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핍의 살인 사건 안내서]는 영국 소설을 원작으로 한 미스터리입니다.

 

원작 소설은 국내에도 출간되었고 작가의 첫 작품이자 이후로 시리즈가 이어진다고 하는데

드라마를 보고 나면 오히려 원작이 더 궁금해져서 기회가 닿으면 찾아보게 될 것 같습니다.

 

이야기는 영국의 작은 마을을 배경으로 5년전 벌어진 한 여학생의 실종과

그녀를 살해했다고 추정되지만 수사 도중 자살한 남자친구의 사건을

졸업을 앞둔 주인공 '핍'이 소논문을 핑계로 재조사하면서 시작됩니다.

어반 미스터리 또는 코지 미스터리가 어울리는 판이 깔린 가운데

아직 미성년인 학생인데다 제목처럼 모범생이기도 한 주인공이 스스로의 껍질을 깨며

한 걸음씩 사건의 진실에 다가가는 과정을 안정감 있고 영리하게 풀어냅니다.

 

다양한 인물들이 비등비등한 비중을 갖고 등장하며

과거 사건의 진상으로 추정할 수 있는 몇 가지의 시나리오들도

어느 하나 쉽사리 배제할 수 없도록 조금씩 정보를 풀어내는 과정이 훌륭합니다.

에피소드의 배치도 신중해서 조금 루즈해질 즈음이면 하나씩 새로운 단서나

사건, 증인들이 등장하며 서스펜스는 물론 추리의 재미도 더해주니까

이런 이야기가 해야할 의무(?)를 아주 충실히 다한다고 봐야겠습니다.

 

마지막 에피소드에 가서야 밝혀지는 사건과 범인의 진상은

앞선 복선들을 대부분 회수하며 논리적으로 잘 짜여진 느낌을 줍니다만

하나 아쉽다면 악역의 실체가 한 무리의 구성원에 집중된다는 부분입니다.

주인공 캐릭터의 성장과 감정적 클라이맥스를 위한 구성이라고 하지만

그렇더라도 결과적으로 보면 두 가지 별개의 사건이 한 곳에 묶여있는 터라

약간의 억지스러움이 느껴져서 원작은 어떨지 궁금해지기도 했습니다.

물론 사건에 얽힌 부수적인 요소들까지 살피면 관계자들은 더욱 넓어지긴 합니다만

이런 이야기에서 딱 집어 손가락질 할 범인이 필요하기 마련이니까요.

 

더불어 주인공 핖의 캐릭터 성장과 관련해서 미묘한 아쉬움도 남는데요.

말 잘 듣고 성실하기만 해 보이는 소녀가 그 내면에는

과거와 관련한 죄책감과 함께 남다른 열정과 집착이 숨어있다는 설정을

점층적으로 보여주지 못하고 산발적이고 편의적으로 쓰고 있는 느낌입니다.

그래서 한 인물이 상황과 상대에 따라 전혀 다른 인물처럼 행동할 때도 있어요.

아주 이해할 수 없는 수준은 아닌데 드라마 엔딩에서

최종적으로 성장한 캐릭터의 모습을 보여주는 장면에 다다르면

앞선 널뛰기 식 성장서사 덕분에 감흥이 많이 떨어집니다.

이해는 해요... 깨나 복잡하게 구성한 미스터리에 성장서사를 엮어여 했고

심지어 러브 스토리까지 끼어 있으니 만만치 않았을 겁니다.

배우 본인은 거기에 더해 영국식 억양까지 연기해야만 했다고 하고...

 

영드답게 6부작에 편단 50분 안팍이라 금방 볼 수 있고

원작의 평가처럼 미스터리로서 기본기가 탄탄한 작품이라

이쪽 계통을 좋아하는 분이라면 추천드립니다.

 

+

 

주인공 핍을 연기한 엠마 마이어스는 탈색과 과한 화장으로 치장했던 [웬즈데이]와 달리

자신의 본래 머리색 그대로 출연하고 핍의 캐릭터 성격상 몇 장면을 제외하곤 화장기조차 없습니다.

덕분에 그녀를 모르는 사람은 아마 두 캐릭터가 같은 배우라고 쉽게 연결짓지 못할 것 같아요.

더불어 BBC 녀석들의 자비없는 고화질 카메라는 배우의 뾰루지와 잡티, 흉터를 그대로 드러내더군요.

타이틀롤에 거의 단독주연으로 혼자 극을 이끌어가야 했던 작품인데 그럭저럭 잘 해냅니다.

 

그런데 동생 이사벨은 이제 연기는 하지 않는 걸까요?

당장은 학업이나 다른 분야에 집중하고 있는 건지...


클랜시

글쓰고 영화보는 인생지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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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amheughan 2024.09.08 14:09
    궁금한 작품인데 후기 감사해요
  • profile
    삐삐 2024.09.08 14:14
    가볍게 보기 좋았던거 같아요

    단점은 자막이 너무 빨리 지나가서 되돌려보는 경우가 있었다는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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