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2년 일어난 우루과이 공군기 571편 추락 사고, 그곳에서 살아남은 생존자들의 이야기를 그린 <안데스 설원의 생존자들>입니다.
145분이라는 적지 않은 러닝타임동안 무서울 정도로 덤덤하게 생존자들의 처절한 모습들을 묘사합니다. 어찌보면 굉장히 잔인한 묘사도 나오지만 이런 장면조차 그저 가슴을 졸이며 지켜볼 수 밖에 없는 매우 절제된 연출 덕분에 처절한 몰입감이 배가 됩니다.
뿐만 아니라 광활한 안데스 산맥을 배경으로 그 속에 고립된 생존자들의 모습을 대비시켜서 보여주는 장면이 많이 나오는데, 이러한 배경이 가혹하게 인물들을 몰아붙이는 존재로서 존재감을 드러내서 감탄과 탄식이 동시에 나오게 만드네요. 극한의 재난 상황 속에서 '기적'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그 과정을 훌륭하게 그려낸 재난 드라마였습니다.
4.5/5
그 다음 넷플릭스로 본 영화는 김지운 감독 <거미집>입니다.
1970년대를 배경으로 예술혼을 불태우는 감독과 예민한 배우들, 망설이는 제작자와 도움 하나도 안되는 검열관들까지 사사건건 트집잡히는 상황 속 어떻게든 영화의 재촬영을 감행하는 이야기인데... 전개는 아슬아슬한데다 말 그대로 점입가경이란 단어가 어울리는 코믹한 모습들을 보여줍니다.
보면서 저는 극 중 인상적인 데뷔작 빼곤 이렇다 할 작품을 내놓지 못하는 상황 속 주변인들로부터 억까만 당하는(...) 송강호의 모습은 김지운 감독이 전작 <인랑>이 흥행은 물론 비평도 그닥 좋진 않았던 (전 개인적으론 재밌게 봤습니다) 당시 상황 속 예술가인 감독으로서의 자신의 복잡한 심리를 투영한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네요.
대환장 코미디같은 장르를 좋아한다면 추천할만한 작품입니다.
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