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리뷰에 앞서서 주말 점심이었는데도 관객이 저 외에 한 5~6명밖에 없더군요.
아무래도 종교 영화적 색채를 띠고 있다 보니 진입 장벽이 높아진 게 아닌가......
그 정도로 재미 없는 영화는 절대 아닌데 참 아쉬웠습니다.
영화는 사실 종교 영화로 분류를 해도 되나 싶을 정도로 '종교적인' 혹은 어떤 '신화적인'
그런 느낌은 최대한 배제한 연출이 돋보입니다.
분명 영화 내용 상에서는 이 점을 강조할 수 있는 지점이 여러 차례 있었음에도,
(예고편에서도 나온 쪽배로 풍랑이 이는 황해를 건너는 장면이라든가)
충분히 인간의 영역에서 해결할 수 있으며 그에 더해 '운이 좋았다' 선에서 납득 가능한 연출이 되고 있죠.
물론 종교적 관점에서는 이 '운'이 바로 하느님의 보살핌이겠지만요.
이러한 담담하고 깔끔한 연출 덕분에 오히려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의 순교가 더 비장하게 비춰지지 않나 싶네요.
어둠 속에 빛을 비춰준다든가, 거센 풍랑이 멎는다든가 하는 '기적'이 앞서서 연출되었다면,
(종교적 프로파간다로서는 이런 연출이 훨씬 더 '장엄미' 있어 보일 테니까요.)
김대건의 이러한 결정은 결국 한 인간의 위대한 희생이라기보다는 신적 존재의 계획에 의한
수동적 행위로 보였을 수밖에 없을 겁니다. 그런데 그런 것이 없었기 때문에, 결국 김대건의
순교는 오롯이 종교적 신념에 따라 자기주도적으로 희생한 것이라는 느낌이 강하게 듭니다.
물론 포스터 문구처럼 '조선의 근대를 열어젖혔다'고 보긴 힘든 일생이었습니다.
하지만 교과서에서는 '김대건 안드레아, 정하상 바오로와 102인의 순교자' 정도의,
짧은 한 줄 정도로만 기록되거나 그나마도 없는 경우가 많아, 쉽게 접하기 힘든 역사적인
인물의 일대기를 완성도 높게 빚어냈다는 점에서 점수를 높게 주고 싶네요.
'전근대를 배경으로 한 모험기'로서도 나름 괜찮게 볼 수 있는 영화였습니다.
물론 (그런 걸 기대하고 이 영화를 보러 가실 분은 없으시겠지만) 소위 팝콘 무비로서의
말초적 재미는 거의 없다시피 합니다만... 이 점은 참고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