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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웨일>  -  4.5/5

"진정한 구원의 의미"

 

확실히 보고 난 다음엔 별 생각이 안들었는데, 곱씹으면서 많은 것들이 나오네요.

 

저는 이 영화를 보기전엔 단순히 거구의 남성이 껍데기를 깨고 자신의 핸디탭을 이겨내는 어떤 전기적인 영화 내용이 아닐까 예상했지만, 곱씹고 보니.. 진짜 '구원' 이 무엇인가에 대한 이야기 같았습니다.

 

어쩌면 사람들은 270 kg 의 찰리를 보며 빨리 병원을 가고 살을 뺴는 것이 구원일 거라고 생각을 합니다.

 

하지만 그에게는 그것이 구원이 아닌거 같네요.

 

가정과 딸을 떠나버렸고, 사랑했던 사람을 잃고... 상실감에 커져버린 몸을 제대로 가누지도 못하며- 자신이 죽어가는 걸 알면서도 돈을 쓰지않고 딸을 위해 모아둡니다.

 

그리고는 이제서야 딸에게 연락을 하고, 딸은 이미 비뚤어질대로 비뚤어져 "이 집 냄새나"  이런 몇줄의 글을 남기고 나가지만, 그저 찰리는 그런 딸의 글마저 특정 운율을 맞춘게 재밌고 웃깁니다.

 

그저 사랑하는 딸이 와주기만 해도 좋은 찰리. 그런 비뚤어진 딸이 올바르게 돌아왔으면 싶고, 화해하고 싶죠.

 

울혈성심부전으로 인해 죽을 것 같은 통증이 올때마다 읽었던 소설 '모비딕' 에 대한 에쎄이는 나중에야 밝혀지지만 딸이 쓴 글이었죠. 

 

그만큼 찰리는 딸을 사랑하고 딸의 탤런트를 인정하고 있습니다.

 

그 와중에 토마스라는 새생명진리교를 다니는 청년은 방문전도로 우연하게 찰리의 집에 왔다가,그 뒤론 자신이 찰리를 도와주고 싶다며 계속 찾아옵니다.

 

계속 자신이 찰리를 만난것이 신의 인도함이라고 말하지만, 도리어 개인 간호사이자 찰리의 남친이었던 사람의 동생인 리즈는 오빠 역시 같은 교단에 있었고, 찰리와의 사랑에 빠진것에 종교적 신념과의 내적갈등- 그리고 교단에서의 배척으로 인해 죽었다고 말하며 호통을 칩니다.

 

그놈의 '구원' 을 외치는 토마스에게 일갈을 날리죠. 구원따윈 없다고.

 

토마스는 그래도 포기하지않고 찰리를 찾아오지만, 뭔가 눈치를 챈 딸이 토마스를 앉혀놓고 마리화나를 피게하고- 토마스가 방문전도를 다니는 목적에 대해서 캐묻습니다.

 

그리고 토마스는 사실 자신이 교단에서 말로만 하는 전도보단 실천적인 전도가 더 맞다고 이견을 낸것이 불화가 되었고, 교단의 돈을 들고 도망을 나와서 갈 곳이 없다고 합니다.

 

결국 그의 전도는 진실한 전도가 아닌 자기 성취적인 행위였던 것이죠.

 

그러다가 딸이 인스타에 토마스가 마리화나를 피는 모습과 교단을 떠나된 이야기를 녹음한것을 올리고,

토마스는 찰리를 찾아와 오히려 교단 사람들이 그걸 보고 다 용서해줄테니 돌아오라고 했다고 신나 합니다.

 

오히려 당신 딸이 나를 구원했다고...

 

찰리 역시 그게 신기하고 기뻣지만, 토마스는 다시 그것이 신의 뜻이 맞았다고 하며 성경책을 꺼내들고는 구원의 교리를 설파합니다. 당신이 하나님을 받아들이면 나중에 죽어서 빛의 몸이 되는데 그걸 원하지 않냐고.

 

아이러니하죠 ㅋㅋ 자신은 비교리적인 행위로 문제가 해결되고, 구원을 받았다고 하면서- 정작 찰리에게는 다시 종교적 교리로 구원을 설파하는 모습.

 

찰리는 토마스에게 너네 교단의 교리대로라면 종말이 오면, 선택받은자 144,000명만 천국에 가고 나머지 75 억명은 지옥에 떨어지겠네?? 하며 콧웃음을 칩니다.

 

그리고는 자신의 제자였던 남자와의 사랑을 나눈 이야기를 구체적으로 꺼냅니다. 토마스는 여기서 이 이야기 듣는 것 자체를 상당히 불편해하죠. 그리고는 찰리가 준 성경을 집어들고는 떠납니다.

 

저는 이 장면에서 결국 자신의 문제가 해결되니까, 찰리를 구원하려는 것을 그만두는 모습에서 자기 성취적 신앙의 모습이 맞네- 라는 확신이 들더군요.

 

이런 모습에서 약간 한국영화 <밀양> 에서의 전도연의 모습이 떠오르기도 했습니다. 결국 자신이 얻은 잠깐의 평안함은 진짜 신앙이 아니라 그냥 정신승리였던거죠.

내가 용서를 안했는데... 피의자가 하나님께 용서를 받았다고 하는 상황에서 그것은 그저 탓할 대상을 신으로 돌리는 계기가 됩니다.

 

찰리는 그간의 모든 상처와 자기혐오를 결국 버티지 못하고 죽어갑니다. 리즈 역시 이젠 병원에 가라는 말을 하지않죠. 오히려 자신의 오빠가 당신때문에 구원을 받았고, 어차피 죽었을거였지만- 찰리 당신때문에 행복하게 더 살다가 갔다고 위로해줍니다...

 

딸 역시 죽어가는 찰리를 보며 병원에 가라고 하지만, 찰리는 말을 듣지않고 그저 에쎄이를 읽어달라고 합니다.

 

그리고 사과하죠. 너를 떠난걸 후회한다고 미안하다고, 딸은 에쎄이를 보자 자신의 글인걸 알고 아빠가 그동안 자신의 글을 읽고 또 읽으며 그리워 했다는 것에 울음을 터트립니다.

 

그리고는 마지막으로 딸이 읽어주는 에쎄이를 들으며 두발로 스스로 딸 앞까지 걸어오는 찰리.. 

 

딸과 처음 대면했을땐 넘어졌지만, 이제 찰리는 딸의 앞까지 아무것도 지지하지 않고 걸어옵니다.

 

딸 역시 그런 아빠를 보며 에쎄이를 끝까지 읊어줍니다. 그리고 찰리는 딸 앞에 서고 발끝이 서면서 공중으로 뜨며 화면이 하얗게 변하면서 영화는 끝납니다. 

 

결국 딸과 화해를 하고 모든 짐을 다 벗고 가볍게 공중으로 뜬 찰리는 진정한 구원을 얻은거죠. 

 

이런 마지막 부분은 <버드맨> 같은 느낌도 들었고, <빅 피쉬> 의 마지막 장면 같기도 했습니다.

 

제가 포인트를 '구원' 으로 잡은것은, 종말론에 심취해서 사람들을 구원하겠다고 방문전도를 다니는 교단이 등장하는 것과, 어떻게 보면 자기혐오와 상실감으로 모든 걸 내던지고 자신마저 내던진 사람에게 정말로 필요한 구원은 무엇일까 하는 질문 때문이었습니다.

 

찰리의 대사 처럼 사람은 타인에게 간섭을 할 수 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남은 남을 구할 수 없죠. 강요되는 구원은 구속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하구요-

 

드라마 <하얀거탑> 에서 암에 걸려 죽어가는 진주라는 소녀가 있습니다. 더 쎈 항암치료제를 써보겠다는 최도영 교수에게 나이든  오경환교수는 이렇게 이야기 합니다.

 

"명백히 죽음의 징후를 보이는 환자에게 과도한 시술을 하는건, 환자가 안락의 세계에 들어가는 것을 방해하는 것 일 수 있어- 진주라는 꼬마에게 아이스크림 하나가 더 위로가 될수도 있지않을까-"

 

라구요.

 

이런 진정한 구원, 그리고 진솔한 메세지가 가져올 수 있는 해방. 머리에 강하게 돌던 영화였습니다.

 

글 제주가 없어서 넔두리같이 길어지긴만 했는데- <애프터썬> 과는 다른 여운들이 머리에 도는 영화였네요.

 

그리고 브랜던 프레이져의 열연이 참 대단했구요. 현실의 필모가 좀 겹쳐져 감정적으로 더 이입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한번 더 자세히 보고싶어지네요.

 

 

 


profile 스턴트맨마이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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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profile
    EXECUTIONER2024 2023.02.19 22:56
    오오 저도 애프터썬보단 웨일이 더 여운이 남았습니다
  • @EXECUTIONER2024님에게 보내는 답글
    profile
    스턴트맨마이크 2023.02.19 23:02
    네 비슷하게 여운이 도는데 약간 느낌이 다른? 두가지 의 여운이 공존하네요 ㅎ
  • 실은모두가 2023.02.19 23:23
    해설 잘 읽었습니다 필력이 좋으셔서 술술 읽히네요ㅎㅎ 특히 밀양의 전도연과 토마스는 진짜 오버랩되는 것 같습니다 두 영화 다 종교의 모순이나 양면성을 테마로 깔고 있는 것도 같구요 저도 여운이 아직까지 남아서 n회차하려고 합니다ㅋㅋㅎ 에에올 이후 오랜만일것같아요
  • @실은모두가님에게 보내는 답글
    profile
    스턴트맨마이크 2023.02.19 23:32
    좋게 봐주시고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사실 다른 메세지들도 더 짚을게 많은데 전 '구원' 이라는 키워드가 많이 꽂히네요 ㅎㅎ 더 봐야 겠어요...
  • KkKkKK 2023.02.19 23:33
    저도 애프터만큼이나 여운이 남는 영화였습니다.
    한공간에서 이루어지는 이야기인데도 지루하지 않았습니다.
    감상평 잘 보았습니다!
    저도 개봉 후 다시 봐야겠습니다!
  • @KkKkKK님에게 보내는 답글
    profile
    스턴트맨마이크 2023.02.19 23:34
    그쵸. 집안에서만 이루어지고 대화로만 이루어지지만, 상당히 몰입도가 좋았습니다. 문이 열린 상태에서 공중으로 뜨는 찰리. 그리고 마지막 바닷가의 모습. 참 좋았습니다.
  • profile
    카시모프 2023.02.20 10:15
    잘 읽었습니다. 강렬하더라구요. 역시 대런.. 하는생각이 들었습니다. 더 레슬러와 결을 같이하는 영화같기도 하구요. 여운이 길어서, 저도 좀 정리가 되면 올려야겠네요 ㅠ ㅠ
  • @카시모프님에게 보내는 답글
    profile
    스턴트맨마이크 2023.02.20 12:51
    아 그러네요 <더 레슬러> 의 느낌도 좀 들구요. 메세지가 강렬해서 좋았습니다 ㅎ 비록 주인공을 너무 극악으로 구겨놔서 ...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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