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시사회로 <산이 부른다>를 보고 왔습니다. 이번 작품은 믿고 보는 슈아픽처스 작품인데요. 역시 독특한 시네마적 체험을 하고 왔답니다.
간단하게 말하자면 <산이 부른다>는 정적이면서도 깊이감 있는, 산 버전의 <미지와의 조우>입니다. 저는 보는 내내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님의 <미지와의 조우>가 계속 생각이 났습니다. 엔터테이닝과 드라마가 스필버그 감독님 작품의 특징이라면, 토마스 살바도르 감독님의 <산이 부른다>는 <미지와의 조우>의 정서감을 계승하면서도, 반대로 정적이고도 시네마적인 체험으로 업그레이한 작품입니다.
상업 대중영화의 속도감과는 전혀 다른 독특한 개성을 가진 작품인데요. 프랑스 영화들에서 보이는 말의 맛과 수다의 상찬이 덜어짐으로써 고요한 몽블랑의 산행과 주인공의 체험이 더욱 와닿았습니다. 특히나 단순히 산을 정복하는 단선적인 서사로 영화가 흘러가지 않아서 더 좋았습니다. 이 영화는 미스테리 장르를 명시 하고 있는 만큼 통속적인 서사와는 거리를 두고 있습니다. 주인공의 행동을 따라가다보면 어떤 울림을 만나게 됩니다.
설산을 오르는 영화에서 뜻하지 않게 시네마적 체험을 했다면 믿으실까요? <산이 부른다>에서의 가장 매력적인 부분은 극장 스크린에서 오롯이 느낄 수 있는 기묘한 체험을 선사한다는 점입니다. 이러한 부분이 호오가 갈릴 수는 있겠지만, 저는 굉장히 즐거운 체험이었습니다.
다만 전체적으로 주인공이 말 수가 적고, 산을 타는 여정과 풍경이 무한할 만큼 반복적으로 펼쳐지는 탓에 누군가는 지루하게 볼 수도 있을 겁니다. 그러나 통속적 엔터테이닝 영화에 질리신 분, 예술 영화를 소구하시는 분, 몽블랑의 설산 풍경을 큰 화면에서 체험하고 싶으신 분들께 <산이 부른다>를 권합니다. 감독이 주인공까지 맡았는데요. 실제 산을 오르는 신체적인 연기와 실제의 경계가 흐릿해지는 부분을 함께 경험해보시면 좋겠습니다.