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10년전에 이영화를 첨 봤을땐 뭘 말하고픈건지 이해가 안가던 모호한 영화였습니다.
이번 CGV 톰 크루즈 특별전으로 다시 보니까 이해 안갔던 상황들이 나름대로 해석이 되더군요.
초반 크리스마스 파티씬에서 빌은 현역 모델 아가씨 2명과 선을 넘을랑 말랑 했는데, 평소 친분이 있던 대부호의 긴급호출로 자리를 뜨게 되고..
빌의 아내 앨리스는 파티의 주최자 빅터와 선을 넘을뻔 했다가, 남편이 어린 여성모델 2명과 다정하게 얘길하는걸 보고 마음을 다잡는 연출을 보여주는데, 두부부의 심리가 느껴지고 공감가는 면이 있었어요. (...)
세월이 흘러서일까요? 이영화를 처음 봤을땐 "니콜 키드먼 말투 왜 저리 느끼해?"하는 생각밖에 안들었었는데, 이제 영화속 두부부의 심리가 느껴지면서 "큐브릭 대단하다!"를 속으로 내뱉게 되다니 말이죠.
이후 귀가한 두부부는 당연히 부부싸움을 하게 되고, 그러던 와중에 지인의 사망소식을 듣고, 빌이 상가집에 방문하게 되면서 부부싸움은 일단락되지만..
빌의 분노와 의처증은 가라앉지 않은 상태였고, 사망한 지인의 딸이 뜬금없이 자신을 사랑한다 폭탄선언하면서 빌의 머릿속은 엉망진창이 되어, 생각을 정리할 겸 연말의 뉴욕 밤거리를 홀로 걷는 여정을 시작합니다.
뒷골목 건달들한테 게이라고 조롱당하고, 매춘부의 유혹에 넘어갈뻔 하고- 이를 막아준건 거사 치르기 직전에 걸려온 아내의 전화 -, 대학동기의 소개로 상류사회의 비밀 사교 모임에 끼어들었다가, 목숨을 위협당하는 험난한 여정 끝에 귀가해서 어쨌든 부부가 화해하고 "됐고.. 이쁜 거(F워드)나 실컷하자!"며 해피 엔딩(?)을 맞이합니다.
아내에 대한 미심쩍인 부분.. 혹시 상류사회의 비밀 사교 모임에 나가지 않았을까? 하는 의혹은 남은채로 말이죠.
소재면에선 큐브릭 영화들중에서 가장 평범한 영화가 아닐까 합니다만, 캐릭터의 심리묘사에 있어선 제가 본 큐브릭 영화중에선 이영화가 최고가 아닌가 싶네요.
이 영화는 "지금 당신 곁에 있는 애인, 남편, 아내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다고 생각하시는가? 배우자의 불편한 진실을 '눈 크게 닫고' 외면하고 계시진 않는가?"라는 질문을 던지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현실의 톰 크루즈, 니콜 키드먼 부부가 이영화 개봉 2년후 이혼하게 됐는데, 이영화와 2년후의 그영화 <바닐라 스카이>를 연결해보면 내용상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어서 기묘하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