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형준 감독이 연출한 <우리와 상관없이>는 갑자기 쓰러진 여배우의 집에 함께 영화를 찍은 사람들이 병문안을 오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고 있는 작품입니다.
많은 동료들이 존경하는 배우 화령(조현진)은 영화 촬영 후 뇌졸증으로 쓰러져 시사회에 참석하지 못합니다. 집에 누워있던 그녀를 영화 스탭과 배우들이 만나러 옵니다.
피디을 시작으로 후배 배우, 동료 배우 그리고 감독까지 방문해 그녀와 이야기를 나눕니다. 그녀는 자신과 상대방의 이야기를 말하고 듣고를 반복하다가 회상과 공상에 빠지기도 합니다.
화령의 집, 화령의 집 앞 골목이 교차하는 방식으로 구성된 이 작품은 홍상수 감독의 영화를 보듯이 긴 테이크의 촬영으로 이루어진 작품입니다. 클로즈업도 거의 없고 두 샷 혹은 가끔 쓰리샷으로 인물 간의 대화에 영화는 집중합니다. 여기에 화령이 캐스팅을 받기 위한 과거의 장면들이 일부 들어간 정도입니다.
화령을 통해서 인간이란 존재가 얼마나 개인적이고 이기적인지도 느낄 수 있고 특히 젊은 두 배우의 관계를 통해 이 부분이 여실히 드러나고 있습니다.
영화의 가장 흥미로운 부분은 후반부에 두 젊은 남녀배우가 영화 속 영화로 화령의 아들과 딸로 등장합니다. 딸 역할의 배우가 병문안 올때 그녀는 화령의 딸로 영화에 출연했다고 하고 남자 배우는 그 기억이 잘못됐고 자신이 아들 역할이라고 하는 거죠. 화령은 뇌졸증 때문에 일부 기억이 없는 상태라 더욱 더 혼동스럽니다.
이 작품은 솔직히 쉽게 흐름을 따라갈 수 있는 영화가 아니라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기억의 조각이 어떻게 결합되고 분절되는지 흥미롭게 보여줌과 동시에 '인간'에 대한 고찰도 함께 하고 있는 작품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