닌 완성된 영화로서 하나의 예술이 되는지를 보여주는 영화였습니다.  저에게는 올해 최고의 영화였네요.


헤어질 결심 4.5/5

정말 우아한 영화였습니다. 중간에 살짝 짠내가 날 수 있는 순간들에도 우아함을 잃지 않고 꼿꼿하게 영화를 풀어가는 점이 정말 인상적이었어요. 클래식한 필름누와르 팜므파탈의 서사를 가져오면서도 같은 공간에 다른 시간과 다른 인물의 시선을  통해 다른 맥락을 부여하고, 이를 내러티브와 연결하는 방식이 정말 신선한 연출이었습니다. 그리고 촬영이 정말 너무 좋았는데, 앞으로 김지용 촬영감독은 헐리우드 러브콜도 쏟아질 것 같아요. 마지막 장면에서는 멍해지면서, 영화가 하는 이야기를 곱씹어보게 되더라구요. ‘마침내’ 좋은 한국영화를 봐서 만족스러운 관람이었습니다.


브로커 2.5 / 5

어색한 대사들과 작위적인 상황들 때문에 도무지 영화에 집중이 안되더라구요. 다만, 그렇게 작위적인 대사를 말도안되게 자연스럽게 뱉어내는 일부 배우들이 있다는 사실이 놀라웠고, 억지스런 상황들에 한숨을 쉬다가도 간혹 있는 영화적 순간에 감탄하긴 했습니다. (모텔 씬이라던가) 여러모로 아쉬운 작품이었지만 좋았던 특정 순간들이 전반적인 아쉬움 위로 오히려 드러나서 상영관에서 나올때는 무난한 기분으로 나왔던 것 같아요.


외계+인 1부 3.0/5

생각해보면 그리 복잡하지 않은 단순한 이야기인데, 이를 복잡하게 풀어간 방식이 오히려 호불호를 유발한 것 같아요. 관련 없어 보이는 과거-현재가 교차되며 진행되고 둘이 천천히 연결되는데, 막상 연결해놓고 보면 “엄청난 무언가”는 없고, 약간은 유치할 수 있는 (전 그 유치함이 좋았지만) 단순한 이야기만 있거든요. 이야기를 복잡하게 풀어가면, 매듭이 풀리는 지점에 관객들에게 일종의 충격을 줘야하는데 <외계+인1부>는 이 세상의 어떤 부분을 상상하고 설명하는 SF가 아니라, 근거가 없어도 그럴듯하면 되는 판타지에 가깝기 때문에 매듭을 풀고나면, “에게..그래서 뭐?” 정도거든요..그렇다고 <인터스텔라>, <블레이드러너> 등 다른 SF영화처럼 세계관이 탄탄하게 구축된 것도 아니고, 마블 시리즈들 처럼 캐릭터가 이미 구축되어 있어서 거대한 세계관 속에 넣고 재밌는 사건으로 끌고가면 되는 상황도 아니구요..그러다보니 세계관도 설명해야하고, 캐릭터도 구축해야하고, 이야기도 진행시켜야하고, 코미디는 빠질 수 없고..영화를 완성시키기 위해 해야하는게 너무 많았던 것 같아요. 그렇다보니 관객들이 최동훈 감독에게 기대했던 다른 요소들은 영화 속에 들어갈 틈이 없었던 것 같네요. 그래도 저는 적어도 보는 2시간 20분동안 지루하거나, 화가나거나, 개연성에 의문을 제기하거나..그런 순간은 크게 없었고 장면장면의 재미들로 꽤 재밌게 관람을 했어요. 끝나고 나서 약간 정리에 시간은 걸렸지만요. 그리고 CG의 하드웨어적 퀄리티는 훌륭했다고 생각합니다. CG라이팅도 전체적으로 자연스럽고, 현실성도 높았어요. 하지만 디자인적인 부분에서의 창의력은 한국 영화의 숙제가 되겠네요. 레퍼런스 중심으로 사고하는거 그만하고, 정말 독창적인걸 만들어보려는 집념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이제 구현은 다 된다는 건 알았으니까요.


한산 2.5/5

명량을 별로 안좋아했던지라 걱정이 좀 있었는데, 꽤 재밌게 봤어요. 전편보다 나은 속편이라니! 1700만명이나 본 영화를 찍은 감독이 끝없이 피드백을 통해 더 나은 영화를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구나 라는 사실은 사실 영화보다 더 감동적이었습니다. “이순신” 이야기가 아무래도 모두가 결말을 알고 있고, 뻔하다 보니, 왜구의 시선을 통해 풀어가는 방식을 선택한 것도 인상적이었고, 잘 구현은 안되었지만 앞 부분을 첩보물 형식으로 풀어가보려 한 시도도 의미있었다고 생각합니다. 배우들의 연기도 전반적으로 좋았구요. 해상 전투씬은 볼만은 했지만 취향에 막 맞지는 않았는데 약간 투박하다고 느꼈던 것 같아요. 전투 내의 연결 상황등에서 끊기는 느낌도 조금 있었고. 하지만 이 또한 명량보다는 훨씬 짜임새가 좋았고, (<명량>은 정말 카메라를 막 아무대다 갖다댔다고 생각하거든요) 해상 액션의 난이도를 고려해보면 볼만은 했던 것 같아요. 그런데 CG는 정말 최악이었습니다. 2022년의 한국인데..CG는 다른 대작들에 비해서 처참한 수준이었다고 생각합니다..배경과 인물의 라이팅이 너무 안맞아서 따로 놀고..CG를 뽐낼 수 있는 장면들은 다 뿌옇게 처리해버려서 날림으로 해버리고..코웨이 삼국지 게임이나, 중국 사극 영화를 보는 것 같은 CG구현은 정말 너무 아쉬웠습니다. <외계+인 1부>가 소프트웨어적인 부분에서 아쉬웠다면 이건 구현 자체가 아쉬웠네요. <노량>에서는 CG퀄리티가 더 좋아졌으면 하고 바래봅니다..


비상선언 2.0/5

차라리 그냥 뻔하고 별로인 영화였다면 할말도 많이 없었을텐데 후반부의 불쾌감이 워낙 커서 전반부의 만족감이 모두 사라지는 영화라 불만의 목소리가 더 크게 나온 영화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개인적으로도 아쉬움이 정말 큰 영화였습니다. 우선 좋았던 점부터 이야기 해보자면, 초반부 영화의 긴장감을 형성하는 방식이 좋았어요. 범인찾기 미스테리를 과감하게 포기하고, 서스펜스에만 집중해서 풀어가는게 제 취향이었어요. 이 부분에선 선택과 집중을 잘했다고 생각이 드는데 말이죠..이야기의 구조도 지상과 하늘의 서사를 병렬적으로 가져가다가 서로 연결되어 만나게 한다는 컨셉이 꽤 괜찮게 다가왔는데, 많은 분들이 캐릭터가 뻔해서 별로라고 하지만 자칫 재미없을 수 있는 지상에서의 이야기를 “송강호”, “전도연” 이라는 무게감 있는 배우로 뻔하게 끌고갔기 때문에 산만할 수 있는 이야기가 안정감 있게 잘 진행되었다고 생각해요. 물론 전도연 배우는 왜 이 역할에 시나리오를 선택했나 싶긴 했습니다. 차라리 김소진 배우의 사무장 역할이 더 나을 뻔 했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어요. 김소진 배우는 지금도 너무 좋았지만 장관역을 했어도 마찬가지로 충분히 매력적이었을 수 있었을 것 같구요. 그런데..부기장의 “알겠다고” 이후부터는 영화의 재미가 무조건 착륙 비상선언을 하고는 급격하게 추락해버렸어요. 정말요. 글라이딩도 아니고 그냥 제트기류에 허둥대다 꼬꾸라지는 것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부기장이 돌비관에서도 잘 안들리는 볼륨으로 “알겠다고” 중얼거릴때 일단 영화의 제목이 ‘비상선언’이다보니 왜 비상선언을 안하지 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우선. 저도 모르게 거기서 비상선언을 하면서 새로운 이야기가 시작될거라고 기대했었나봐요. 처음에 길게 비상선언이 항공에서 얼마나 엄청난 무적의 치트키인지 아주 길게 설명하니까요. 이후 일본에서는 비상선언도 거부당하더니, (그럼 제목은 도대체 왜..? 그냥 말이 멋있어서?) 독파이트 맛배기를 보여주고는 사건의 변곡점을 계속해서 주기 위해 클라이막스를 반복적으로 끌고가더라구요. 물론 계속해서 새로운 사건이 생기고, 이야기가 변화를 겪는다면 이는 충분히 재미요소가 되지만, <비상선언>에서는 변곡점들의 구성이 개연성도, 디테일도, 여유도 없어서 결국 작위적이기만한 변곡점이 된 것 같습니다. 클라이막스가 1절, 2절, 3절, 4절까지 가더니 결국 뇌절로…그래서 영화가 끝날때쯤엔 좀 화가 나더라구요ㅠㅠ 이럴거면 앞이라도 재미없든가ㅜㅜ 어쨋튼 비상선언은 아쉬움이 너무 컸던 영화였습니다.


헌트 3.5/5

일단 이야기가 새롭고 재밌었어요! 초반부의 미스테리, 중반부터 클라이막스까지의 서스펜스 너무 재밌고 좋았습니다. 첩보물을 좋아하는데, 첩보물을 한국 현대사의 다양한 사건과 엮어가면서 현대사의 격변 속 두 인물을 중심으로 풀어가는 구성이 굉장히 좋은 선택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단독 주인공 구성이었으면 훨씬 재미없었을지고 모른다고 생각했어요. 다만, 작가로서 말고 감독으로서 이 이야기를 잘 풀어냈는가에는 조금 아쉬움이 남았습니다. 강-강-강 으로 계속되는 영화가 템포는 빠른데 리듬감이 없다고 느꼈던 것 같아요. 그래서 계속 재밌긴한데 다 보고 나면 “최고였어!” 라고 외치기는 어려운 그런 느낌이랄까요? 그런 점은 아쉽지만 데뷔 감독이라는 점에서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상업영화 메가폰을 잡았던 김윤석 배우나 하정우 배우에 비해서는 영화 연출에 있어 훨씬 아카데믹 하게 접근을 했기 때문에 오는 재미 요소도 많았구요. 촬영이 전체적으로 단조롭고 설명적이었다는 점은 아쉬움이 남긴 했네요. 


-

기대작들이 생각보다 아쉬워서 조금은 섭섭한 여름이었지만, 그래도 영화관이 다시 살아나고 있는 것 같아 설레는 여름이었어요.

이제 또 줄 서 있는 새로운 영화들 개봉 기대해봅니다!!


profile 스티븐스필버그

영화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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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남길 2022.08.17 12:35
    메버릭이 안죽은 이유가 주인공 버프라는 소문이.....
  • @김남길님에게 보내는 답글
    profile
    스티븐스필버그 2022.08.17 12:42
    주인공 버프 맞죠! ㅋㅋㅋㅋ 그런데 왜 안죽지 라고 의심하지 않게 만드는게 어려운거라 생각하는데 탑건은 그걸 해내죠ㅠㅠㅋㅋㅋ
  • 리코리쉬피자 2022.08.17 12:38
    한산 비상선언 평 많이 공감되네요
  • @리코리쉬피자님에게 보내는 답글
    profile
    스티븐스필버그 2022.08.17 12:43
    공감 한스푼 감사합니다 ㅋㅋ 막 쓰다보니 비상선언만 평이 분량이 많아졌네요..ㅋㅋ할말이 많을 수 밖에 없는 영화라는 생각은 듭니다
  • profile
    오답노트 2022.08.17 13:11
    좋은 리뷰글 잘 읽었습니다!!
  • @오답노트님에게 보내는 답글
    profile
    스티븐스필버그 2022.08.17 13:16
    감사합니다~ 다른 분들 감상도 궁금합니다!
  • movin 2022.08.17 13:23
    올해 여름은 탑건과 헌트가 있어서 다행이었습니다.
    마녀2, 외계인과 한산은 그럭저럭이었고 나머지 기대작들은 쥬라기 부터 시작해서 너무 실망스러웠네요.
  • @movin님에게 보내는 답글
    profile
    스티븐스필버그 2022.08.17 13:29
    맞아요..특히 쥬라기..ㅠㅠ
  • @movin님에게 보내는 답글
    profile
    스티븐스필버그 2022.08.17 13:31
    제 닉이 슬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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