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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략) 디즈니플러스는 론칭 전부터 ‘넷플릭스 대항마’로 기대를 한몸에 받았다. 국내 OTT 시장에서, 자본력으로나 영향력으로나 넷플릭스와 경쟁할 수 있는 유일한 업체로 꼽혔다. 하지만 기대만큼 구독자를 모으지 못했고 작품 흥행 면에서도 아쉬웠다. 올초 공개한 <카지노>가 호평을 받았지만 넷플릭스의 아성을 깨기엔 부족했다.
한국 오리지널 콘텐츠 라인업 부재, 마블 등 IP의 인기 부진 등의 분석이 나온다. 하지만 콘텐츠 업계 관계자들은 지금까지 디즈니플러스코리아가 히트작을 내지 못한 이유로 ‘불투명한 제작 구조’를 꼽는다.
디즈니플러스코리아의 ‘제작 구조’는 업계 내에서 꾸준히 입길에 올랐는데, 그 중심에 드라마 제작사 ‘아크미디어’가 거론된다. 아크미디어는 2019년 설립된 드라마 기획 및 제작사로, 2021년 말 디즈니플러스 한국 상륙 이후 사실상 독점으로 디즈니플러스의 오리지널을 줄줄이 제작했다. <그리드>부터 <키스 식스 센스>, <변론을 시작하겠습니다>, <카지노>, <사랑이라 말해요> 등이 아크미디어를 거쳤다.
아크미디어의 실적 대부분이 디즈니플러스에서 나온 셈이다. 회사가 강한 신뢰를 얻어 비즈니스를 연달아 성사시킨 사실 자체는 문제삼기 어렵다. 다만 통상 한국 시장에서 보기 힘들었던 구조로 제작이 이뤄지면서 업계 안에서 이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아크미디어는 디즈니플러스와 연이 닿기 전에는 알려진 작품이 KBS의 <연모>, <오월의 청춘> 정도다. ‘글로벌 대형 OTT’의 오리지널 계약을 연이어 따낼 만큼의 존재감이 있는 업체로 보기는 어렵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업력으로나 인지도로나 스튜디오드래곤과 같은 대형사가 아니다 보니 '한국 시장 상황에선 오해를 살 여지가 있다'는 평가가 나왔다.
디즈니플러스코리아는 공개 입찰을 거치지 않고 아크미디어를 선정해온 것으로 알려졌는데, 그러다 보니 업계에선 ‘아크미디어와 친해야만 디즈니 작품을 딸 수 있다’ 등의 소문이 회자되기도 했다. 아크미디어는 기획 및 제작, 콘텐츠 수출 및 배급, IP(지식재산권) 활용 비즈니스 등을 하는 종합제작사다. 아크미디어가 디즈니플러스코리아의 수주를 받으면 또 하위 제작사에 일감을 주기도 하는 구조다.
디즈니플러스가 오리지널을 제작할 때 아크미디어를 통해서만 업체를 선정하고 제작료를 정산하는 등의 구조를 만들자 오해가 쌓다. 거치는 단계가 늘어날 수록 정산 과정은 불투명해지니 프로덕션 제작사들 사이에서는 무려 ‘글로벌 OTT’인 디즈니플러스코리아와 일을 하기 꺼려하는 분위기까지 감지됐다. '넷플릭스가 투명하게 잘해왔구나' 하고 새삼(?) 느꼈다는 전언이 나왔다.
한 콘텐츠 제작사 관계자는 “디즈니에서 아크미디어에 얼마를 주는지 확인할 길이 없고, 제작사에는 ‘마진이나 먹고 빠지라’는 식으로 진행되다보니 다들 디즈니와 일을 하고싶지 않아 했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까지 변변한 히트작도 없었으니 다 거절을 당하고 ‘갈 데가 없으면’ 가는 곳이 디즈니였다. 디즈니에서 ‘더 글로리’ 같은 히트작이 나오지 않았던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고 덧붙였다.
이런 탓인지 디즈니 미국 본사에서 디즈니플러스코리아 감사에 나서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감사는 ‘할리우드에서는 안정적인 제작 역량이 있는 제작사와 지속적으로 일하는 것이 일반적'이라는 결론으로 마무리됐다. 디즈니플러스코리아도 업계에 ‘할리우드에선 일반적이지만, 문제가 된다면 앞으로 그러지 않겠다’는 입장을 보인 것으로 전해진다. 디즈니플러스코리아에서 오리지널 심사를 담당하던 지상파 방송국 출신 인사도 최근 퇴사했다고 알려지는데, ‘달라지겠다’는 의지의 표현이 아니냐는 추측이 나온다. (후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