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우리 사회를 바라볼때 때때로 선과 악, 옳고 그름을 착각하고 있다.

 

시절이 지날수록 옅어지고 있지만 개인보다 국가(또는 사회)를 맹목적으로 최우선하는 시절이 있었다.

국가는 우리는 지키는 방패였고 또 우리를 배불리고 풍요롭게 만드는 양식이었다.

국가는 어떤 희생을 내더라도 지켜야하는 절대적인 것이기에 국가의 방향성을 반대하고 거부하는 개인은 절대적으로 틀렸다고 간주했다.

 

그러나 정말 그런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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큐어는 바로 그 질문에서 시작하는 영화였다.

 

큐어는 최면과 연쇄살인이라는 하드보일드 공포스릴러 장르물로 시작하지만 끝내 당시 일본사회에 팽배한 허무, 불안, 불신을 꿰뚫는 영화다.

 

영원할 것만 같던 80년대의 호황은 90년대에 거품처럼 무너졌다.

잃어버린 10년으로 대표되는 장기 불황이 사회를 집어삼켰고 프리터의 등장, 부모에게 기생하는 니트족의 급증, 히키코모리의 범죄율 증가, 사이비종교의 득세와 대규모 테러까지, 허무주의가 팽배했다.

 

art_16571587454339_15f785 (1).jpg극중 스스로를 전도사라고 지칭하는 마미야의 최면술에 당한 피해자들의 직업은 교사(교육), 의사(보건,의료), 경찰,형사(사법) 등으로 각 공적 영역의 상징이다.

 

공공의 신뢰가 모두 무너진 사회, 공적 영역의 모든 것이 무너진 세상에선 오직 자신만이 자신을 지킬 수 있고 자신의 이익을 대변할 수 있다.

 

교육이 무너지면 합의가 무너진다.

사법이 무너지면 불신이 팽배한다.

공중보건이 무너지면 불안에 시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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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역의 야쿠쇼 코지의 직업은 형사다.

그는 목주변에 칼로 X자를 남기는 엽기적인 연쇄살인을 추적하고 있다.

그에게는 정신병을 앓고 있는 아내가 있다.

영화엔 주인공이 출근한 뒤 홀로 집에 남겨진 아내를위한 사회복지가 표현되지 않는다.

아픈 아내를 간병하는 것은 오롯이 주인공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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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을 지키는 형사조차 정작 자신의 아내를 위한 도움하나 받을 수 없는 아이러니한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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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큐어는 끊임없이 묻는다. 너는 누구야.

이름, 직업 등 사회적으로 규정된 명칭을 벗어던지고 나면 그 내밀한 곳엔 각 개인만 남을 뿐이고 그 개인은 오직 자신을 지키고 만족시키기 위해 행동하면 된다고, 이미 사회가 무너졌다면 개인을 옭아매던 사회적 책임을 벗어던지는 것이 해방이자 치유의 길인 것처럼 영화는 냉소적으로 말하고 있다.

 

반 사회성을 바라보는 방식.

간담이 서늘해지도록 무시무시한 통찰력.

정적인 화면에선 예측할새 없이 터져나오는 돌발적 충격.

기존 개념을 전복하고 비틀어대는 질문들.

하드보일드의 정수.

 

이런 장르적 시도나 담론들은 요즘 영화들에서도 많이 볼 수 있지만 어째서일까.

큐어를 보고 난 후 최근 영화들에서 하드보일드를 다루는 방식을 되새겨보면 도리어 시대를 역행하는 것처럼 느껴질만큼 이 영화의 완성도는 어마어마하다.

 

요근래 한국에선 사적제재가 화두였다.

큐어는 여전히 유효하고 여전히 의미심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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