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글 삭제 오남용 방지 시스템 도입

세상 사는 게 떳떳하지 못하다라, 너무 가볍게 말씀하시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이 세상에 자신이 지금껏 해 온 모든 일에 떳떳하고 결백한 사람이 있을까 싶습니다. 하물며 아무런 법적, 도덕적으로 문제가 없는 일이라 하더라도 그것들이 타인에게 모조리 공개되도록 하는 게 과연 바람직한 일일까요. 빈 사무실에서 혼자 콧노래를 부르다 남이 벌컥 문 열고 들어올 때 느껴지는 수치심은 도덕과 아무런 관계가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콧노래의 모든 가락을 굳이 녹음하여 남겨둘 필요가 있을까요.

인터넷에 한 번 남긴 기록은 해당 사이트 관리자가 지우더라도 이미 여기저기서 수집되어 계속 보존될 수 있어요. 짧은 조각 하나는 중요한 개인정보로 취급되지 않지만 그것들이 모이고 모이면 개인을 식별할 수 있는 디지털 프로필이 완성됩니다. 실제로 여러 웹 사이트와 인터넷 트래커들이 그러한 방식으로 개인을 추적합니다. 물론 단순히 자동화된 시스템이 분류할 뿐이고, 사람이 개입한다 한들 수많은 디지털 프로필 중 굳이 평범한 일반인의 정보를 들여다 볼 이유는 없겠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그냥 불쾌하다는 생각이 드네요. 제 음악 플레이리스트, 영화 시청 기록, 여행지에서 찍은 풍경과 음식 사진, 고양이 사진들은 유출되어도 전혀 제게 실질적인 위협이 되진 않아요. 하지만 막상 불특정 다수가 언제든 그걸 한꺼번에 열어볼 수 있다는 가능성을 인지하게 된다면? 썩 유쾌한 경험은 아니리라 생각됩니다. 그것과 거의 같은 이야기입니다. 내가 질문하고 답했던 글들, 심심해서 써 본 글들에 아무런 이상한 내용이 없더라도, 누군가 제 아이디를 검색하기만 한다면 그것들이 주루룩 정렬되어 한 눈에 보인다는 게 그리 마음 편히 두고 볼 일은 아니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읽기만 하고 글을 쓰지 말라고 하기엔 별 내용 없는 글을 썼다 지우는 것이 보통은 남에게 아무런 해가 되지 않는 경우가 많지요. 그렇다면 글을 자유롭게 쓰고 다시 지우려는 것을 굳이 막으려 들 이유도 없습니다. 온라인상에서도 마찬가지로 남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 한 권리가 가능한 최대한으로 보장되어야 한다는 입장에 동의하신다면요. 몇 가지 예외적인 상황에선 관리자분께서 말씀하신 게시물 떠나기같은 기능을 사용하도록 하면 되겠고요.

콧노래에 비유한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습니다. 당연히 말씀하신 대로 콧노래를 애초에 부르지 않았더라면 아무 문제도 없어요. 아마 그 사람은 앞으로 한동안 빈 사무실에서도 춤을 추지 않을 겁니다. 그렇지만 그건 다른 영역의 이야기입니다. 앞으로 조심해야 하는 건 당연하지만 그렇다고 이미 남긴 기록을 지우지 못하게 할 필요는 없다는 것입니다.

또 한 번 남긴 흔적은 제가 언급했다시피 수집해 가는 경로가 워낙 많아 모조리 없애기 어려운 게 맞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단 원본을 삭제하면 일반인들이 흔히 아이디를 검색하거나, 프로필에 들어가 게시글 목록을 확인하는 등의 방법으로는 추적할 수 없습니다.

각종 트래커 데이터베이스에 쌓여 있는 내 정보에 대해선, 불쾌하지만 어떠한 조치도 할 수 없습니다. 애초에 스마트폰을 쓴다는 것부터가 대기업에게 나의 개인정보를 모두 넘겨 주는 것이니까요. 그보다 실질적으로 중요한 것은 다른 일반인들의 추적입니다. 그걸 일차적으로 막을 수 있는 가장 쉽고 효과적인 방법이 바로 게시물을 지우는 것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