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V 집중해서 듣는다고 사진을 생각보다 많이 안찍었네요)
우선 영화를 처음 보고 났을 땐 내가 뭘 본거지? 싶으면서도 약간 혼란스럽기도 하고 머릿속에서 정리가 잘 안되었습니다. 마치 제가 아리 에스터 감독의 뇌 속에 들어가 그중에 가족이라는 부분집합, 무의식의 깊은 심연을 체험하고 온 느낌이었습니다.
약 3시간이라는 런닝타임 동안 쉴새없이 몰아붙이는건 아니고 강렬한 장면도 많았지만 분명 호흡이 느리거나 늘어지는 부분도 꽤나 있었으며 뜬금없으면서도 꿈과 현실, 상상을 쉽게 구분하기 힘든 초현실적인 전개나 장면들이 많아서 중반부부터는 보는 내내 약간 어지럽습니다. 이야기도 의식의 흐름대로 가는 느낌이 강한데다가 모호하게 보여주는 부분도 좀 있어서 첫 회차만으로는 그 모든 것들의 의미나 상징, 복선을 알기가 쉽지 않아보입니다.
전작인 유전, 미드소마랑은 좀 다른 느낌이라 그거를 기대하고 가시면 약간 실망하실지도 모르겠고 일반 관객들에게는 호불호가 쎄게 갈릴 것 같은데 아마 불호가 많을 느낌입니다. 저 역시 이번 영화 괜찮게 보긴 했는데 아리 에스터 감독 영화를 접하지 않았던 분에게 보라고 추천하기는 어렵네요. 벌써부터 깨진 에그가 보이는것 같기도...호아킨 피닉스의 연기는 두말할 것 없이 좋았고 영화 자체도 독창적이면서도 예측하기 힘든 이야기가 신선한게 매력있어서 정식 개봉하면 한번 더 볼 듯합니다.
영화가 끝나고 약 1시간 반 정도 봉준호 감독님과 아리에스터 감독님이 와서 GV를 진행되었는데 정말 재밌었습니다. 봉준호 감독님이 진행도 잘하시고 위트있으신데다가 질문 수준도 굉장히 수준급이라 보는 입장에서도 너무 알차고 시간가는줄 모르고 봤네요. 질문이 날카로운 것들도 몇 있었고 만약 내가 영화 감독을 하는 입장이라면 같은 업계에 일하는 사람에게 궁금할법한 것들을 많이 물어봐주셔서 흥미로웠습니다. 오히려 아리 에스터 감독님 대답이 살짝 삼천포로 빠지는걸 봉준호 감독님이 잘 잡아주시기도 하는게 웃겼네요. 통역가님도 두분 대화를 막힘없이 자연스럽게 잘 전달해주셔서 좋았습니다. 서로의 작품들과 연출 스타일에 대한 애정과 존경, 둘다 같이 작업했던 배우와 미술 감독을 포함한 여러 이야기들도 재밌었고 솔직히 말하면 영화보다 GV가 쪼금 더 재밌었던 것 같아요
GV가 끝나고 퇴장로에서 치실을 하나씩 줬는데 와 이걸 주네? 싶었습니다. 왜인지는 개봉하고 영화를 보시면 뭔지 알거예요. 라인업만큼 멀리 원정 온 보람이 있는 하루였고 씨네필로써 올해 최고로 15000원의 가치를 뽑아낸 대혜자 GV였습니다.
저도 사진은 다른분들이 찍고 올리겠지 하고 집중해서 GV 봤습니다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