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일 평론가의 트위터 프로필 사진으로 유명한 영화이다. 오즈 야스지로 감독의 영화를 많이 본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좋았던 경험이 많아서 이번 특별상영을 통해 감상하였다. 이번 리마스터링 품질이 굉장히 좋았다. 다시 현대 기술로 재촬영했다는 인상이 들 정도였다. 영화는 동생 아키코의 인생을 그녀의 어머니 키사코의 인생과 겹치며 언니 타카코에게 깨달음을 얻게 하는 구성으로 되어있다. 혹자는 전통적인 가족관의 승리로 이 영화를 판단하지만, 나는 이 영화는 타카코와 아키코의 패배에 좀 더 주목해야한다고 본다.
타카코가 다시 남편에게 돌아가게 되는 계기는 아키코의 죽음이다. 아키코는 동네 사람들의 표현을 빌리자면 “타락한 여자”다. 순수하고 젊은 대학생이었다가 나쁜 사람들과 어울리면서 혼전임신까지 했다. 타카코는 아키코가 어머니의 부재로 외로워서 타락했다고 받아들여서, 자신의 딸을 아키코처럼 키우지 않겠다고 다짐한다. 사실 아키코는 아버지에게 도움을 요청할 수 없었고, 그 누구에게도 돈을 왜 빌리는지 이유를 말할 수 없었으며, ‘타락한 여자’취급을 당했다. 아키코의 죽음이 교통사고인지 달리는 전차에 뛰어든 자살인지는 영화 내에서 밝혀지지 않지만, 아키코는 절망의 끝에 몰린 상황이었다. 아키코는 당시 시대상에 따르면 전통적 가치관에 반하는 삶을 살았다가 불행한 삶을 살게 된 것이다.
키사코와 아키코의 인생을 완전히 겹쳐놓기에는 무리가 있다. 아키코의 애인은 자신이 아기아빠가 아닐거라면서 회피했지만, 키사코는 애인과 함께 떠났다. 하지만 타카코가 남편과 크게 싸워서 애를 데리고 친정아빠의 집에 왔는데, 다시 남편에게 돌아가는 계기가 하필 ‘아키코의 죽음’인 이유에 대해서 좀 더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반대로 말하면 타카코는 아키코가 죽지 않았다면 돌아가지 않았을 것이라고 비약하고 싶다. 어머니 키사코가 남편을 버리고 새 애인과 함께 새 가정을 꾸린 것처럼, 타카코도 친정아빠와 함께 새로운 가족을 꾸리고 싶은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타카코는 어머니가 홋카이도로 떠나는 기차에 탔을 때 배웅 나가지 않았다. 아키코의 영정 앞에 어머니가 추모하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다. 아키코의 죽음은 타카코의 부재 때문이라고 믿었다. 타카코는 ‘전통가족의 붕괴는 곧 불행’이라는 당시 사회상에 굴복한 것이다. 영화는 물론 전통 가족관의 승리지만 나에겐 타카코의 굴복처럼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