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은 개인적으로 영화를 보고서 좁은 의미로 우울해지는 경우는 전 딱히 없었어요. 영화를 보고 고찰과 고뇌에 빠져들어서 계속 곱씹게 되면서 내 앞에 있던 문제가 옅어지거나 의미없게 되더라고요. 진짜 우울해지는 경우는 영화와 내 삶이 동일시 되면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엔딩일 경우가 우울했던거 같아요. 예를 들면 켄 로치의 '미안해요 리키' 같은 영화요.
그래서 멜랑콜리아는 우울하진 않았어요. 대신에 우울증에 대한 표현이 신기했었습니다. 흡사 "자 여러분 여기 있는게 우울증입니다. 이 우울증을 우리 다각도로 보고 느끼고 분석해봅시다"의 느낌이었어요. 그 소재에 대해 분석하는 재미가 있고 집중해서 빠져볼만한 했고 경미한 우울증을 겪어봤는데 역시 신기하고 재밌는 영화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