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코에서 첫 글이 되겠네요.

 

올해 작고하셨던 아오야마 신지 감독님의 대표작 '유레카'를 서울아트시네마 시네마바캉스 기획전을 통해 관람했습니다.

저의 인생 영화 중 하나이며 집에서 관람했던 적은 있지만 극장 관람은 한 적이 없기 때문에 이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습니다.

아름다우신 미야카지 아오이 배우님의 어린 시절을 볼 수 있는 영화 중 하나이기도 하며 고로 상으로 잘 알려진 마츠시케 유타카님이 이 시기에 예술 영화 시장에서 활발하게 활동하셔서 고로 상의 또 다른 모습을 볼 수 있는 재미도 있습니다.

 

유레카는 작년에 전세계적으로 가장 큰 주목을 받았던 '드라이브 마이 카'와 결이 비슷하다고 많이들 느끼실 겁니다.

'드라이브 마이 카'처럼 남겨진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죠.

 

영화는 한 강도가 버스를 납치하는 이야기로 시작됩니다.

이 사건에서 버스 기사와 한 남매를 제외하고는 모든 승객이 강도에 의해 죽고 강도도 경찰에 의해 현장에서 사살당합니다.

엄청난 사건이지만 영화는 이 사건을 깊게 다루지 않습니다. 사건 이후의 이야기에 집중하기 위해서죠.

 

버스 기사 마코토는 자신만 살아남았다는 죄책감에 아내를 비롯한 가족들은 남겨두고 어디론가 떠나버립니다.

남매의 엄마는 다른 남자와 바람을 펴 집을 떠나고 아빠는 사고사로 남매 둘만 남게 됩니다.

 

본격적인 이야기는 마코토가 마을에 다시 돌아오고 남매의 집에 들어가 살게 되면서 시작됩니다. 그리고 남매의 사촌 형, 오빠인 아키히코는 남겨진 남매가 잘 살고 있는 지를 확인하기 위해 방학 동안 이들의 집에 왔으며 이렇게 4명의 특별한 동거가 시작됩니다.

 

마코토가 돌아오면서부터 마을에서는 연쇄살인사건이 일어나게 되며 마코토와 가깝게 지내던 한 여자가 죽자 마코토가 용의자로 의심받게 됩니다. 하지만 아무런 증거가 없어 풀려나게 되고 다시는 버스 기사를 할 수가 없어 보였던 마코토는 버스 한 채를 사서 개조하여 4명이서 여행을 떠나게 됩니다. 여행을 떠나면서 한 비밀이 밝혀지게 되는데 이건 영화를 직접 보시는게 좋을 것 같습니다.

 

유레카는 치유와 극복에 관한 영화가 아닙니다. 치유받지 못하고 공감하지 못하는 것에 대해 말하는 영화입니다. 또한 소통이라는 키워드가 매우 중요하게 다뤄집니다. 트라우마로 인해 마음을 열지 못하고 실어증에 걸렸던 남매가 결국은 말을 하면서 마음을 열게 됩니다.

 

마코토가 영화 끝자락에 말하는 대사가 이 영화 전체를 관통한다고 생각합니다.

'살라고는 말하지 않겠다. 하지만 죽지도 말아라'

 

3시간 37분이라는 러닝타임은 보통은 무식하게 길게만 느껴질 것입니다.

하지만 영화를 보다보면 단 한 씬도 버릴게 없다고 느끼게 되며 왜 이렇게 길게 만들어야 했는가를 알 수 있습니다.

제가 생각하기엔 한 5시간 이상으로 해도 좋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긴 러닝 타임 내내 모노크롬으로 재생되던 영상은 막바지에 가서 컬러로 전환되게 되고 이 때 특별한 시네마적 경험도 느낄 수 있습니다.

 

긴 러닝타임 때문에 영화를 보기를 주저하고 있다면 꼭 보시길 추천드립니다.

 

평점: 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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