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시 요시유키 감독이 연출한 <정욕>은 옴니버스식 구성으로 작품으로 이 세계에 적응하지 못하고 살아가는 인물들을 보여주는 작품입니다.
검사 히로키는 등교를 거부하고 유튜버가 되겠다는 초등학생 아들로 힘들어합니다. 다른 사람들과의 교류를 거부하는 백화점 여직원 나쓰키는 중학생 때 자신과 비슷한 취향을 가진 요시미치가 귀향 한다는 소식에 마음이 두근거립니다. 선천적으로 이성과의 관계가 어려운 대학생 야에코는 댄스 동아리의 다이야에겐 왠지 모르게 마음을 터놓고 이야기를 할 수 있지만 다이야는 이를 거부합니다.
인간과의 교류가 점점 사라지고 있는 현실을 다루고 있는 이 작품은 히로키라는 캐릭터만이 그 동안 인간 세상이 유지했던 교류망에 대한 신뢰를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나머지 캐릭터들은 그렇지 못하죠. 특히 나쓰키, 요시미치 그리고 다이야는 어릴 때부터 '물'에 대한 특별한 감정을 갖고 살아갑니다. 이들은 환상과 꿈속에서 각자 다른 방식으로 물을 보거나 느낍니다.
같은 취향의 사람들이 서로 관계망을 갖고 뭔가 현실적인 교류를 하려던 순간 이들의 꿈은 붕괴되고 맙니다. 그리고 이를 바라보는 관찰자는 검사인 히로키인데요. 이 부분에서 히로키의 아들이 또 관련되어 있는 점이 각본의 치밀함을 한편으로 보여주기도 합니다.
감독은 나쓰키라는 캐릭터를 통해 자신의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사회에서 거부당했던 소수의 취향을 가진 커뮤니티가 붕괴되지 않도록 하기 위한 용기를 나쓰키가 보여줍니다. 그리고 이런 믿음이 하나씩 모이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보여준 작품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