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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루탈리스트] 건축에 담긴 인간/몸의 미학 시리즈
01. 자유와 구속, 유목민들의 영역갈등
의 후속편입니다. 순서는 상관없습니다. :)
⑲금 영화인 만큼, 본 리뷰 또한 미성년자에게 적합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누울 자리를 보고 다리를 뻗는다" - 옛 속담
이 영화는 처음과 끝을 장식한, (조상들의 고향인 이스라엘 땅으로 되돌아간) 유대인 조카 입에서 과정보다는 목적지(destination)가 중요하단 스피치로 끝장(ending)을 내는군요. DESTINY~!
(feat. 크리스티안 페촐트 감독의 <피닉스> 엔딩씬 못지않게 소름돋았던... 워후...)
중앙의 제단이 묘하게 관짝같은...
미묘하게 어긋나는 음색(tone)의 ost로 열어제낀 오프닝에서, 나치 점령지를 해방시킨 러시아군은 조카에게 "진짜 집으로 보내주겠다" 말하며 친척관계임을 증명하라고 합니다. 한편 라즐로는 자유를 찾아 홀로 미국땅으로 도피해 몸을 의탁하던 사촌네 집에서 기묘한 삼각구도에 휘말리고, 술에 취해 길거리 개XX가 영역 표시하는 것마냥 실수로 욕조에 오줌을 갈겨 버렸는데요. 결국 나중에는 모함을 받아 친척집에서 쫓겨나 노숙자(난민) 보호소에서 생활하게 됩니다.
라즐로가 반 뷰런에게 밀린 돈을 받은 뒤 다음번 일을 맡게되기 직전, 펍 안에서는 음악의 톤이 괴이할 정도로 안맞으며 또다시 삐걱거리는 순간이 나오더군요. 뽕에 취한 라즐로가 이웃사촌 흑인친구 고든을 애타게 찾자 흑인인 펍 주인으로부터 "집에나 가~!"라며 쫓겨나는 장면이 이어집니다. 그리고는 극장에 들어가 포르노를 보며 홀로(+길고양이와 함께) 밤을 지새우다, 이후로는 일/돈을 주는 해리슨에게 의탁하며 지내게 되는데...
고통을 잊게하는 약/ㅃ을 파는 곳과 몸을 뉘이고 잠/ㄸ을 칠 수 있게하는 룸... (⑲ 표현 주의)
결혼사진이 띄워진 인터미션 후, 그는 드디어 그리운 가족과 상봉하게 되었으나 입을 다문 조카딸은 결혼과 동시에 입을 열어 조상들의 고향/집으로 떠나갈 것을 선언합니다. 기차사고 이후 도면 알바를 하며 소시민?의 삶을 살고있던 라즐로는 다시 찾아온 건축주 해리슨에게 이탈리아 동굴 길바닥에서 강간을 당하게 되는데... 일을 마무리 짓던 중, 고통에 휩싸인 아내와 뽕/섹스를 나누다가 하마터면 아내의 죽음/실연이라는 위기감을 느끼게 됩니다. 결국 가족/조카손녀를 따라 또다시 집을 찾아 떠날 결심을 하게 되는 라즐로...
엔딩에서 조카 조피아가 말한 최종 목적지란? 집/땅으로 되돌아가는 것을 의미하는 발언이라고 해석한다면 참으로 무섭고도 아이러니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몸으로서의 삶의 최종 목적지, 노화의 끝은 곧 죽음/묘지/흙일텐데 말이죠. 결국 (묫)자리(place)를 차지하는 문제였던 걸까요. (시오니즘에 관해선 말을 아끼겠습니다. )
건축이란 것 자체가 일종의 종합예술의 집약체/결과물이긴 하다만, 전 자칫 신념/뽕에 사로잡히면 그 곳(place)을 이용하게 될 사람들의 시간, 즉 삶의 과정과 일상을 잊어버리기 십상이라는 생각을 하는 편입니다. 개인적으로 목표지향적인 연역적 사고보다는, 과정을 중시하며 어휘의 살덩이를 풍부하게 붙여주는 귀납적 사고를 선호하는 편이기도 하구요. 그러나 일을 해서 돈을 벌되 집에서 놀멍쉬멍 하고픈 자유 시간도 확보하려면, 최대한 에너지를 아끼며 효율적으로 그놈의 목적?을 향해 결과물을 뽑도록 사고방식이 조금은 바뀌어야 하겠더란... ㅜㅜ
삶은 모로 가든 꾸역꾸역 진행중?
+ 건축가들의 의자 디자인
인간이 마치 엄마 품(집) 속의 태아처럼 몸을 편안하게 뉘이는 의자는 가장 기본적인 인체공학적 구조인지라 많은 건축가들이 자기만의 정체성을 담은 의자를 디자인했습니다. 바우하우스엔 의자 전시만 따로 있을 정도지요.
영화 초반부에 라즐로가 만든 의자는 바우하우스 학생이던 마르셀 브로이어의 바실리 체어(B3)와 캔틸레버 체어 B33, 교수였던 미스 반 데어 로에의 MR 시리즈가 모티브인 것 같군요. (미스는 바르셀로나 체어가 훨씬 유명하지만, 그 또한 제자의 캔틸레버 체어를 본/本 받아서 발전시켰던...)
해리슨네 서재의 의자는 책을 읽으려고 만든 르 꼬르뷔지에의 LC4 셰이즈 롱 체어, 브로이어의 롱 체어, 알바 알토의 라운지 체어 43에서 따온 듯 합니다. (서로 영향을 주고받은 듯한...)
마르셀 브로이어의 바실리 체어(B3) / 캔틸레버 체어 B33 / 미스 반 데어 로에의 MR10
르 꼬르뷔제의 LC4 셰이즈롱 체어 / 브로이어의 롱체어 / 알바알토의 라운지체어 43
참고로 바우하우스 최초의 학생인 마르셀 브로이어의 바실리 체어는 모더니즘을 대표하는 작품으로 영화에서처럼 자전거에 모티브를 얻어 강철 파이프로 제작한 의자인데요. 딱히 전시(display) 해놓지 않았던 작품이었으나, 아버지뻘 교수이자 동료인 화가 바실리 칸딘스키가 공방에 찾아와 큰 관심을 표하며 아름답다고 감탄을 했다고 합니다. 그러자 브로이어가 그에게 의자를 새로 만들어 선물했고, 결국 만든 사람이 아닌 그 아름다움의 본질을 알아본, 선물을 받은 사람의 별명이 붙었습니다. 나중에는 이 의자가 바우하우스 학교 전체에 비치되는 것을 넘어 전세계적으로 널리 퍼지게 되었지요. 영화에선 이 일화를 기묘하게 비틀어서 활용한 것 같더군요.
(이 정도면 거의 뭐 원본/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45˚ 쯤 비튼 듯한...ㅋ)
"피난처가 되는 울타리, 울타리 없는 감옥"
건축에 대한 정의에는 여러 논의가 있으나 여기에서는 지극히 개인적인 의견을 담아보겠습니다. (*대게 로마 건축가 비트루비우스의 구조(firmness), 기능(utility), 미(beauty)를 3대 구성요소로 꼽습니다.)
인간이 쉬는 안락한 주거공간/주택이든, 책을 쌓아둔 도서관이든, 작품을 선보이는 미술관이든, 신을 바라는 종교시설이든, (물을 담아둔 수영장이든) 지역민들이 다 모여드는 커뮤니티 센터든... 대부분 인간이 그 안에 들어간다는 걸 전제로 합니다. *단, 우수처리장과 같은 기반시설(infra-structure)은 들어갈 일이 거의 없긴 합니다.
그리고 건축이란? 자연스러운 환경 속에서 안과 밖을 나누고 피난처 같은 경계, 즉 울타리를 만드는 행위라 할 수 있는데요. 이 때 구멍뚫린 창/문은 (유리를 끼우든 아무것도 끼우지 않든) 빛을 들이고, 공기가 통하며, 사람이 드나드는 소통의 도구라 할 수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다리가 불편한 아내 에르제벳이 해리슨의 차를 얻어타고 이동할 때 대화가 굉장히 의미심장하더군요. 그는 기차역의 이민자들을 경계하며, 마치 기초(foundation)부터 일체화된 벽화(wall mural) 같다고 이들을 폄하합니다. 그러자 에르제벳은 그래서 제가 집(home)처럼 느꼈나보다라며 자조한 뒤, 자기도 예전에는 그런 네덜란드 작품을 즐기는 가방든 숙녀였다 말을 합니다. 해리슨은 벽화/작품의 이미지에 '(지상의) 쾌락의 정원(Earthly Delights)'을 떠올리곤 그녀의 의도를 피상적으로 읽어들이는데요. 되려 그녀가 똑띠하게도 자신의 의도를 제대로 알아들었다는 쌉소리를 합니다. 당췌 소통이 안되자 그녀는 그에게 벽화는 장식이라 기초(foundation)가 없다며 콕 찝어서 꼽을 주며 한방 먹입니다. 즉, 그가 자신과 같은 이민자들에게 벽(wall)을 치고있음을 꽤나 쪽 팔린 방식으로 이야기한 것이지요. 그 말은 해리슨에게 확! 와닿았지만, 대화가 안통하는 불어로 "인정~!"(Touché = to touch)한 것을 보니 어쩌면 진정한 속뜻이 그 안에 파고들어간 건 아닐수도...
건축가였던 라즐로 토스는 미국땅이란 새로운 영토에서 어떻게든 자신의 쓸모를 찾아서 기반(foundation)을 파고들어 뿌리를 내리려 애를 썼습니다. 가구를 만들어보고, 인테리어 리모델링도 해보고, 신축 공사장에서 삽질도 해봤다가, 돈많은 건축주를 만나서 랜드마크 모형의 실체화를 하늘 높은 줄 모르고 꿈꾸다가, 중간에는 잠시 도면에 선 긋는 알바를 하는 등 어떻게든 일자리를 찾아 삶을 영위하려 합니다. 그러나 결국 땅 속의 기초를 다져놨었던 커뮤니티 센터를 얼추? 마무리한 뒤, 그 과정 상에 입은 고통/상흔으로 인해 결국 이 곳에 자리/터(place)를 잡고 소통(communication)하며 계속 살아나가는 걸 포기하게 되는군요. 솔직히 고통을 오롯이 견디지 못하고 화장실 칸에서 뽕에 중독되어 결국 길바닥에서도, 아내 옆 침실에서조차 뽕을 하게된 순간, 선을 넘었다는 생각에 저걸 끊어내려면 여기를 떠나는 편이 나아보이더란...
이들의 돈지랄은 유리천장(CAP) 씌우는 걸 높여놓는데 들어간~!
실제로는, 바우하우스 출신의 모더니즘 건축가들이 나치/파시즘을 피해 미국으로 대거 건너가서 건축대학을 이끌었습니다. 안그래도 1871년 시카고 대화재 이후 도시의 재건을 꿈꾸는 기회의 땅인 미국(American Dream)으로 여러 재원들이 모여들고 있었는데요. 그들이 지금의 현대적 도시(마천루의 숲)의 밑그림을 만들었다해도 과언이 아닐 겁니다. 개인적으 영화 보는 내내 어린시절 제 맘을 설레게 했던, 한편으로 흉측한 괴물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던 여러 건축가들의 작품이미지가 뇌리를 스쳐지나가서 꽤나 추억 돋더라구요.
그럼 다음번에는 라즐로와 주변인물들의 모티브가 된, 아마도 감독님이 영감을 꽤 많이 받은 듯한 몇몇 실제 모더니즘 건축가들의 (소소한) 일화에 대해 소개해보겠습니다. :)
그나저나 젊었던 시절 역사이야기가 제게 영감을 준다면서 한국건축사, 동양건축사, 서양건축사, 근대건축사, 현대건축사, 한국근현대건축, 세계의 정원과 문화, 역사속의 환경설계 등의 가르침들을 받았던 기억은 마치 영화 속 해리슨의 지적 허영심과도 같은 초판본마냥 제 머리 속 라이브러리 어딘가에 어지럽게 쳐박혀있을 듯 합니다. ㅜㅜ
혹, 심각하게 틀린게 있으면 에르제벳처럼 친절하게? 댓글로 알려주세요~! 실은 어린시절 뼈속까지 이과라며 선긋기(벽 세우기)를 해왔었기에 단어 표현 하나하나에도 철저한 문과분들에 대한 묘~한 자격지심(눈치보임)이 있다는...ㅋㅋㅋㅋ
뭔진 몰라도 그냥 피하고픈 알러지/취향도 좀 있고, 단어도 좀 틀리고 해야 인간미가 드러나는 법...
경계심을 허물고 부족한 면모를 보이길래 신용(trust)이 쌓인줄 알았건만;
>> NEXT : 영감을 받은 듯한 건축가들
르 꼬르뷔지에(1887-1965)
"집은 살기위한 기계"
폴 루돌프(1918-1997)
극혐하는 이들에게 끊임없이 건축물이 철거당한...
안도 다다오(1941-) ★
빛과 (노출)콘크리트의 건축가
발터 그로피우스(1883-1965)
"기술이 끝나는 곳에서 건축이 시작된다"
미스 반 데어 로에(1886-1969)
"적을수록 풍요롭다(Less is More)"
마르셀 브로이어 (1902-1981) ★★
"어떻게하면 이 곳을 망치는 걸 피할 수 있을까?"
루이스 설리번(1856-1924)
"형태는 기능을 따른다(Form Follows Function)"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1867-1959)
"공간은 예술의 숨결이다"
루이스 칸(1901-1974) ★★★
"형태는 경이로움에서 비롯된다"
다니엘 리베스킨트 (1946-)
Q. 삶이 답답하고 괴로울 때 바깥의 하늘을 올려다 본다면...?
>> NEXT : 인간/신의 계획과 데스티니
내용과 관련해서도 수다 떨고픈 말은 너무나 많지만, 마감에 구속당한 몸이라... 일단 골조/뼈대(structure)만 잡아두고 인터미션을 가진 뒤, 다음을 기약해봅니다. 아무래도 <오펜하이머>처럼 감독님이 화면비(1.43:1)로 책갈피를 꽂아놔 주면 의도를 알아차리기 더 편한데, 이 작품은 척추의 뼛조각을 몇개로 구성해야할 지 감이 안잡히는 군요. (ost를 찾아들어야 답이 보이려나... ㅜㅜ)
혹, 자재(material)를 찾을 에너지/시간이 부족하면 골다공증처럼 몇개 슝슝 빠질 수도요.ㅋ
[서막] 인간의 미래/욕망을 위한 (자위)도구 : 계획
▶"건축가는 상류층의 창녀다" - 필립 존슨(1906-2005)
[01] 출산/출항과 어머니/자유의 여신상
[02] 4촌은 내편이 아니더라?, 이웃4촌
[03] 트라이시클과 캔틸레버 의자, △□○
[04] 빛, 말과 글, 독서 그리고 NEWS
[05] 빛을 어떻게 막을/비출 것인가
[인터미션] 기억의 박제, 하모니의 순간포착 : still♥steel
▶ 한지붕 한가족을 이루는, 인생 갈림길의 증거
[06] 몸의 구속, 고통/쾌락
[07] 기준선을 다시 긋는다고?, 선 넘는 행위
[08] 몸과 건축, 어울려사는 유연성
[09] 고대 로마의 원석, 잠재력을 가진 존재
[10] 엘리트주의와 카르텔의 혐오, 그리고 창녀
[11] 종교와 정치, 그리고 언어/몸의 소통(폭력)
[12] 시공간의 이동, 그리고 기적/예술의 순간
[에필로그] 베니스의 상인 : the 1st
▶ 미래 기후변화로 인한 해수면의 상승시 직격탄을 맞게될 지반 침식중인 도시
출처 : Foundry of Space
출처: 본인 브런치스토리
https://brunch.co.kr/@nashira/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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