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은혼>을 아주 좋아해서 집에 전권을 소장했습니다. 예전엔 일본에 가서 늦게 가는 김에 못 들어가긴 했지만 ㅠㅠ <은혼> 전시회를 멀리서 구경하기도 했습니다. (거대한 황금풍뎅이 에피소드의 금색 고릴라가 공중에 떠 있는데 감격했...) 요즘 디플에서 <퓨쳐라마>를 달리고 있는데, 이런 <은혼>의 한 에피소드와 닮은 꼴인 에피를 발견했습니다.
<은혼>에서 충치 에피소드가 있습니다. 입안에 충치들이 성을 세워서 ㅎㅎ 등장인물들이 작아져서 입안에서 전투를 벌이는 이야기인데요, 상당히 좋아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워낙 인체 안으로 들어가는 작아진 인간들 이야기를 좋아해서 아주 옛날 영화도 찾아보고 했었거든요. <퓨쳐라마> 시즌 3 4화에서는 프라이의 몸속으로 들어간 등장인물들의 이야기를 다룹니다.
프라이는 우연히 우주 남자 휴게소에서 누가 봐도 상한 것 같은 샌드위치를 먹고 기생충에 감염됩니다. 이후 이 우주기생충들(아마도)은 프라이의 몸속에 나라를 만듭니다. 인간세계 기준 중세시대 느낌? ㅋㅋ <은혼> 같은 경우엔 이런 전개가 펼쳐지면 “충치는 나쁜놈 어서 몰아내자!”라는 식으로 <스타워즈> 충치편 수준의 이야기로 끌고나가는데요, <퓨쳐라마>는 다릅니다. <퓨쳐라마>는 애니메이션 전반에 흐르는 <심슨가족>의 느낌을 그대로 살린 블랙코미디 류다 보니, 이 기생충들이 “좋은 놈들”입니다!
거의 일하는 세포들 수준의 기생충들
기생충들은 평소 1도 운동 안 하는 프라이의 근육을 자극해서 근육을 키워주고, 감성도 일깨워주고, 뇌를 자극해서 머리도 좋게 해줍니다. 덕분에 프라이는 그간 시즌 3이 오도록 전개가 영 안 되던 릴라와의 사이가 급속도로 좋아집니다. 하지만 이 사실을 모르는 릴라 제외 다른 멤버들은 “나쁜 기생충을 몰아내자!” 하며 프라이 몸속으로 전쟁을 벌이러 떠납니다.
릴라는 넘나 멋져진 프라이와 사귀겠다고 결심하는데요, 프라이가 우유부단 캐릭터에서 상남자로 변한 이유가 “그놈의 샌드위치를 먹은 후”라는 사실을 알고는 “기생충 몰아내기 작전 취소!”를 외치며 몸속으로 뛰어들어갑니다. 그렇게 프라이는 멋진 모습으로 남는가 했는데... ... 너무 머리가 좋아지는 바람에 문제가 생깁니다. 머리가 좋아진 프라이는 이런 고민을 하고 만 겁니다. “릴라가 좋아하는 게 기생충일까, 나일까?” 아, 쓸데없이 왜 머리가 좋아져서는... ...
너무 똑똑해진 프라이는 스스로 작아져서 자신의 몸속으로 들어갑니다. 기생충들을 몰아내고는 본래의 멍청하고 근육도 1도 없고 자기 감정도 잘 표현하지 못하는 모습으로 돌아와서 릴라에게 “이런 나를 좋아할 수 있겠어?”라고 물어봅니다. 그에 대해 릴라는 어떤 반응을 보이냐면... ... 그건 직접 에피소드를 보셔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많은 픽션이 “과연 나는 무엇인가”의 문제를 대루는데요, 이 에피소드는 그러한 철학이 대단히 잘 드러난 에피소드이기에 소개해 봤습니다. 기회 되시는 분들은 퓨쳐라마 시즌 3 4화를 거들떠 보시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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