린 램지 감독이 연출한 <쥐잡이>는 1973년 스코틀랜드 글래스고 재개발 지역을 배경으로 한 가족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환경미화원의 파업으로 도시 전체가 마치 쓰레기장으로 보이는 글래스고에 살고 있는 제임스와 그의 가족. 제임스는 절친 라이언과 하천에서 장난을 치다가 물에 빠진 라이언 돕지 못하고 그가 죽는 장면을 그대로 목격합니다.
아들의 죽음 때문에 충격을 받은 라이언의 부모는 다른 곳으로 이사를 가게 됩니다. 라이언의 사건의 목격자가 없지만 제임스는 양심의 가책과 함께 하천에 대한 두려움이 커집니다. 그래서인지 다른 아이들에게 괴롭힘을 당하는 친구 마가렛의 안경이 하천에 빠지는 것을 건져주지도 못합니다.
한편 제임스의 아버지는 제임스의 친구를 하천에서 구해주고 용감한 시민상을 받지만 여전히 가족은 뒷전이고 축구와 술에 취해 살아갑니다. 엄마와 제임스 그리고 형제들은 머무를 수도 떠날수 도 없는 글래스고에 대한 여러 가지 감정이 들게 됩니다.
<케빈에 대하여>로 잘 알려진 린 램지의 99년 작 <쥐잡이>는 70년대 스코틀랜드의 모습을 고스란히 담아내고 있습니다. 이 작품에서도 어린 소년이 주인공인데요. 케빈만큼 복잡한 인물은 아니지만 어떤 환경에 놓인 아이의 모습을 다양한 모습으로 보여줍니다.
처음부터 큰 사건을 겪게 되는 이 아이는 자신이 행한 일이 너무 두렵지만 그 진실을 솔직히 말하기엔 너무나 나약한 존재입니다. 자신만의 방식으로 속죄를 하려고 하지만 이 마저도 힘들죠. 주변에 어른들 또한 그가 마음을 터놓을 수 없이 이기적인 존재들뿐이고요. 이 아이가 커서 케빈이 되는 건 아니지만 주인공 제임스는 가족 밖에서 소통의 상대를 찾습니다. 이것도 방법이긴 하지만 분명 한계가 보이고 이 작품도 이에 동의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