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빗 린치 감독이 연출한 1977년 장편 데뷔작 <이레이저 헤드>는 영화 역사상 가장 충격적인 데뷔작이자 여전히 컬트영화 리스트에서 빠지지 않는 작품입니다.
헨리는 거의 쓰러져 가는 아파트에 살고 있습니다. 그에겐 여자친구 메리가 있는데요. 임신을 했고 이미 아이도 낳았습니다. 그런데 헨리는 그 사실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죠. 출산 소식을 메리의 어머니에게 듣게 되죠.
그런데 이 아이의 모습이 평범치 않습니다. 몸은 수건같은 것으로 싸여 있고 얼굴만 보이는데 눈,코,입은 있지만 인간의 얼굴로 보이진 않습니다. 어찌 됐건 메리는 엄마로서 아이를 키웁니다. 하지만 이 끔찍한 육아는 그녀를 너무나 힘들게 합니다. 그것은 아이의 겉모습에서 오는 괴로움이 아니라 누구나 느낄만한 아이 엄마로서의 어려움입니다.
결국 메리는 아이를 두고 친정에 며칠 다녀오겠다며 떠나고 헨리는 혼자 아이를 돌보게 되는데 이상 기후를 보이는 아이의 모습을 보게 되는 헨리는 정신착란과 같은 현상을 느끼게 됩니다.
<로스트 하이웨이><트윈픽스><멀홀랜드 드라이브>와 같은 유니크한 작품들을 만들어 온 데이빗 린치의 데뷔작인 <이레이저 헤드>는 지금 봐도 놀라운 비주얼을 보여주는 작품입니다. 제작비 20만 달러로 만들어냈다는 것이 다시금 놀랍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해하기 쉽지 않은 내러티브를 가진 작품이라 호불호가 극명하게 나뉘는 작품이지만 이미지의 충격은 엄청납니다.
많은 분들이 인상적으로 볼 아기의 이미지와 함께 충격적인 비주얼이 많은 작품인데요. 개인적으로 이번 관람엔 조명이 눈에 띄더라고요. 빛의 양을 과하게 사용하는 장면 비현실적으로 보이기 위한 백라이트의 셋팅이 이 영화를 좀 더 신비롭게 보이도록 하는 것 같습니다.
더 이상 장편영화를 찍지 않고 있는 데이빗 린치 감독이 마지막으로 한 번 더 힘을 내셔서 끝내주는 작품을 한 편도 찍고 영화 인생을 마무리 하셨으면 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