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영화는 사실상 1930년대 대숙청을 도구로 사용해 '진실된 용서에 대한 탐구'를 다루는 영화입니다. 그렇기에 영화 내의 모든 요소, 심지어 볼코노고프 대위의 탈주극조차도 볼코노고프가 진실된 용서를 구하기까지의 과정에 대한 알레고리(어떠한 주제를 표현하기 위해 다른 주제를 사용하여 그 유사성을 넌지시 드러내는 방법)로 구성되어 있죠. 그런데 이를 위해서는 우선 제물로 바칠 이야기 본연의 설득력이 필요합니다. 대숙청을 배경으로 한 장면들은 절제된 잔혹성으로 꽤 좋은 장면을 만들어 냈지만, 볼코노고프의 현재는 불필요한 장면이 지나치게 많고 은유적인 전달을 위해 다른 대부분의 것들을 희생시키고 있습니다. 노출과 정사 장면, 있어 보이는 대사, 의미 불명의 오프닝, 급작스러운 인물의 행동 등을 넣는다고 무조건 좋은 영화가 되지는 않죠. 볼코노고프가 용서를 구하게 되는 계기와 거짓된 용서에 집착하는 모습은 분명히 더 나은 방법이 대숙청 때 사형당한 사람의 수만큼 존재하지 않았을까요? 저는 이러한 영화들을 '명장병'에 걸렸다고 말합니다.
+ 비슷한 영화라 하면.. 학교 미술 시간에 틀어 줬던 '큐브'와 '위대한 유산(1998)'이 생각나네요. 특히 위대한 유산이 이 영화와는 정반대의 길을 걸으면서도 단점이 굉장히 유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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